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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Nov 24. 2023

바지락 캐스터네츠와 함께한 20주년.

바지락이 악기가 될 수 있었다니! 갑작스런 식당에서의 풍악~



욥과 내가 즐겨가던 바지락 칼국수집이 있다.

칼국수엔 바지락이 잔뜩 들어가고 김치와 부추겉절이가 참 맛있는 집이다.


본가에선 가깝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선 거리가 멀어 자주 갈 수 없는 곳이어서,

혹시 없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며칠 전 그곳을 지나가다 보니

다행히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젠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해 뒀던 추억의 칼국수 집.


우리가 데이트할 때 좋아하던 장소이고,

유난히 바지락을 많이 건져서 내 그릇에 담아주던 그날.

욥은 내게 해바라기를 건네며 고백했다.

그래서 우린 종종 그날 이야기를 하며,

"어쩐지 바지락을 유난히 많이 내 그릇에 떠 주더라!"하고 장난을 치곤 했던 추억이 가득한 장소였다.


올해에 들어서며 우리의 20주년인 그날만큼은 함께 재밌게 보내야지 하고

이야기만 하고 있었는데, 일정대로 우리가 그날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은 바로, 우리가 20년 전 서로의 연인이 되기로 약속한 날!


사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변수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 만큼

특별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특별한 것들을 하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기념일 아침이 시작되었고,

문뜩 바지락칼국수 집이 떠올랐던 우리는 내친김에 아침을 먹으러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20년 전엔 우리 둘이, 7년 정도 전엔 봉봉이와 셋이,

20년이 된 지금은 탱글이까지 해서 모두 넷이서.


다행히 문을 일찍 여는 편인지 이미 가족단위 손님들이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있었고,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먼저 나온 김치와 밑반찬을 먹어보니 똑같았다.

20년 전 그 맛 그대로!

왠지 잃어버린 젊음을 찾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두구두구 바지락 칼국수를 기다렸다 먹어보니,

세상에. 20년 전 그 맛 그대로가 아닌가!!

정신없이 나와 욥, 봉봉이는 칼국수를 먹었다.

탱글인 아직 호불호가 좀 있어 음식 먹으러 갈 때 아직은 좀 쉽지 않아서

탱글이 그릇에 칼국수를 덜어주곤 우리 셋은 정신없이 칼국수를 먹었다.


그런데 한참 열심히 먹는데, 어디선가.

딱!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하고 얼굴을 들어보니,

탱글이가 너무 해맑게 조개를 캐스터네츠처럼 들고

너무 진지하게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엄마! 이것 좀 바바요~ 이거 악기예요!" 하는데

순간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우리는 다 같이 폭소해 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추억의 바지락을,

먹는 데는 1도 관심 없고 조개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조개를 들고 있는 탱글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먹지도 않은 조개껍질들을 물컵에 곱게 씻어서

하나씩 나눠주기까지!

마지못해 받아서 먹다 말고 조개 캐스터네츠 연주도 하고,

탱글이 덕분에 한번 시원하게 웃고.


심지어 다 먹고 집에 갈 때 10개 정도를 챙겨서 집에 가져가야 한다기에,

곱게 조개껍질을 챙겨 와서 씻어뒀다.

우리의 바지락칼국수에, 하나의 이야기가 더 생겨서

더 특별한 바지락칼국수가 되어버렸다.


봉봉이는 그 리듬에 맞추어

가게 밖으로 나와서는 신명 나게 댄스까지 춰줬다는 것!


봉봉이와 탱글이 덕에 한층 즐거웠던 우리의 기념일.

20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 넷 함께하기를 바라본다!




너무 연주를 열심히 해서 다 부러져 버린 바지락 캐스터네츠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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