“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누군가의 질문에 내 머릿속은 어딘가 생각의 스위치를 꺼버린 듯 정지돼버렸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난 그냥 주부인데. 근데 꼭 그것만 하는 건 아닌데. 뭐라 해야 하지?‘
일이라고 하면 돈을 버는 직업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사회에서 통영 되는 직업이라고 하면 전업주부라 할 수 있겠다. 이보다 더 현재 나의 업을 표현하기 좋은 단어는 없을 것이다.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 전업주부‘라 말하기는 싫다. ’ 전업‘을 빼고 주부라고 칭하는 게 나을 듯도 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라고 명시돼있다. 집안일만 하고 있지는 않다. 글을 쓰고 책도 읽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업으로 연결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도 있지만 돈으로 연결시켜 업이 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 일‘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는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
두 번째로는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세 번째로는 어떤 내용을 가진 상황이나 장면 등 총 13가지의 뜻으로 풀이돼있다.
여기서 시선이 꽂힌 문장은 두 번째의 의미다.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 그래, 난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직업은 갖고 있지 않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 이자나, 준비 중 이 자나, 그러니 전업주부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근데 그럼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 안심이 되면서도 또 다른 고민이 꼬리를 물어온다.
’ 작가‘ 그래, 난 책을 출간한 작가다. 그런데 책이 나왔을 뿐이지 돈을 벌지는 못했다. 물론 책 한 권 출간했다고 떼돈을 버는 건 아니다. 책이 나온 지 몇 달이건만 몸이 많이 아팠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판매량은 저조했다. 힘들게 썼고 어렵게 출판되어 기뻤고 행복했지만 그 몇 배의 상실감, 허탈감, 우울감등이 나를 순식간에 덮쳤다. 저 위에 계단을 올라가 나갈 수 있는 출구가 보인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 열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문에 털썩 주저 않았다. 매일 같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늘 이런 식이 었다. 무언가 끊임없이 열심히 했다. 결과물이 나오려 무언가 에너지가 고조되는 순간 설레고 흥분됐었다. 공기로 가득 찬 풍선이 뾰족한 바늘로 콕 찔러 흐물거리는 상태가 돼버렸다. 시간이 흘러 들여다보면 상황적으로 맞지 않았거나 누군가의 잘못도 있었다. 여러 가지 문제와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도 존재했다. 죽을 만큼 하지 않았던 내 잘못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쁘게 움직였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족들이나 누군가에게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이번엔 다르다. 책이라는 결과물이 있고, 가고자 하는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내가 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직진해야 한다. 달려야 한다. 크게는 글을 쓰며 책을 꾸준히 내는 전업 작가의 꿈이 있다. 내가 글을 쓰며 치유받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찾았듯 나와 비슷한 어려움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마음, 또는 나에게 받았던 상처를 스스로 위로하며 어둠에서 빛으로 한 발짝 나올 수 있게 손 잡아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글을 쓴다. 이것이 현재 내가 하는 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블로그, SNS로 소통하고 있다. 더 큰 사람이 되고자 배우는 중이다.
엄마로서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다. 고학년인 아이들 진로도 신경 써야 한다. 초등 입학한 막내아들 녀석까지. 이래저래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커리어도 멈출 수 없다. 엄마도 좋고 작가도 좋다. 그래서 난 전업주부가 아닌 엄마 작가로 살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