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이 많다고 좋은 피자는 아니다

by 보나스토리

첫 피자를 만들던 날, 나는 욕심이 많았다. 토마토소스를 듬뿍 바르고, 모차렐라 치즈를 두껍게 올렸다. 페퍼로니, 양파, 피망, 올리브, 버섯까지. 냉장고에 있는 모든 토핑을 올렸다. "많을수록 맛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220도 오븐에 넣고 12분을 기다렸다. 꺼낸 피자는 비참했다. 도우는 질척하고, 토핑은 흘러내렸고, 중심부는 익지도 않았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치즈만 줄였다. 세 번째는 소스를 얇게 발랐다. 네 번째는 토핑 종류를 줄였다. 그렇게 계속 빼고 또 뺐다. 그리고 열 번째쯤, 깨달았다. 피자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였다. 토핑이 많다고 좋은 피자가 아니었다.


도우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도우는 생각보다 약하다. 얇은 밀가루 반죽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만드는 피자 도우는 200-250g 정도다. 나폴리 피자도 비슷하다. 이 위에 얼마나 올려야 할까?

나폴리 피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토마토소스는 얇게 펴 바르고, 치즈는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바질 몇 잎이 전부다. 토핑이 너무 적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오븐에서 나온 피자는 완벽하다. 가장자리는 폭신하게 부풀고, 중심은 바삭하다. 도우가 토핑의 무게를 견디며 제대로 익은 것이다.

반대로 토핑을 많이 올리면 어떻게 될까? 소스를 두껍게 바르고, 치즈를 가득 올리고, 토핑을 수북이 쌓으면. 오븐에 들어가자마자 문제가 시작된다. 치즈가 녹으며 더 무거워진다. 토마토소스의 수분이 도우로 스며든다. 토핑에서 나온 기름이 흐른다. 도우는 이 모든 걸 버티지 못한다. 중심부가 축축하게 젖는다. 가장자리만 바삭하고 가운데는 질척하다. 한입 베어 물면 토핑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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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맛이 흐려진다

많은 토핑은 맛을 죽인다. 페퍼로니, 소시지, 베이컨, 햄을 모두 올리면 어떻게 될까? 각각의 맛이 싸운다. 무엇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냥 짠맛과 기름기만 남는다. 도우의 담백함, 토마토의 신맛, 치즈의 고소함은 묻힌다. 모든 악기가 동시에 다른 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한 번은 마르게리타를 만들었다.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바질, 올리브오일. 네 가지가 전부였다. 처음엔 허전했다. "이게 뭐야, 너무 단순한데?" 하지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알았다. 이게 진짜 피자구나. 토마토의 새콤달콤함이 확실히 느껴졌다. 치즈의 부드러움이 혀에 감겼다. 도우의 밀가루 향이 코를 찔렀다. 바질의 청량함이 마무리했다. 각각이 선명했다.

토핑이 적으면 재료의 질이 드러난다. 좋은 토마토와 나쁜 토마토의 차이가 보인다. 신선한 모차렐라와 냉동 치즈의 차이가 느껴진다. 많은 토핑으로 감출 수 없다. 그래서 진짜 좋은 피자는 심플하다. 감출 게 없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가 익는 타이밍

피자는 220도에서 12분 정도 굽는다. 이 시간 동안 모든 재료가 완벽하게 익어야 한다. 하지만 재료마다 익는 시간이 다르다. 토마토소스는 5분이면 충분하다. 치즈는 8분이면 녹는다. 양파는 10분은 있어야 숨이 죽는다. 두꺼운 소시지는 12분도 부족하다.

많은 토핑을 올리면 타협해야 한다. 치즈가 완벽하게 녹을 때쯤 양파는 탄다. 소시지가 익을 때쯤 도우가 탄다. 모든 토핑이 완벽한 순간은 없다. 그래서 피자 가게는 토핑을 미리 익힌다. 양파를 볶고, 소시지를 구워 놓는다. 하지만 그러면 오븐에서 갓 익은 신선한 맛은 없다.

적은 토핑은 이 문제를 해결한다. 모차렐라와 바질은 둘 다 12분이면 완벽하다. 도우도 12분이면 바삭하다. 모든 재료가 같은 타이밍에 최고가 된다. 이게 마르게리타가 위대한 이유다. 단순함이 아니라 완벽한 타이밍이다.


열이 도우에 닿지 못한다

피자 도우가 바삭해지려면 180도 이상의 열이 밑면에 닿아야 한다. 오븐 열이 피자 스톤을 뜨겁게 만들고, 스톤이 도우를 굽는다. 하지만 토핑이 많으면 어떻게 될까? 토핑이 단열재가 된다. 두꺼운 치즈층은 이불과 같다. 열이 도우에 닿지 못한다.

결과는 뻔하다. 위는 타고 아래는 안 익는다. 치즈는 까맣게 타는데 도우는 하얗다. 온도를 낮추면? 이번엔 위도 안 익고 아래도 안 익는다. 시간을 늘리면? 모든 게 마른다. 적정선이 없다.

반대로 토핑이 적으면 열전달이 원활하다. 얇은 토마토소스와 적당한 치즈는 열을 막지 않는다. 오븐 열이 도우에 직접 닿는다. 위도 익고 아래도 익는다. 12분이면 충분하다. 모든 게 황금빛이다.


나폴리 피자는 왜 싼가

프리미엄 피자 체인점을 가면 토핑이 많다. "20가지 토핑", "듬뿍 올린 치즈", "풍성한 맛". 마케팅 문구가 화려하다.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한다. "토핑이 많으니까 비싼 거야. 토핑이 많으면 좋은 거야."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는 비교적 저렴하다. 10유로면 먹는다. 토핑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맛은 최고다. 비결은 재료의 질이다. 산마르자노 토마토, 부팔라 모차렐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하나하나가 프리미엄이다. 토핑을 많이 올릴 필요가 없다. 좋은 재료 자체가 맛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실험을 했다. 같은 돈으로 두 가지 피자를 만들었다. 첫 번째는 저렴한 재료로 토핑을 가득. 두 번째는 프리미엄 재료로 심플하게. 결과는 명확했다. 두 번째가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토마토 맛이 진했다. 치즈가 부드러웠다. 도우가 바삭했다. 토핑이 적어도 만족스러웠다. 아니, 오히려 적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무엇을 뺄 것인가

처음 피자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게 뭔지 아는가? 빼는 것이다. "이것도 올리고 싶고, 저것도 올리고 싶은데." 모든 걸 올리고 싶다. 하지만 좋은 요리는 절제다. 무엇을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를 아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자주 만드는 피자는 마리나라다. 토마토소스, 마늘, 오레가노, 올리브오일. 치즈도 없다. 처음 들으면 모두 놀란다. "치즈도 없어? 그게 피자야?" 하지만 먹으면 안다. 이게 피자의 본질이라는 걸. 토마토의 진한 맛, 마늘의 알싸함, 오레가노의 향긋함, 바삭한 도우.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마리나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는 단 네 가지지만, 각각이 최고여야 한다. 토마토는 산마르자노 통조림을 쓴다. 마늘은 생마늘을 얇게 썬다. 오레가노는 말린 것보다 생잎을 선호한다. 올리브오일은 엑스트라 버진을 아낌없이 뿌린다. 숨길 토핑이 없으니 모든 게 드러난다. 그래서 재료가 좋아야 한다.


도우가 주인공이다. 토핑은 조연이다.

그럼 토핑은 몇 가지가 적당할까? 내 경험상 3가지가 최적이다. 소스, 치즈, 그리고 하나의 토핑. 이게 마르게리타다. 소스, 치즈, 바질.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할 수 있다. 페퍼로니를 올리면 페퍼로니 피자. 버섯을 올리면 버섯 피자. 명확하다.

4가지부터는 위험하다. 맛이 흐려진다. 5가지는 과하다. 주인공이 누군지 모른다. 6가지 이상은 재앙이다. 피자가 아니라 샐러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콰트로 포르마지(4치즈 피자)처럼 의도적으로 여러 치즈를 쓰는 경우. 하지만 이것도 보면 치즈만 4가지지, 다른 토핑은 없다. 테마가 명확하다.

토핑의 양도 중요하다. 나폴리 피자 기준으로 도우 200-300g에 소스와 치즈, 토핑을 합쳐 적게 올린다. 정확한 비율은 각자의 도우 두께와 오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같다. 도우가 주인공이다. 토핑은 조연이다. 토핑이 도우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단순할수록 완벽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만든 피자는 비앙카(화이트 피자)였다. 토마토소스도 없다. 모차렐라, 리코타, 마늘, 로즈메리만 올렸다. 흰색 캔버스 위에 치즈와 허브만 있는 피자. 더 단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먹는 순간 감탄했다. 리코타의 부드러움, 모차렐라의 고소함, 마늘의 풍미, 로즈메리의 향. 모든 맛이 선명했다.

토핑이 적으면 식감도 좋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도우가 바삭하게 부서진다. 치즈가 쭉 늘어난다. 깔끔하게 자른다. 토핑이 많으면? 질퍽하다. 한 입에 온갖 게 들어온다. 씹기 어렵다. 흘러내린다. 피자를 먹는 게 아니라 싸우는 기분이다.

심플한 피자의 또 다른 장점은 실패가 적다는 것이다. 토핑이 3가지면 3가지만 신경 쓰면 된다. 10가지면? 10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해야 한다. 하나라도 실패하면 피자가 망한다. 단순할수록 완벽에 가깝다. 이건 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요리가 그렇다.


빼면 다른 것이 보인다

요즘 나는 새로운 토핑을 추가하는 대신, 기존 것을 빼는 실험을 한다. 치즈를 절반으로 줄여본다. 소스를 더 얇게 바른다. 토핑을 하나 뺀다. 그때마다 놀라운 발견이 있다. "아, 도우 맛이 이렇게 좋았구나." "토마토가 이렇게 달았구나." "치즈가 이렇게 고소했구나." 무언가를 빼니 다른 것이 보인다.

지난주에는 극단적인 실험을 했다. 피자 비앙카에서 치즈마저 줄였다. 도우에 올리브오일만 바르고, 소금과 로즈메리를 뿌렸다. 포카치아와 비슷했다. 220도에서 10분만 구웠다. 결과는? 놀라웠다. 도우의 밀가루 향이 가득했다. 올리브오일의 풍미가 살았다. 로즈메리가 상큼했다. 이게 피자의 뼈대구나, 하고 느꼈다.


좋은 피자란 무엇인가

좋은 피자란 무엇일까? 토핑이 풍성한 피자? 치즈가 두껍게 올라간 피자? 아니다. 좋은 피자는 심플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도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토마토의 맛이 확실하다. 치즈의 질감이 부드럽다. 각각의 재료가 자기 목소리를 낸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게 좋은 피자다.

좋은 피자는 균형이다. 도우 : 소스 : 치즈 : 토핑의 비율이 완벽하다. 어느 하나가 압도하지 않는다. 씹었을 때 모든 맛이 조화롭게 섞인다. 이 균형은 많이 올려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적게, 정확하게 올려야 나온다. 그게 좋은 피자의 비밀이다.


적게 올리는 용기

토핑이 많다고 좋은 피자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적을수록 좋다. 각각의 맛이 살아난다. 도우가 바삭해진다. 재료의 질이 드러난다. 완벽한 타이밍에 모든 게 익는다. 심플함이 완성도를 만든다.

피자를 직접 만들 때 용기를 내보라. 올리려던 토핑을 하나 빼라. 치즈를 절반으로 줄여라. 소스를 얇게 발라라. 처음엔 허전할 것이다. "이게 맞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오븐에서 꺼내 한입 물면 알게 된다. 이게 진짜 피자구나.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였구나. 토핑이 적어서 더 맛있구나.

나폴리 피자 장인들은 평생 같은 피자를 만든다.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단 몇 가지 재료로. 하지만 그들의 피자는 세계 최고다. 비결은 간단하다. 적게 올리는 용기, 좋은 재료를 쓰는 정직함, 완벽하게 익히는 기술. 많이 올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적게 올리면서 맛있게 만드는 건 실력이다.


참고 서적 � 조동천 저 《맛으로 피어나는 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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