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돌이 지났다.
둘째의 돌이 지났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브런치를 써볼까 하고 초안들을 써둔 것만 수십 개.. 하하하.
어쩌다 첫째가 초등학교를 가고 둘째의 돌이 되어서야 브런치를 쓰게 되었다.
나란 인간은 참....
너무 완벽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거지 게으른 게 아니야!
라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애 키우느라 바빠서.
라고 하는 건 애핑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육아를 해보니,
그것도, 둘째까지 해보니 정말 진짜였다.
잠시라도 앉아서 뭘 집중해서 하기엔
이미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고 지금도 그렇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를 낳기 전과 후는 더욱더 차원이 다르다.
파워 J인 나는 이제 어디 가서 J라고 말하기 어려운 인간이 되어버렸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음으로..
처음에는 이렇게 계획대로 안 되는 것에 좌절도 했었는데 어찌어찌 이렇게 저렇게 모든 일을 감당해내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모든 다 계획을 잘 세우고 잘 지킨 내덕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첫째 때도 사실 나에게 모든 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잘해도 못해도 다 내 탓.
그런데 둘째를 키우게 되면서 내 힘만으로 모든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렇게 살아내는구나. 와.
일상을 보내다가 지인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울컥하기도 한다. 꽤 자주.
모유수유 중인 수유부라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걸까.
그래서인지 반복적인 홍보나 인사는 공해이고 쓰레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나인데 올해는 새해인사를 돌렸다. 역시, 사람은 장담을 하면 안 돼... 내가 이런 걸 돌릴 줄이야..
그래도. 너무 많은 분들의 배려로 견뎌내고 있음에 감사해서 인사를 했다.
어느덧, 2월 중순을 지나가지만, 구정으로는 첫 달이니까 새해 다짐을 다시금 해본다.
올해는 정말 꼭 브런치를 꼬박꼬박 써보자고.
문화기획일 하는 아이 둘의 엄마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리라! 하는 거창한 포부는 아니다.
누군가는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할 수도 있을 테고, 우리 아이들에겐 육아일기 한 장 안 써놓은 엄마가 무심해서가 아닌 그냥 열심히 사느라 그랬구나 하는 이해를 바라는 욕심으로, 그리고 나에게는 3년 전 본아트랩을 설립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성실히 써보려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