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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l 16. 2022

재혼은 신중하게

"그래도 경력자는 유리하다"

이혼을 고민 중이거나 이혼한 당신이라면

재혼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혼'이라는 힘든 과정도 겪어냈고

'전 배우자'라는 독특한 인간 유형을 겪어본 후

사람을 거르는 눈도 생겼으니

신중하게 고른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판단력이 없어 결혼하고, 기억력이 나빠 재혼한다고도 하는데

결혼과 재혼은 그렇게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내 혈육이 아닌 아이의 양육, 전 배우자들과의 관계,

내 친자녀과 내 핏줄 아닌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분배,

초혼에 이어 재혼까지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처음 결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기에

재혼은 결혼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다.


이혼에 관한 책들 중에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물론 훌륭한 내용이겠지만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나라면 제목을 이렇게 살짝 바꾸고 싶다.

<결혼은 대충, 이혼은 신중하게, 재혼은 더 신중하게>


첫 결혼을 꼼꼼히 따져서 신중하게 하는 경우도 많겠으나

대체로 첫 결혼은 결혼 적령기에 만난 적당한 사람과 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대충'하지 않으면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결혼' 아닐까?

외모, 나이, 학벌, 직업, 집안, 재산, 성격, 취향, 가치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추려고,

아니 개중 몇 가지라도 내 마음에 쏙 들게 맞추려다 보면

소위 결혼적령기가 훌쩍 지나 있을 확률이 높다.

물론 나는 결혼에 적령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안 하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고.

가끔 곧 결혼한다는 커플이나 신혼부부를 보면 한동안 속 좀 썩겠다 싶어 웃음 반 걱정 반이 되기도 하니까.

아이를 낳고 싶다면 여성의 경우 폐경기 전까지는 해야겠으나

인간은 타고나길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기에

상대방과 맞출 줄 알고,

관계의 흔들림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을 줄 알게 되려면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멍들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도 너무 따지지도 말고,

혼란한 세상에서 어느정도 홀로 설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마음 맞는 사람과 느긋이 결혼하는 게

이혼 가능성을 낮추는 소소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대충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면,

이제 당신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라는 역할이 당신 인생의 중점이 되어야 한다.

이혼 후의 삶이 결코 쉽지 않고

아이가 있는 경우 반드시 죄책감이 따르며,

재혼은 훨씬 어렵기에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가능한 첫 결혼을 유지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더라", "돌고돌아 처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가 범죄자나 불륜이 아니라면,

결혼생활의 유지 여부는 99% 당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이혼을 생각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가능한 오래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신중해야 할 이혼보다

훨씬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재혼이다.

실제로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유명 이혼전문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재혼은 거의 100% 실패한다"

고 한다.

여러 원인 중에 가장 큰 원인은 자녀들에 대한 재산분배 문제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친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재혼 사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정작 재혼 후 산너머 산의 고통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

초혼과 달리 재혼한 부인에게는 재산관리를 맡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역시 재혼한 부인에게 돈을 맡길 경우

재혼 처의 친자녀와 비교해 자신의 친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이 덜 가게 될까 우려한 결과 것 같다.

남자가 재혼하려는 이유는 요리나 빨래를 해줄 여성이 필요해서라는 경우가 꽤 많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을 위한 요리, 청소도 못하고 남에게 기대 살다가 죽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해줄 사람을 돈 주고 고용하면 될 텐데 그조차 쉽지 않나보다.

그저 사랑해서 재혼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처럼 삶에 홀로서지 못한 상태에서 이기적인 필요에 의해 선택한 재혼이라면 200% 다시 가정법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혼이 아무리 어렵다해도

생판 모르는 남과 갑자기 가족이 된 아이들만큼 힘들까?

사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어른에게 의존해야만 하기에  성장 자체가 어른의 사랑을 얻기 위한 생존싸움이다.

아이에게 바라지 않고 그저 사랑을 주면  아이는 생존을 위해 다툴 필요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아닌 아저씨, 친어머니가 아닌 아주머니,

내 형제가 아닌 아이와 한 집에 있는 것은

가정에서의 편안한 휴식이 아닌 눈치싸움, 생존전쟁으로 변질될 확률이 높다.

재혼한 아내나 남편은 당신에게나 좋은 사람이지     

아이에게는 말 그대로 '남'이고,     

그것도 친엄마나 친아빠의 온전한 사랑을 자기로부터 빼앗는 세상 불편한 '남'이다.        

재혼 가정의 아이는 부모로부터 온전히 받아야할 사랑과 경제적 지원을

아저씨나 아주머니와, 그리고 반쪽 핏줄 혹은 다른 핏줄의 아이와 나누어가져야 한다.

특히 부모의 사랑으로 자라는 어린 자녀나 부모의 사랑으로 다독여야 할 사춘기 자녀의 경우 재혼가정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엄마, 아빠가 재혼해서 행복하니까 나도 좋아"

부모의 인생을 배려할 수 있을 만큼 다 큰 성인 자녀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가 이런 말을 한다면

그것은 부모를 위해 불편함을 참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꼭 재혼을 해야겠다면

적어도 미성년자녀의 허락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선택으로 아이를 세상에 내놓았기에

아이가 성인으 자라는 기간 동안 당신은 '부모'로서

당신의 것이 아니라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혼의 실패를 딛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재혼가정을 이루는 이들도 있다. 혼전문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재혼부부 넷 중 셋이 이혼한다고 한다. 그 말은 넷 중 한 쌍은 가정을 잘 유지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행복한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몇 배로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남녀 양쪽 모두 미성년 자녀가 없다면,

원래 아이가 없었거나 아이를 성년까지 다 키웠다면

당신은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이를 성년까지 키웠다면 나이는 먹었겠지만 우리 인생에서 진정 기댈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면 바로 노후가 아닐까?

육아에서 자유로워졌다면 재혼도 삼혼도 사혼도 할 수 있다.

첫 결혼의 실패를 거름 삼아

오히려 더 현명하게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재혼의 경우 돈 문제가 향후 큰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재혼 전에 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한 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이혼인과 미혼인이 결혼하는 경우도 양가 부모가 심각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결혼시장에서 이혼한 사람의 가치를

미혼보다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큰데,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경험적으로도 그랬다.

10년 전, 내가 30대 초반이었던 때

사촌언니가 결혼이 늦어 고민이 많기에

"이혼한 선배가 있는데 소개해줄까? 사람은 아주 괜찮은데"

라고 했다가 괜히 사이만 멀어졌다.

사촌언니의 대답은 이랬다.

"난 미스잖아? 이혼한 사람들은 이혼한 사람들끼리만 만나면 좋겠다"

사촌언니의 처럼, 이혼인은 결혼시장에서 하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이 있고 실패할 수 있으며

충분히 오래 자기반성을 한 사람은 처음보다 더 잘할 수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동거를 오래 한 사람과 결혼생활을 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낙태를 선택한 미혼 남녀와 미혼모, 미혼부, 모, 부의 차이는 또 무엇일까?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과 찾아온 생명에 대해 책임감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재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했는데, 위험을 모르고 뛰어드는 것과 알고 뛰어드는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기에 위험한 면에 대한 생각을 주로 풀어보았다.  사실 이혼한 당신은 어떤 삶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날씨가  따뜻한 어느 지역에 멋대로 정착해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어디서나 경력자는 유리하다. 당신은 어떤 곳에 가야할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 신입보다 훨씬 잘 알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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