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자마자 결국, 투덜대는 글을 올리게 되는구나. 좋은 글을 더 많이 쓰고 싶은데.
하지만 이게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려 한 이유이니 열심히 살고 있는 소시민이 육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오늘은 써봐야 할 것 같다.
정부의 수많은 육아 정책들과 지원들을 보면 실상을 확인은 해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건지 답답할 때가 많다.
나는 대학원에서 문화정책을 전공하였다.
그렇기에 정책이 나오는 데까지는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 국민들에게 제시되는 것이라는 걸 잘 안다.
물론 그에 들어가는 돈이 매우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놈의 육아 관련 정책은 그 수많은 과정에서 수많은 돈을 쓰고도 왜 이럴까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정부는 육아를 돕겠다지만 정작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엄마들만을 돕는 느낌이다.
바빠 죽겠는 엄마들에게는 '누가 그러게 애를 낳으래? 애는 여유 있을 때 낳는 거지 너처럼 (돈도, 시간도) 없는 애들은 자녀를 가질 자격이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입으로 거론만 하지 않았지 분명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얼마 전 의사협회장님이 아침에 병원에 일찍 가는 엄마들이 브런치 먹으려고 그랬다는 말을 대놓고 했던걸 보면, 애초에 사모님이라 불리는 분들과 같은,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만 만나는 윗분들께서는 나 같이 초단위로 열심히 사는 엄마들을 만나보실 자리가 없는 것이라 그럴 테니 안타깝다. 알고 그런 말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몰라서 그랬겠지. 못 배운 게 죄는 아니잖아!!
도봉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입구 (시간제보육 독립반)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참 좋으시다. 그러니 인기가 많지...
"시간제 보육"
이 시간제 보육은 한 시간 단위로 아이를 돌봐준다는 사업인데 이곳에는 생후 6개월 이후 아기부터 갈 수 있다. 그리고 가려고 하는 날의 한 달 전부터 예약창이 열리기에 만 5개월이 되는 날부터는 예약이 가능하다.
나는 만 5개월이 되는 날만을 기다렸다.
'6개월엔 1시간 맡기고, 7개월엔 2시간 맡기고, 8개월엔 세 시간, 9개월엔 네 시간, 10개월엔 5시간, 11개월엔 6시간, 12개월엔 7시간 맡겨서 돌 지나고는 8시간씩 맡겨보고 그리고 두 돌 되면 어린이집 보내야지~!!'
행복회로를 굴리며 그렇게 아이를 5개월까지 키웠다
5개월이 되는 첫날부터 매일매일 오전 8시 55분에 알람을 해두고 9시 정각에 열리는 예약창에 1등으로 접속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해댔다. 그런데 웬걸, 뻑하면 에러가 나고 그러다가 다시 처음부터 로그인을 해서 들어가면 예약이 다 차있는 사태가 벌어졌다.
혹은, 8시 53분에, 아이를 챙기다가 쉬야 기저귀인 줄 알고 열었는데 갑자기 응아를 해서 으아아 소리 지르며 닦아주다가 시간을 놓치거나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데 아이는 잠이 들고 있고. 핸드폰은 식탁 위에 있어서 가지러 가지를 못하다가(알람은 애플워치로 껐다) 1,2분이라도 늦게 창을 열면 황금시간대인 중간 시간대 (점심시간 전후)는 예약불가이다. 오 마이 갓!
주로 10시-14시까지 예약이 매우 어려운데 이 시간에 예약이 안되면 발생하는 문제들은 매우 많다.
보통 오전 회의/ 점심 미팅 /오후 업무 /와 같은 일정으로 일해왔던 기획자인 나는 모든 일정이 저 시간대에 걸쳐 있기에 그날은 그냥 날리는 날이 된다.
그렇다면 왜 엄마들은 10시- 14시에 아이를 시간제 보육에 맡기는 걸까?
일단 9시부터 일정을 살펴보자.
아이를 시간제 보육에 맡기기 위한 채비를 한다.
가서 아이가 있는 동안 먹을 간식, 분유, 기저귀, 물티슈를 준비하고 아이 입힐 옷을 준비해서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혀야 하며 아이를 맡기고 할 일들 챙겨서 엄마가 옷을 입고 나가서 유모차를 펼치거나 혹은 차량 이동을 한다면 카시트에 태우고 주차하고 내리고 등등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최하 30분이 걸리고 중간에 아차차 뭘 빼먹거나 유모차에 태웠는데 응아를 해서 다시 들어왔다 간다거나 하면 이동시간 포함하여 한 시간이 날아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10시에 아이를 맡기고 집으로 올 경우,
집안일하다 한 끼라도 잘 먹을 수 있겠지 꿈꾸며 집으로 돌아와 일단 화장실이라도 잠깐 가고 청소하다 밥을 먹으면 이미 한 시간은 지나갔다. 그럼 벌써 11시. 설거지라도 하고 아이 오면 먹일 이유식이라도 만들면 또 한 시간이 모자라다 12시 반.
잠시도 쉬지 않고 밥 겨우 먹고 집안일했는데 13시에 아이를 찾으려면 집에서 나서야 하는 시간.
6개월간 꼼짝없이 내 시간도 없이 출산 후 아이만 봤기에 운동도 하고 싶어 근처 헬스장이라도 다니고 싶지만 씻고 운동하고 이동하고 생각하면 3시간이 여기에 추가돼야 하니 그냥 동네 산책정도만 하자는 것으로 나의 두 자아가 합의를 보면 어느덧 14시가 된다.
그렇기엔 나같이 일하는 엄마의 경우. 점심식사 생략, 산책 생략, 나의 건강은 생략하고 그 틈에 잠깐이라도 일을 해야 하는데 이 예약을 놓치면 그날 하루는 업무가 무한대로 밀리고 쌓여가기 시작한다.
물론 전쟁 같은 예약굴레에서 성공을 하고 무사히 빠져나와도 문제는 있다.
한 달 뒤에 나의 일정이 어떨지도 모르는데 이 예약을 놓칠까 봐 일단 예약을 하고 일정들이 잡혀서 변경을 하려고 하면 예약취소에 대한 벌점이 붙고 벌점이 기준치를 넘으면 다음 달 예약에 페널티가 있다.
그렇다 보니 모든 업무와 관련된 일정이 둘째의 시간제보육 예약 일정을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애핑계 정말 대기 싫은 나인데 무슨 일정을 잡을 때마다 "잠깐만!!"을 외치고 아이사랑 어플을 열어서 아이의 예약 일정을 훑어야만 일정이 확정된다.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일정도 우리 둘째 아이의 시간제 보육에 맞춰지는 매우 민망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도대체 왜 그럼 시간제 보육은 이렇게 예약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선생님 한분당 3명의 아이를 볼 수 있고 독립반의 경우는 장소도 협소하고 최대 인원은 보통 어느 지역의 시간제보육 독립반마다 6명 정도이다. 원장님 한분 선생님 한분 보조교사 한분 보통 3인의 교사에 아이들 6명의 구성인데 이게 또 지역에 달랑 하나 거나 둘이다.
내가 사는 도봉구만 해도 내가 가는 방학동과 타구와 경계에 있는 창동 쪽에 하나가 있다.
내가 처음 시간제 보육을 경험하고 주변 아기 엄마들에게 추천을 하면서 그때마다 여러 지역의 시간제보육 독립반을 검색해 보면 지역 안에서도 차편도 복잡하고 거리도 멀고 해서 애초에 이용이 불가한 상황이 너무 많다.
한지역에 겨우 한둘 있으면서 그것도 달랑 6명까지 정원이니 수요와 공급이 전혀 맞지 않는 게 아닌가?
지역의 아동수에 대비해 여유 있게 넉넉하게 만들어야지!!!
물론, 어린이집 중에도 시간제 보육을 겸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아 부모의 경우, 그리고 그 아이가 첫째일 경우는 더더욱 큰 아이들과 있어야 하는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보다는 또래끼리만 있는 독립반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부모 심정을 알고는 있냔 말이다. 후...
시간제 보육 지원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시간제 보육은 6개월부터 36개월까지의 아기를 시간단위로 맡길 수 있다.
한 시간에 보육료는 5천 원이나 4천 원은 정부가 지원하고 부모는 1천 원만 낼 수 있게 일정시간 지원을 해주는데 그게 80시간이었다.( 2024년 2월까지 )
나는 보통 예약에 성공하면 11시에서 17시를 맡겼다 하루에 평균 6시간을 맡겼는데
하루에 6시간씩 맡기면 지원받는 80시간 내에서는 하루에 6천 원을 내고 맡길 수 있고 13일(한 달에 2주 반) 정도는 매일 6천 원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남은 8~9일 정도는 지원이 없어 본인이 시간당 5천 원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에 매일 3만 원을 내야 맡길 수 있고 이를 계산하면 25만 원 정도가 된다. 그럼 앞서 6천 원씩 13일을 맡기며 총 78,000원을 썼으니 대략 한 달에 33만 원을 시간제 보육에 쓰게 된다. 거기에 식비가 자부담이니 그 이상을 쓰게 되겠지.
부모수당을 주니 그래 그럼 그 돈으로 쓴다 하면서 지난 반년을 지내왔다.
2024 시간제 보육 지원 변경사항 안내문(을 받아 들고 떨리는 내 손)
그런데 문제는 올해 3월부터 이 지원을 시간당 천 원을 줄이고 시간도 20시간이나 줄였다. (시간당 부모 부담금 2천 원이고 60시간만, 그 이후 시간은 자부담 5천 원)
그러니 같은 조건인 하루 6시간을 맡기면 2주 만에 지원받는 60시간을 다 쓰고 남은 2주 하고도 하루 이틀은 매일 3만 원을 내고 맡겨야 한다. 그럼 지원받는 2주간 6만 원 + 남은 일정 36만 원, 총 42만 원에 식비도 자부담이니 추가, 무엇보다 매일매일 전쟁 같은 예약시스템과의 사투....
결국,
또 꼬여있는 나는,
와... 이거 (부모수당 주기 싫어서) 어린이집 가란 소리구나.라고 결론짓는다.
나는 아이를 내가 최대한 데리고 직접 키워보고 싶다.
아직 많이 어리니까 급할 땐 좀 길게도 맡기고 여유 있을 땐 짧게도 맡기며 동네에서 언제든 급할 땐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정 같은 시간제보육을 믿고 출산 전의 일상 속으로 차차 적응해나가고 싶다. 아이도 엄마가 조급하구나 엄마가 바빠서 나 놓고 가려는구나 신경 쓰이지 않게. 그렇게 여유 있게 모두가 나를 도와주고 협조해 주고 기다려주는구나 느끼며 그렇게 좀 더 데리고 키우고 싶다.
그런데 자꾸 나라가 뺏어간다.
' 돈 없는 너는, 돈으로 시간살수 없는 너는, 그냥 돈이나 벌어라. 나가서 일이나 해라.
애는 내가 키울게. 네가 감히 무슨 주양육자가 되려고 그러니? 다 가질 순 없잖니. 네가 아기 많이 보고 싶었으면 돈 있고 애를 낳았어야지 후후후 돈 없는 애들의 주양육자는 나라거든? 내가 키워서 내가 나중에 데려다가 일 시킬 거야!!'
라고 들린다면 너무 비약일까.
육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
아빠가, 엄마가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개인사업자든, 전업이든, 재택과 육아휴직을 해도 이상하지 않고, 아이가 형제가 많던 적던 상관없이 엄마아빠가 스스로 키울 수 있고 키우는 게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