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댕이와 산책 후에 종종 들르는 곳이 있다. 우리의 물 스팟이다. 산에서부터 흘러오는 물이다. 그 상류에 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지, 농약병이 굴러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번 마시다 보니 설사도 안 하겠다 계속 찾게 되었다.
숯댕도 앵두도 마시는데, 나도 마셔야지.
물 스팟 바로 앞엔 또 마당개가 있다. 1M 줄 바로 뒤에는 똥이 잔뜩 있었다. 추위에 덜덜 떨고 있어 민원을 넣었었다. 동물복지팀 공무원은 나의 민원에 대한 답변으로, 그 개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좌절한 나는 그 후로 그쪽을 가지 않았다.
오늘 가니 그 개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집 주변엔 똥이 잔뜩 있었다.
앵두는 불임 수술 후에도 쉼 없이 돌아다녔다. 자궁과 난소를 들어내는 개복 수술을 하고서도, 아물지 않은 상태로 온 동네를 걸어 다니고, 숯댕이의 산책에 따라왔다.
계속 걷고 또 걸어서 몸에 열이 돈다. 앵두가 보호처 개들과 싸워 울타리 안에 가뒀을 때, 앵두는 우뚝 서서 덜덜 떨기만 했다고 한다. 추위를 잊으려면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개복 수술 당일만 온열기가 있는 컨테이너 안에서 쉬었을 뿐(우리가 가뒀다), 둘째 날부터는 따뜻한 그곳에 들어오래도 거부했다.
앵두와 숯댕과 걸으면 나 역시 추위를 잊는다. 마당에 묶인 개들은 옷을 입혀도, 담요를 넣어줘도 떨 수밖에 없다. 추위를 잊으려면, 버티려면 걸어야 한다. 묶이지 않아야 한다.
오늘 물 스팟은 한파로 얼어 있어 물을 한 방울도 마실 수 없었다.
며칠 전.
그믐달에 폭설이 와서 동료가 트럭을 버리고 걸어 올라갔다고 했다. 트럭을 타지 못하면 약수통을 가득 채운 물을 현장까지 옮길 수 없다. 동료들과 밥을 먹으며 눈을 끓여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래저래 뛰다가 숯댕이가 눈을 먹는 것을 봤다. 아삭아삭.
눈 먹는 것을 처음 봤다. 꽤 많이 먹었다. 나도 바닥에 몸을 대고 입을 갖다 대었다. 며칠 된 눈인 건지, 딱딱한 얼음 알갱이에 가까워서 숯댕이처럼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겨우 조금 먹어보니 음, 얼음이네. 슬러시 같고. 들개와 고양이에 대한 걱정이 좀 줄었다. 농촌에는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으니.
이 눈이 우리의 물이라면, 다르게 대했을 것이다. 땅에 책임감을 가졌을 것이다.
“인간은 삶의 경험이 가장 적기 때문에 배울 것이 가장 많다고. 그들의 지혜는 살아가는 방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그들은 본보기로 우리를 가르친다.”
숯댕이, 앵두. 둘과 함께 어울리면, 인간이 만든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길’이 아닌 곳을 다니는 방법, 한파의 날씨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 대신 눈으로 수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 추위를 버티려면 계속 걸어야 한다는 것.
요 근래, 숯댕이는 산책 후 돌아가는 길, 바닥에 딱 붙어 버티곤 한다. 흰눈이를 만나러 가고 싶어서, 누군가 버린 음식물을 맛보고 싶어서, 다른 동물이 누고 간 똥을 탐색하고 싶어서, 더 걷고 싶어서.
숯댕이의 폭신한 정수리 털을 만지작거리면서 “마지막 산책이 아니야.” 여러 번 말했다.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