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11시쯤 나와 버스를 탔다. 음악을 들으면서 도로 풍경을 보며 멍 때리던 중, 무언갈 보았다. 맞나, 아닌가. 찰나의 순간 고민하다 내리기로 했다.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하기까지 꽤 많이 거리가 벌어졌다. 초조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렸다. 배낭을 메고 쿵쿵거리며 달렸다. 그 앞에 가서도 조금 긴가민가했다. 긴가민가한 건, 형체가 뭉개졌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바로 뒤에 있는 마트 주변을 수색하듯 박스를 찾았다. 레몬식초 세제 박스.
배낭을 내려놓고, 목도리를 풀고 대기했다. 초록불로 바뀌면 빠르게 해야 한다. 자정을 향하는 시간이었지만 차들은 꾸준히 있었다. 초록불을 기다리며, 차가 시신을 추가로 깔아뭉갤까 초조했다.
불이 바뀌었다. 시신의 사진을 찍고 목도리로 덮었다. 감싼 시신을 들어 올리려는데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물컹한 몸을 박스 안으로 옮겼다. 흩어진 살덩이들은 그대로 두었다. 차마 그것까지 수습할 수는 없었다. 투박한 수습이었다. 영화 <파묘>에서 보았던, 하나하나 소중하게 대우받던 인간의 시신과는 달랐다.
박스 안에 담긴 고양이 시신을 들고서 걸어갔다.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다. 흙이 있는 곳.
박스를 옮기고 가다 멈춰, 시신이 발견된 근처를 담당하는 돌보미에게 연락했다. 아는 고양이냐며. 그는 모르는 고양이 같다고 했다. 그 구역은 고양이에게 혐오적이기로 악명이 높았다. 돌보미도 고양이도 위태로운 구역이었다.
뭉개지지 않았던 부분이 꼬질꼬질했었다.
자정이 다 되었는데 그 주변은 가로등으로 꽤 밝았다. 마땅한 자리를 찾았다. 솔잎이 풍성하게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솔잎을 밀어내고 땅을 팠다. 발로, 손으로 파다 가방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 파냈다. 이 와중에도 사람들이 나를 볼까 두리번거렸다. 고양이 살해범으로 몰리는 거 아닌가, 사체 매장했다고 경찰이 오면 뭐라고 하지.
적당히 파낸 땅에 시신을 옮길 차례였다. 아까의 물컹했던 감각이 거북해서 박스를 기울여 몸을 쏟아버리듯 내려놓으려다, 무례한 것 같아 말았다. 덮어둔 목도리가 있어 다행이었다. 목도리로 감싼 채로 들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흙을 덮고, 주변의 마른 솔잎과 솔방울들로 덮었다. 솔잎이 이렇게 포근한 것인지 처음 알았다. 풍성한 솔잎이 고양이를 감쌌다. 고양이의 시신에게 친절한 것은 흙과 솔잎뿐이었다.
묵념을 하고, 절을 했다. 한 번 하고 두리번 또 한 번. 내가 봐도 너무 수상해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자정에 땅을 파서 고양이를 묻고 절을 하는 여자는 이해받기 어렵다.
오늘은 화천에서 산천어 축제가 시작되었다. 나는 가지 못했다. 부채감이 들었다. 오늘 그곳에서 죽은 물살이들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내가 방금 묻은 생명과 다를 것 없는 생명들이 웃음 속에서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