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날이 왔다.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날. 여행의 끝은 언제나 그렇듯 아쉽고. 가지 못한 곳, 하지 못한 일이 미련으로 남아 발길을 잡는다. 어제 바에서 남은 와인을 비앤비에 가져가 늦은 밤까지 다 비웠더니 속이 조금 울렁거린다. 어젯밤 와인을 마시면서 하나 둘 짐을 정리한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자도 여유로운 정도. 그래도 공항엔 일찍 가주는 게 마음 편하니까 늑장 부리지 않고 우버를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다행히 수속도, 택스 리펀드도 오래 지체되지 않아 커피 한 잔을 하며 여유를 부릴 시간은 되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여기서도 와인 한 병씩 까는 사람들. 나도 숙취만 아니면 한 잔 했다고! 무난하게 라테 한 잔과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출국 전에 현금을 다 없애버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16유로.
너무 일찍 왔나. 결국엔 게이트 앞에서도 기다림의 시간. 떠나기 전엔 파리에 도착하기만 하면 뭔가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생각도 산뜻하게 정리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물론 정리가 되지 않은 건 아니다. 막연하게 느껴 왔던 것들이 조금이나마 분명해졌으니까. 그럼에도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는 건 아마도 마음에 찌꺼기가 남아서겠지.
그리고 딱 두 달 후 나는 다시 이곳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다. 여행은 중독이라고, 파리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돼 바로 티켓팅했던 뉴욕행 항공권. 뉴욕의 계절은 가을이라지. 이번에도 나의 여행은 홀로다.
2개월 전보다는 한결 가볍고 산뜻해진 마음으로 이번엔 뉴욕이란 놈을 제대로 즐겨보자, 마음먹고 떠나본다. 둘이 아닌 홀로 걷는 뉴욕의 거리에서 더 많은 영감과 새로운 흥미가 다가오길. 아니 다가올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