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패턴 깨부수기
아는 사람이 죽고 나면 갖는 '애도기간'이라는 게 있다.
이혼은 나 자신에게 있어 '배우자의 죽음'과도 같다.
보통은 스스로의 멘탈 관리를 위해
자연스럽게 이혼 후 애도기간을 갖게 된다.
짝이 사라졌으나 새로운 연애를 꿈꾸기는커녕,
친한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굴 속에 들어가는 시간이 찾아온다.
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격에 따라 애도기간이 다 다를 것이다.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그 기간동안 시간만 죽이게 될 수도,
혹은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배우게 될 수도 있다.
자 그렇다면, 애도기간은 얼마나 가져야 할까?
그리고 그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희한하게도 내게는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꼬인다는 것을.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관계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존경한다는
저명한 정신과의사를 일부러 찾아가본 적이 있었다.
왜 내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꼬이는지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속시원히 답을 내려주길 바라면서.
결국은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그의 답은
"원인을 알아도 못 고칩니다.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은영 박사의 육아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트라우마나 성격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데
이미 성인이 된 이상
어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우리에게는 원인을 제거해줄 보호자도 없으며
운 좋게 원인을 파악해도
습관 때문에 못 고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른이 된 우리에게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어떤 문제를 풀어갈 열쇠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습관을 고치고
패턴을 깨부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관계의 습관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당신은 지금껏 만난 상대 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골라 결혼했다.
가족을 꾸리고 평생 행복하게 살 줄 알았지만
이혼했다.
왜 이혼했을까?
배우자는 당신에게,
당신은 배우자에게 어떤 종류의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과거 연애를 돌이켜보자.
계속 만족스러운 관계였다면
그 연애는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연애에서 당신은 갑이었는가? 을이었는가?
어떤 불만 때문에 헤어졌는지 기억나는가?
관계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비슷한 인간관계 패턴을 겪는다.
만났던 사람의 외모와 나이와 성격 직업이 다 달랐으니
다른 사람들을 만난 것 같지만
그들은 모두 당신의 무의식 습관에 따라 끌린 사람들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그건 당신의 무의식이 그를 익숙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익숙한 방식의 만남과 관계를 반복한다.
그러니 우리는 근본적으로
똑같은 사람을 만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쁜남자나 여자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나쁜 관계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편안한 것만 찾게 되듯이
그런 유형의 사람과 계속 만나게 되고
무의식 습관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그 익숙한 관계가 자신에게 이롭고 만족스러웠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지속했을 것이다.
이별도, 이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익숙함이 우리에게
독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결혼에 실패했다.
당신은 습관에 따라 이미 이별이 예정된 만남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혼이든, 친구나 연인과의 이별이든
'관계의 죽음'에는 애도기간이 꼭 필요하다.
천천히 오래 애도기간을 가지면서
내가 무엇에 이끌리는지
어떤 관계에 익숙한지를 성찰해봐야 한다.
이혼 후 성급한 연애나 재혼이 실패하는 이유는
애도기간이 짧았거나,
애도기간 동안 당신이 풀어야 할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의 패턴 때문에 괴로운 것보다
외로움이 낫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당신이 불만을 느끼고 이혼한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의 인간관계 패턴에 의해
희생된 불쌍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동안 습관에 묶여 괴로워한 나에게도
너그러워지길 바란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고
내 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고,
내 머리도 쓰담쓰담 해주고,
내 눈에 좋은 것을 보여주고,
오늘 저녁 내 입에 맛있는 것도 먹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