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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n 25. 2022

당신이 이혼한 이유

이혼을 고민 중인가?

재혼할 누군가를 찾고 있는가?

자식이 한부모가정의 자녀가 됐거나 앞으로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픈가?

무엇보다 비바람 속을 우산 하나 없이 견디며 걸어가야 하는 당신의 인생이 외롭고 힘든가?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결혼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 선택한 결혼.

그렇다면 이혼으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산 너머 산이라고, 이혼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꼬인 매듭을 풀어가야 하냐고?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너 자신을 알라”     


먼저 당신이 왜 결혼했는지, 왜 이혼하려 했는지, 상대가 아닌 나로부터 답을 찾아가야 한다. 남편이, 아내가 잘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그만 대기를 바란다. 상대가 잘못했다는 것은 나의 판단일 뿐이다. 당신의 혈육과 친구들이야 당신 편을 들겠지만, 그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우리 주변의 그 누구도 부부간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폭력이나 지속적인 불륜 등 법적인 귀책사유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루빨리 이혼하기를 추천한다. 그처럼 운 나쁜 경우 이혼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기에, 여기서는 소위 ‘성격 차이’로 이혼하려는 평범한 운을 가진 당신이 가정법원으로 달려가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대부분의 이혼 사유가 ‘성격 차이’다. 성격이 뭐 얼마나 더럽고 별로기에?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생활도 무난히 하고 그리 재수 없지도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혼 딱지를 붙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나는 어떤 성격인지부터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혼 후 재결합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이혼도장을 찍으면 이전과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우리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그래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소한 것에 과민반응하고, 과거의 일에 대한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밤에 잠 못 들고, 자잘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자신에 대해 뿌리까지 알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설령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아도 겉으로 드러난 성격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이미 습관이 되었고, 당신은 습관의 노예기 때문에.


인간의 무의식에는 트라우마와 자격지심이 가득하고, 어쩌면 그것이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한 쌍의 부부가 백년해로 한다는 점이 오히려 기적이다. 얼마나 자신을 내려놓고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을지, 배우자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수십 년을 동고동락 하느라 얼마나 힘겨웠을지, 그 부부의 여정이 안쓰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물론 이혼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판단인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혼'이라는 낙인이 수치스러워서, 자녀를 이혼가정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서,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또는 여러 가지 말 못할 이유들로 남보다 못한 사이지만 함께 하는 소위 '쇼윈도 부부'도 많을 것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면 이런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상담이 꽤 많다. 남들의 얽히고 꼬인 이혼사를 듣다보면 ‘나는 이 정도만 하니 다행이구나’ 싶은 묘한 마음마저 든다. 대체로 법륜스님의 대답은 이렇다.     

"그걸 왜 결혼 한번 못 해본 나한테 물어보나? 결혼해봤다고 자랑하나?"      


그러면 강당에 모인 대중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어서 하시는 말씀은      

“그렇게 싫으면 이혼해!”     


그러면 상담자가 되묻는다.          

“애는 어떡하고요?”

“애는 고아원에 맡기면 되지”

“불쌍해서 어떻게 맡겨요?”

“그럼 애 핑계대지 말고 그냥 살아”          


법륜스님의 말씀은 이런 것이다.          

“한 생각을 돌이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가령, 불륜을 저지른 남편 때문에 이혼하고 싶은 아내가 있다. 그러나 아내는 이혼할 용기가 없다.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남편으로서는 최악이지만 아이 아빠로서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때 스님은 이혼하지 못하면서 괴로울 거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내 지분이 제일 크다'     

남편이 어떤 여자와 바람을 피우든, '남편'이라는 회사의 가장 큰 주주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이혼하지 못하겠다면 그렇게라도 생각을 바꾸어서 괴롭지 말고 살라는 뜻이다. 


이런 식이라면 길거리에 지나가는 누구든 붙잡아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 상식과 욕망을 버리고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러나 이처럼 한없이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나 스스로에게나 내 자식에게도 화날 때가 있는데, 배우자의 잘못에 ‘화가 나지 않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생각을 바꾸어서 괴롭지 않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내공을 쌓지도 못했다. 둘 중 하나라도 해결이 됐다면, 지금 이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미혼이라면, 결혼을 서두르기보다는 자기에 대해 질문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기를 바란다. 이혼 전이라면, 내 마음의 내공을 어디까지 쌓을 수 있을지 ‘마음공부’부터 해보고 이혼을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이혼했다면, 당신은 운이 좋다. 고통을 겪어본 자는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으니까. 이혼 다음에 찾아올 행복을 위해 먼저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천천히 ‘내 안의 나’와 친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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