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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Feb 03. 2016

봉봉의 배변훈련 성공기

봉봉 응가 에피소드 / 첫 술에 배부르랴!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식사 시간이었다.

봉봉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조용한 아침의 평범한 시간이었다.


봉봉인 포크를 들고 조심스레 아기 돈가스를

집어서 가지고 놀고 있었고,

몸에 알맞은 사이즈의 그릇에 담긴 보리차를

정성스레 한 모금씩 먹었다.


평범한 아침식사 시간의 봉봉. 많이 차분해진 모습.


기분이 좋았던지 봉봉인 테이블 아래에서 신나게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러다 다 마신 컵을 내려놓고서는

"엄네?"라는 말로 다 마셨음을 알렸고,

어멈은 조심스레 디저트로 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올 것이 왔다.

왠지 딱 정말 그때라는 느낌이

어멈의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바로…응가!!!



"응---아."

"응? 봉봉아 응아 했어?"

"... ... ..."


'어머! 지금이야!'


어멈은 긴장됐고, 손놀림이 빨라졌다.

손을 빠르게 행주에 닦아내고,

봉봉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봉봉을 향해 달려가

의자에서 일으켜 세운 뒤

그녀의 엉덩이를 확인해야 했다.



두둥!

'없네??'

아무것도 없었다.

봉봉을 안고 (봉봉의 의사를 묻지 않고

열어본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며) 엉덩이를

열었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알록달록 몽고반점만이 보일뿐.


그 순간 뇌리에

'이때야!!' 하는 생각이 스쳤고,


기분좋게 후식을 먹으려던 봉봉이에겐 미안하지만,

봉봉의 바지를 엄청난 속도로 내려 버린 후

안고 화장실로 뛰었다.


"잠깐만!!!! 아직 안돼!!"

다행히 일촉즉발의 상황은 아니었다.


어멈은 사실 몇 주 전부터 봉봉에게 배변 훈련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 제법

‘응가'라는 표현으로 의사소통이 되고 있었기에

날이  따듯해지면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던 차에 기회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변기가 궁금한 봉봉이.


생각보다 갑자기 그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늘 화장실에 들어와도 세면대에서 손씻고 세수하고, 욕조에서 샤워하고 엉덩이 닦던 일밖에 없다가

변기에 생전 처음으로 앉아본 봉봉은 화장실이 마치 새로운 놀이터로 느껴지는 눈치였다.


봉봉네 화장실. 어멈은 긴장되고, 봉봉은 즐겁고.


변기 옆에 놓여있는 세탁기도 한번 만져보고,

이런저런 버튼도 눌러보고.

변기 옆 세면대도 한번 쳐다보고.


어멈은 빛의 속도로 봉봉을  들고뛰었으나,

봉봉은 왠지 차분하게 변기에 앉아

그 순간을 즐기는 눈치였다.


즉, 아직은 신호가 완벽하게 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봉봉의 작은 옆구리에 양손을 넣어 붙잡은 채

변기에 앉히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봉봉이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특히 변기에 앉은 봉봉의 두 다리는 바닥에 닿지도 않을 정도로 작으면서 변기 위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모습이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다.


자기도 응아 해보겠다고 변기 위에 앉은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렇게 그 순간! 갑자기 늘 응가를 할 때 봉봉이가 힘을 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음 순간 "똑!" 하는 소리와 함께.

봉봉의 첫 응가가 변기에 떨어졌다.


"아구아구 대견해라!! 봉봉아 잘했어!!!

변기에 응가했어? 아이고 잘했어 정말!

우리 봉봉이 다 컸네! 자 더해~ 응--아! 응---아!"

이렇게 어멈의  호들갑스러운 칭찬세례가 이어지고,


봉봉은 몇 차례 힘을 더 주어 모든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안뇽-!"과 함께.


봉봉에게 응가 마무리를 해준 뒤에

더 많은 칭찬으로 첫 응가 사건은  마무리됐다.


원래 자기 자식은 응가도 더럽지 않다더니.

어멈은 봉봉이 떠난 자리를 욥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뒀다가 아무래도

봉봉에게 실례인 것 같아 삭제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봉봉에게도 인권이라는 것이 있으니.


이상하게도 첫 변기응가를 한 봉봉이가

처음 한 발을 떼서 걸었을 때만큼

신기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뭔가 변기에 앉은 봉봉이를 붙잡고 있을 때, 온전히 어멈에게 의지한 봉봉의 작은 몸이

너무 귀여웠다.


그 일이 벌써 3일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 다음날과 어제는 실패.


어멈아, 마음대로 안된다.


오늘도 "응---아."해서 봉봉을 들고뛰려고 안고서 엉덩이를 봤는데,

웬걸. 이미 일은 다 벌어져 있었다.

배변훈련, 이거 쉽지 않겠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봉봉과 화장실에서 맞는 새로운 시간을 즐겨봐야 할 것 같다.


상상만큼 봉봉의 응가가 귀엽지만은 않았지만.

다시만나길 기대하며.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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