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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원 Jul 06. 2024

로컬에서 콘텐츠 찾기

호기심과 관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어느 곳에나 대단한 사람이 참 많다.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은 많고...

나란 인간은 한없이 작고, 우습고, 귀엽구나! 하는 걸 인정하는 게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같다. 


특히 이 문화기획판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높은 곳을 바라보다 보면 기가 죽어서 아무것도 시작 조차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해야 할 기획은 또 한없이 많다. 그러니 기죽을 것 하나 없이 그냥 내 주변에서 콘텐츠를 찾으면 그만이다. 원석을 찾아 보석으로 만드는 것, 그게 기획자인게지!! 내가 또 원석 찾기 전문이잖아!


그냥 소소하게 나의 사람들과 재미있자고 이런저런 작은 일들을 만들고 실행하는 나는야 귀여운(?) 기획자이다. 나같이 귀여운 꼬마기획자가 만들어가는 기획사업도 나름 인정도 받고, 의미도 있고, 무엇보다 재미도 있다. 


올해로 도봉구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도봉's 삭스클링"을 운영한 지도 4년 차가 되기에 기록의 차원이기도 하고 또 새내기 기획자들에게 이러한 소소한 기획도 있으니 당신이 무엇을 기획하든 뭐든 파이팅!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 연재를 하기로 결심했다. 





"기획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기획의 처음을 이야기하자면 기획자인 나의 개인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도봉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다 90년대에 도봉구가 새로운 자치구 "강북구"와 구역을 분리하면서 내가 살던 주소지가 도봉구에서 강북구로 바뀌었고 한동안은 강북구민으로 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했고 주재원파견을 나가는 남편을 따라 해외살이를 하다가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은퇴하시면서 강북구에서 도봉구로 이사하신 친정 부모님 댁 옆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니 이때만 해도 나에게 도봉구의 정보는 커다란 도봉구 땅이 강북구로 나뉘었다 정도가 전부였다.


출산을 했고, 경력이 단절되었고, 하루종일 아이와 남편을 기다리던 삶이 시작되었다. 뭐 물론 오매불망 남편만 기다린 건 아니지만, 마땅히 도봉구 내에서 아이랑 갈만한 곳이 없었다. 도봉구민으로 탄생된 나지만 활동지는 강북구였지 도봉구까지 넘어와본 적은 이때만 해도 손에 꼽았다.

강북구는 동네에 뭐가 있고 없고를 떠나 지하철 4호선과 시내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버스 노선이 있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선이 나쁘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었었다. 그런데 도봉구로 오니 2016년 당시만 해도 지하철 방학역과 도봉역에 엘리베이터조차 없어서 유모차를 밀고 어딘가를 나가기는 너무 힘들었다. 버스도 종점 쪽이라 자리가 있는 건 좋지만 아이를 태우고 버스여행을 할 것도 아니어서 이동을 위해 대중교통은 바로 포기하고 차를 구입했다. 그렇지만 또 항상 차를 타고 어딘가를 나가는 것도 아이가 영유아 때는 부담스러운 일이니 유모차를 태우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온 동네를 구석구석 구경하기 시작했다. 





"관찰"

낮잠시간엔 낮잠을 재우기 위해 유모차를 몰았고, 남편퇴근 시간 전쯤엔 아이랑 산책을 하다 버스정류장에 남편을 마중 가곤 했었다. 뭐 그렇게 지역을 구석구석 관찰 할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건 되게 우아한 아이 엄마들의 취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지가 민단다.



원래 난 남의 평가는 그게 지역이던, 물건이던, 사람이던 참고만 할 뿐 다 내가 직접 경험을 해야만 하는 성격이다. 그렇다 보니 동네 관찰은 누군가의 이야기는 확인할 수 있었고 새로운 건 발굴해 내는 그런 시간으로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건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본부들은 도봉구에 참 많구나?' 그리고 아이를 안고 놀이터에 나가면 말 거는 대부분의 중년여성분들은 포교를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다들 그냥 동네 아기엄마들 모임으로 친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나라는 한 명의 인간을 작업하기 위한 철저한 기획전도라는 걸 몇 번 본진까지 따라가서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다. 순진한 것. 

사실 왠지 느낌이 왔지만 또 직접 경험을 해야 속이 시원한 직업병 때문에 알게 된 사실들..

여하튼, 이러한 내용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보가 아닌가? 역시 내가 직접 겪어야만 알게 되는 정보들이 있고 그게 제일 정확한 정보이다. 그러니 마케팅에서도 입소문, 요즘말로 SNS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겠나? 뭐 이 얘기는 펼치면 또 한 바구니이니 언젠가 또 다음 작품으로 발간하기로 하고...


이외에 직업병과 관련되어 발견한 또 다른 특이사항이 이번 작품을 위한 시작이다. 


아이와 동네를 산책하며 보니 도봉구는 유독 어르신이 많았다. 물론 낮에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는 지역구가 도봉구 뿐인 건 아닌데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보통 어르신들께선 폐지를 줍는 일들을 많이 하시는데 도봉구 어르신들은 양말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신다는 점이었다. 


"기획의 시작, 호기심"

어느 날은 엉켜진 양말이 가득 담긴 비닐포대를 옮기고 어느 날은 그 어르신이 차곡차곡 잘 포갠 양말을 옮기시는 게 보였다. 뭐지? 왜지? 언젠가 꼭 탐정이 되고 싶은 나는 어쩌면 나만의 추적극의 주인공처럼, 왜 도봉구는 이런 현상이 있는지 알아내고 말겠어! 하며 영혼 없는 동네산책에서 목적을 가진 동네산책으로 컨셉을 바꾸고 온 동네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도봉구 방학2동 주변에서는 한집 건너 한집이 양말사업에 종사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양말 포대가 수북이 쌓여있는, 간판이 달리지 않은 1층의 작은 공간들에서 미싱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계속 들리고 여성분들은 실내에서 수작업을 하고, 남성분들은 포대들을 어딘가로 실어 나르거나 내리고 있는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많이 보게 되었다. 간판이 없기도 하고 앞에 폐업한 간판을 떼지도 않고 그대로 두고 하는 집들도 많고.. 그렇다는 건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닌 걸 텐데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일까.

양말 뒤집는 부업은 또 왜 이렇게 사람을 많이 찾는 건가.

어떠한 어르신들께서는 본업인 가게 공간의 한편에서, 예를 들면 도배집, 슈퍼와 같은 작은 가게들에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양말을 뒤집고 계셨다. 

"일 없을 땐 그냥 노느니 수다 떨며 작업이나 하는 거지~ 애기엄마도 더운데 들어왔서 놀다가!" 




재미있었다.


주변에 온통 기획하는 사람, 문화예술하는 사람들뿐이니 선배님들 후배님들을 통해 주워들은 게 많았던지라 오, 이거 좀 확장될 얘기가 많은 콘텐츠 아냐? 나 완전 보석 찾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결국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을 벌이게 되는 건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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