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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Sep 01. 2022

이혼할까, 말까? 선택이 힘든 당신에게



혹시 우유부단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거나, 스스로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사실 복잡하고 빠르게 팽팽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우유부단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어떤 일을 해야 돈도 잘 벌고 행복할까? 계절이 바뀌어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떤 브랜드와 디자인의 옷을 살까?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별로 없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잡는 것,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에 몇 번의 실패를 겪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선택에 앞서 고민이 많아진다. 어떤 선택을 해야 최선일까? 사소한 선택의 기로에서도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과하게 써버린다. 만약 선택을 하기까지 기한이 주어진다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룬다.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단칼에 무 자르듯, 번갯불에 콩 볶듯 급하게 선택한다. 최대한 오래 시간을 끌었으면서, 정작 선택의 결과는 그리 마음에 차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우유부단함이 나의 습관이 되어 '결혼'과 '이혼'과 같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조차 마지막까지 선택을 미루다가 '점심 메뉴' 선택하듯 막판에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첫 번째 이유는 당신이 '욕심쟁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너무 욕심이 많다. 1번 선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도, 2번 선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도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저울질만 하느라 정작 진정한 고민은 하지 못한다.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버려가면서 가지치기를 해나가야 하는데 모두 저울에 올려놓고 놓지를 못한다.


사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공지능처럼 논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불안감과 그날그날 감정의 변화가 '선택'에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살아있는 한 반드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한다.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 최고의 선택을 해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조언은 참고해야할 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선택을 미루고 싶고, 때로는 나보다 현명한 누군가가 선택을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의존적인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왜 그럴까? 두 번째 이유, 당신은 '책임감'이 없기 때문이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지기가 싫고,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 두려운 것이다.    


이처럼 선택을 질질 끌다가 막판에 급하게 결정하고 나면, 마치 실과 바늘처럼 따르는 일이 있다. 바로 선택을 바꾸는 것이다. 결혼을 선택했는데 별로더라, 이혼으로 변경한다. 이혼을 선택했느데 힘들더라, 재혼을 결정한다. 이런 패턴은 결혼과 이혼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도 일어난다. 옷을 사고, 마음에 안 들어 환불한다.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막상 당일이 가까워오면 마음이 바뀌어 약속을 취소한다.


우유부단함, 판단을 미루는 습관, 또 그 판단을 뒤집는 버릇...이와 같은 패턴이 생겨버리면 인생이 점점 더 꼬여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살아갈수록 선택할 일들이 자꾸 생겨나는데, 그 선택은 늘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당신은 경로를 틀어버릴 테니까. 남들은 선택을 통해 직선으로 쭉쭉 나아가는 것 같은데, 당신은 선택이 잘못되어 자꾸 빙빙 돌아가느라 한참 뒤처진 듯한 기분을 어느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우유부단한 성향이거나, 이미 이런 패턴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인생의 방향이 좀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바꿀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이 머리가 나쁘거나 바보라서 좋지 않은, 혹은 마음에 안 드는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이런 습관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당신이 '거절'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라. 일에서나 인간관계에서 당신의 의견을 확실히 밝힌 적이 있는가? 사귀던 사람이 결혼하자고 했을 때, 또는 나이가 결혼적령기가 되었을 때, 결혼해야 하나보다....하고 주어진 것에 순응하듯 결혼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의 기준이 없고 거절을 잘 못하면 남의 제안, 남의 선택에 흐르는 대로 따라가버리게 된다.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들었다.

"남 신경쓰지 말고 내 장단에 맞춰 춤춰라. 그렇게 춤추다보면 옆에서 같이 춤추는 사람들도 생긴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르신들 말씀은 우리가 아직 겪지 못한 수많은 경험들에서 나온,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의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데, 선택에 서투른 사람들은 거절을 잘 못하고 남의 장단에 따라가다가 결국 자기 삶의 중요한 선택조차 남에게 미뤄버리거나 시간을 끌다가 대충 해버리는 습관이 생긴다.


정신과전문의 양재웅 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거절은 자기의 인생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거절을 못하면 자기의 삶을 지킬 수 없다. 남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게 된다. 당신은 뒤늦게 선택의 방향을 바꾸려고 해보지만 그런 것들이 반복될수록 당신의 인생은 꼬여간다. 당신이 확실하게 거절하고 주장을 밝히지 못하면 방어막을 침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밟을 수 있는 땅은 점점 더 좁아지고 당신의 인생 또한 점점 더 불안해진다. 자신감을 잃을수록 당신은 더욱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더 빨리 '거절'을 배워야 한다.

존스홉킨스대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님은 이런 말을 했다.

"거절이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거절이 기본이고, 내 마음이 분명히 허락할 때 비로소 수긍해주는 것이다.

거절을 하려면 상대방의 제안에 수긍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버릴 수 있어야 하고, 거절했을 때 따르는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즉, 우유부단함의 원인인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이처럼 '우유부단함'과 '거절 못함'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아직 '거절하는 법', 즉 '선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결혼도 이혼도 미루기를 추천한다. 누군가의 제안이나 주변의 상황에 순응해서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당신은 후회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후회, 이혼하고 후회, 재혼하고 후회한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일단 멈추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변이 어두운데 눈앞의 불만 보고 뛰어들다가는 불나방 같은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글이 길어졌다. 지금 이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인가? 당신이 스스로의 장단에 춤추고, 누구의 뜻에도 휘둘리지 않고 혼자 결정할 의지가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에 대해 다음 편에서 좀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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