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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Oct 29. 2023

공 아니야, 먹는 거야~!

우리 집에 온 불쌍하고 예쁜 배.


며칠 전 우리 집엔 불쌍한 배가 다녀갔다.

그 배는 탱글이 어린이집에서 배 따기 체험을 다녀오며 직접 따온 배였는데. 달콤하고 시원하고 그야말로 과즙이 가득 차있을 듯한 탱글탱글 해보이는 예쁘장한 배는 탱글이 머리만큼 큰 배 였다.



집에 온 탱글이는 자기가 따온 배가 너무 좋은지, 어떤 맛이었는지 어떻게 따는 건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하지만, 그 예쁜 배의 운명은…



그 배는 나무에 달려 여름 내내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 예쁜 배가 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을 텐데. 우리 집에 온 배는,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너무 동그랗고 공처럼 생긴 바람에 탱글이가 공과배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매트로 된 바닥에 드리블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탱글이의 몸 비율에는 농구공정도로 느껴졌나보다.


“그거 공 아닌데..!!! 배는 공 아니야~~!!!”


 후다닥 말려보았지만 이미 개구쟁이 얼굴로 매트바닥에 배를 튀기고 있던 터라, 한발 늦어버렸다.


그렇게 자신이 공이 되리란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배는 불쌍하게도 한쪽 귀퉁이가 물렁하게 돼버렸고.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더 멍들어 버리기 전에 먹었는데, 세상에! 미안하게도 너무 맛있었다.


탱글이의 공이 되었던, 탱글이의 체험을 위해 우리 집에 오게 된 배의 기분은 괜찮았을까? 탱글이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귀여웠으나, 뒤늦게 글을 정리하다 보니 귀하게 대우해주지 못한 배한테 미안해진다.


탱글아 동그랗고 배가 공 같아 보이긴 하겠지만,

먹을 거로 장난치는 거 아니다!! 이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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