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보신 적 있죠? 만져보실래요?"
출장길 해변가에서 주서온 몽돌 세 개를 보여주시면서 만져보라는 대표님. 만지니깐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묻는다.
"어땠나요? 부드럽고 매끄럽지 않나요? 옛날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돌 편지를 보냈대요. 문자가 없을 때니 인편으로 돌을 보냈는데 겉이 거칠고 까칠하고 모난 돌을 보내면 안녕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반질반질 매끈매끈하면 나는 잘 있다는 뜻이래요."
"문자가 없던 그 시절에도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은 있었죠. 돌 하나에도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데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볼 수 있잖아요. 온전히 내 감정을 열고 보이는 대로 흘러나오는 대로 흘리듯 편하게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보고 느끼며 흘러가는 것에 집중해서 편하게 쓰라는 말씀에 과연 나는 어떻게 쓰고 있나를 생각해 봤다.
초고를 쓰겠다고 아등바등 씨름한 지 한 해가 훌쩍 넘었다.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고치고 또 고치고. 멍하니 있다가 시간을 허비하고 한 줄도 못쓰고 있는 날도 있었다. '비교는 금물이다. 시간차이일 뿐이다. 꾸준히 매일 쓰면 글은 늘게 돼있다. 거기에 공부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할 때나 글쓰기 강의할 때 했던 말들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원고는 그렇다 치고 문장공부를 꾸준히 하겠다고 도전한 백일 글쓰기는 어떠한가. 미션을 채우는데 급급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예전에 써두고 저장해 왔던 글을 가져와 발행 버튼을 누른 날도 있었다.
무언가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니 마음이 급해져 발만 동동거리는 거다. 동동거린다고 갑자기 잘 써지는 것도, 실력이 쌓이는 것도 아닌데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지금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난 인정하고 있지 않았을 거다. 조급한 그 마음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그 마음 말이다.
사실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요행은 없고 지름길은 없다는데 내 눈엔 운 좋은 사람들만 보였다. 아니, 처음부터 잘됐을 거라고 실력이 좋았을 거라며 쉽게 단정 지으며 부러워했다. 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나는 간간히 빛을 내는 고장 난 전등 같았다. 빛나지 않은 순간이 없고 빛나지 않은 별들은 없다고 책에도 썼건만 미치도록 창피하다
아, 그래도 이렇게 인정하고 바라보니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이다. 내일 또다시 발을 동동거릴지언정 말이다. 글이라는 건 이런 힘이 있다. 쓰다 보면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마주한다는 것, 어쩌면 그 진실이 무서워 쓰지 못할 때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표현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누군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마음먹고 꾸준히 하라고 말해주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고개만 끄덕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구석에 숨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 또한 나의 마음이다.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써보자. 내 마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어보자.
글쓰기가 힘들고 내 뜻대로 잘 안될때가 많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 보자.
끝으로 이정훈 대표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이 말이 가장 좋았다. 글 짓는 사람이 되자. 밥을 짓듯이 말이다.
글을 지어서 형태로 만드는 사람이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