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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숨겨둔 프랑스 와인들

전쟁 속에서 사라진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향기

by 보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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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숨겨둔 프랑스 와인들, 전쟁 속에서 사라진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향기

와인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동안 와인은 전리품을 넘어서는,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외교적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고위 장교들은 프랑스 와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으며,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최고급 와인들을 약탈하여 비밀 장소에 숨겨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히틀러와 나치 독일이 프랑스 와인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약탈했는지, 그리고 이후 이 와인들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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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프랑스 점령과 와인 약탈

1940년,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프랑스의 문화와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나치는 프랑스의 예술품과 보물을 약탈했으며, 와인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히틀러와 나치 장교들은 프랑스 와인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조직적인 와인 약탈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치의 와인 약탈 작전은 주로 '독일 와인 전문 관리국(Weinführer)'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이 기관은 프랑스 전역에 있는 최고급 와이너리와 샤토를 조사하여 와인을 수집하고 독일로 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urgundy)의 샤토들은 주요 표적이 되었습니다.


히틀러와 나치 고위층의 와인 취향

히틀러 본인은 금주주의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최측근이었던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등은 고급 와인을 즐겼습니다. 특히 괴링은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열렬한 애호가였으며, 독일로 압류된 와인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나치 장교들은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 샤토 라피트 로췰드(Château Lafite Rothschild) 등의 유명한 보르도 와인과,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와 같은 부르고뉴 와인을 집중적으로 약탈하였습니다. 이 와인들은 독일의 와인 저장고에 보관되었으며, 일부는 히틀러가 계획한 '승리 연회'를 위해 특별히 저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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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의 저항

프랑스의 와이너리 주인들은 나치의 와인 약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일부 생산자들은 와인을 낮은 품질의 병에 옮겨 담아 숨기거나, 지하 저장고를 위장하여 중요한 와인을 감추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르고뉴의 유명한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ée-Conti)는 고급 와인을 숨기고 덜 중요한 와인을 대신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치를 속였습니다.

또한, 보르도의 일부 샤토는 와인 통에 물을 섞거나 부적절한 보관법을 이용하여 와인이 변질되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의 저항 덕분에, 일부 고급 와인은 나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450px-La_Roman%C3%A9e-Conti_Leroy_1975.JPG?20200329124352 File:La Romanée-Conti Leroy 1975.JPG - Wikimedia Commons

히틀러가 숨겨둔 와인의 최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항복한 후, 항복 문서는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와이너리인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에서 조인되었습니다. 이는 프랑스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 했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나치가 약탈한 와인의 일부가 연합군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나치가 약탈한 와인의 운명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일부 와인은 전쟁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일부는 독일 내부의 비밀 저장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945년, 독일이 항복하면서 연합군은 나치가 보관했던 많은 와인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나치의 비밀 창고였던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과 탈리너 포레스트(Thaliner Forest)에서는 수천 병의 프랑스 와인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와인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며, 전후 암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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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역사적 의미

히틀러가 숨겨둔 프랑스 와인의 이야기는 단순한 약탈의 역사만이 아닙니다. 이는 전쟁 중에도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와인이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2차 세계대전 당시 약탈된 프랑스 와인의 일부는 박물관이나 컬렉터들의 손에 남아 있으며, 그중 일부는 전후 프랑스 와이너리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와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혹시라도 미래에 이 숨겨진 보물들이 발견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2-24 092345.jpg Adolf Hitler – tysk nazistisk politiker og diktator – SNL

전쟁이 남긴 와인의 유산

히틀러와 나치 독일이 프랑스 와인을 약탈한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와인이 가진 문화적 가치와 전쟁 속에서의 역할을 조명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의 저항과 나치의 조직적인 약탈,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와인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오늘날에도 많은 연구자들과 역사 애호가들에게 흥미로운 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한 병의 와인은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나치의 보르도 와인을 찾아 나서는 일이,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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