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의 현재, 식물에서 실험실까지
고기란 무엇일까.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동물의 근육 조직을 고기라고 불렀다. 하지만 21세기, 이 정의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패티, 3D 프린터로 출력된 스테이크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1세대 대체육: 식물성 미트의 진화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로 대표되는 1세대 대체육은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다. 콩, 완두콩, 밀 단백질을 조합해 고기의 질감과 맛을 재현하려 시도했다. 초기에는 '고기 같지 않은' 대체육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놀라운 진화를 보였다.
임파서블 푸드의 헴(heme) 기술은 혁명적이었다. 식물에서 추출한 헴 단백질로 고기 특유의 '피 맛'과 붉은색을 구현했다. 비욘드 미트는 비트 추출물과 코코넛 오일을 활용해 고기가 익으며 색이 변하는 현상까지 재현했다. 이제 식물성 버거 패티는 실제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2세대 대체육: 배양육의 등장
진짜 혁명은 배양육(cultured meat)에서 시작되었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가 33만 달러짜리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인 후,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동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실제 고기와 동일한 근육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잇 저스트(Eat Just)의 배양육 치킨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후 네덜란드, 이스라엘, 미국 등에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양육의 장점은 명확하다.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축산업 대비 96% 적으며, 항생제나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짜 고기'라는 점에서 소비자 거부감이 적다.
숙성과 연육 기술의 혁신
전통 숙성법의 재해석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 에이징(건조 숙성)은 고기를 특정 온도와 습도에서 수주 간 보관해 효소가 근섬유를 분해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고기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깊은 맛을 얻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숙성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게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체육 업계는 이런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효소 처리, 초음파, 고압 처리 등을 활용해 숙성 과정을 단축하고 품질을 개선한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의 경우 동물성 효소 대신 식물성 효소를 사용해 비건 친화적인 숙성법을 개발했다.
혁신적인 연육 기술
연육(tenderization)은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전통적으로는 파파인, 브로멜라인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나 물리적 처리를 사용했다. 하지만 대체육 시대에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했다.
마이크로캡슐화 기술이 대표적이다. 효소를 미세한 캡슐에 넣어 조리 과정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고기가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연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근섬유 구조를 정밀하게 재현하기도 한다.
미래의 식탁,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경험
AI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완벽한 고기
미래의 대체육은 AI가 설계한다. 수많은 맛 데이터와 소비자 선호도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육즙이 풍부한 스테이크를, 다른 사람은 담백한 닭가슴살을 선호한다. AI는 이런 개별 취향을 분석해 최적의 레시피를 제안한다.
이미 노터스 푸드(NotCo)는 AI 알고리즘 '주세페(Giuseppe)'를 활용해 식물성 대체품을 개발하고 있다. 수백만 개의 식물 성분 데이터를 분석해 동물성 제품과 가장 유사한 조합을 찾아낸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까지 활용해 맞춤형 영양소를 제공하는 대체육도 가능할 것이다.
3D 프린팅이 만드는 복잡한 구조
3D 푸드 프린팅 기술은 대체육의 질감을 혁신하고 있다. 전통적인 식물성 미트는 균일한 질감을 가졌지만, 3D 프린팅을 통해 실제 고기처럼 복잡한 근섬유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의 리디파인 미트(Redefine Meat)는 3D 프린터로 스테이크의 마블링까지 재현해 낸다.
앞으로는 한 번에 여러 종류의 고기를 프린팅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소고기의 풍미와 돼지고기의 기름기, 닭고기의 식감을 결합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발효 기술의 새로운 활용
전통 발효 기술도 대체육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곰팡이나 효모를 활용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 기술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쿤(Quorn)은 이미 40년 전부터 이 기술을 상용화했고, 최근에는 더욱 정교한 발효 기술로 고기의 질감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미생물을 활용해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미생물은 기존 대두보다 20배 빠르게 자라며, 완전한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
도전과 기회
기술적 한계와 극복 방안
대체육 기술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배양육의 경우 생산 비용이 여전히 높고, 대량 생산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식물성 대체육은 영양학적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는 가파르다. 배양육 생산 비용은 2013년 33만 달러에서 2021년 50달러까지 떨어졌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2030년경에는 기존 고기와 비슷한 가격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
대체육 수용도는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Z세대는 환경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 대체육에 호의적이지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체육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식문화의 탄생
대체육은 단지 고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고 있다. 개인 맞춤형 영양, 지속가능한 생산, 첨단 기술의 융합이 만드는 미래의 식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숙성과 연육 기술의 혁신은 이런 변화의 핵심이다. 수천 년간 축적된 전통 기술과 21세기 첨단 과학이 만나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맛과 질감을 창조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우리는 고기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셰프는 재료를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 설계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기호에 맞춰 실시간으로 조정된 고기를 주문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이글은 조동천 저《숙성의 미학과 연육의 언어로 말하다》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