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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n 29. 2022

"이혼하는 사람들은 특징이 있더라"

최재천 교수님의 '미신을 믿는 이유'

"이혼하는 사람들은 특징이 있더라?"

"어떤 특징?"

"좀 자유로운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냥 결혼하기 전부터 이혼할 것 같은 성격이 있어"


10여년 전, 20대 후반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지금도 가장 믿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이혼 직후나 이혼을 거의 결정했을 때쯤 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말끝을 흐렸고,  평소 그 친구의 품성을 알기에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님을 바로 알았다.

하지만 이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혼한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서술형 문제>

(질문) '나쁘지 않지만, 이혼할 것 같은 성격'을 고르시오.


(1) 상종하기 싫을 만큼 재수없지는 않지만,

    자기 위주로 사는 사람.

(2) 자유로운 삶의 방향성을 갖고 있어서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

(3) 어른들이 말하는 진국이 아닌 사람.

(4) 연애하기는 좋지만 결혼하기는 싫은 사람.

....


(보기)를 더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여기까지 하겠다.

정답을 골라보자.

음...

내가 보기를 써서 그런지 모두 그럴듯해 보인다.

아마 사람마다 고르는 답이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왠지 내 마음이 끌리고,

믿음이 가는 답이라고 할까?

마치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나 미신처럼.


오늘의 운세나 별자리 운세, 혈액형별 성격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누구에게나 100% 맞는 것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어쩐지 나와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운세가 좋은 날은 로또도 사보고,

소개팅 자리에 바람둥이 타입인 B형이 나오면

어쩐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미신을 믿을까?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를 구독 중인데

사람들이 왜 미신을 믿느냐에 대한 답을 해주셨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신을 믿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미신을 믿을만한 사람들이 진화 과정에서 생존했기 때문에!"


원시시대로 돌아가보자.

[풀숲을 혼자 걷는데 뒤에서 나뭇조각 밟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바로 도망간 원시인은 살았고,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주춤한 원시인은

짐승에게 잡아먹혔다.]

이런 시나리오가 써지는 것이다.


작은 발소리의 정체는 어쩌면 위험하지 않은 작은 동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앞뒤 가리지 않고

무서운 짐승을 상상하며 냅다 도망친 원시인은

좀더 생존할 확률이 높았고,

우리는 대부분 그런 원시인들의 후손인 것이다.


이혼한 사람에 대한 편견도

저 '나뭇조각 밟는 소리', 미신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주변에서 '카더라'고 하니 왠지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것.

이제 인류가 과학과 이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머릿속으로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작은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가 미신을 믿는 원시인의 후손인 것을.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는 점점 더 원시시대로부터 멀어져가고 있고

세상은 점점 더 합리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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