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파리 (10)

by bonbon


센 강변을 걸으려면 더 편한 신발이 필요할 것 같아 비앤비에 들러 운동화로 바꿔 신고 나왔다. 숙소를 마레로 잡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 순간. 그를 만나기 전 노트르담 대성당을 먼저 들렀다. 이 때는 화재사건이 일어나기 전이다. 몇 년 후 스쳐 지나가듯 본 뉴스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불타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아름다운 유산이 저렇게 하릴없이 쓰러져버리다니, 안타까웠다. 다른 한편으론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전에 온전한 노트르담의 모습을 내 눈에 담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센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페인팅을 전시하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옷가지나 먹을거리가 즐비한 서울의 번화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림마다 제각각 개성이 달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이내 시간을 확인하곤 서둘렀다. 센 강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가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저들이 가장 부럽네.

약속 장소에 가까워지니 종이책 한 권을 붙잡고 들여다보고 있는 그가 보인다.

"나 왔어."

"뭐야, 벌써부터 지쳐 보이는데? 이제 시작인데."

"시원한 샴페인부터 먹여주면 금방 살아날 텐데.."

깔끔하게 묵살당하고 바로 끌려나가 파리의 저녁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스파르타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알기에 마음의 준비를 해 오긴 했지만, 겁부터 주는 그의 말에 움찔하긴 했다. 아 몰라. 그냥 걷자, 즐기자. 이때부턴 구글맵을 닫고 마음 편하게 그가 이끄는 대로 길을 걸었다. 이래서 로컬에 지인이 있어야 하나 봐. 워낙 길치에 방향치여서 갔던 길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며 다녔기에 나름 피곤했던 게 사실이다. 파리에서 관광객은 집시와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 표적이 되지 않으려 애써 아닌 척했지만 쭉 긴장하며 다녔기에 더 피곤했다. 저녁이 되니 강렬한 햇빛은 수그러들고, 강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것이 걷기에 딱 좋은 날씨. 기분이 점점 풀어진다.

걷다 보니 루브르가 눈앞에 나타난다. 예상보다 빠른 등장인데? 생각보다 파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여러 번 파리를 방문했지만, 아직 루브르 관람을 하지 못했다. 일정이 맞지 않는다던지, 더 차분하게 볼 수 있게끔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라던지. 코 시국이 오고 서울에 이렇게 묶여 있을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들어갔을 텐데.


루브르 앞 돌계단에서 잠시 앉아 목을 축이며 쉬었다. 개장시간이 지나서 루브르 앞에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우리처럼 지나가다 저녁의 잔잔한 빛을 머금은 루브르를 사진에 담는 이들이 몇몇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도 아무 말이 없고, 나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언제나처럼 어색하지 않고 편하다. 둘 다 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 둘이 만나면 뭐 하고 노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글쎄, 이젠 정말 뭐하며 시간을 보냈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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