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담당 구역에 언젠가 나타난 전신 줄무늬 고양이. 몸이 딱딱하고 힘이 셌다. 모든 고양이가 긴장해서 경계하는 전형적인 알파였다. 통통한 살과 근육을 가진 밍키는 유연성은 조금 부족해서, 언제나 똥을 조금 달고 다녔다. 그를 만나면 종종 똥을 떼어주곤 했고, 나는 한동안 그를 호랑이라 불렀다.
얼마 후, 하양이 은신처에서 고작 30초 거리의 카페 마당에, 대궐 같은 집도 있는 고양이 ‘밍키’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길에서 살던 밍키를 카페 사장님이 본격적으로 돌보면서 밍키는 그곳에 반 상주하는 고양이로 살았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고양이였고, 그의 통통한 몸은 주민들로부터의 돌봄을 상징하고 있었다.
밍키는 내 담당 구역으로 자주 놀러 오곤 했다. 안타까운 건, 다른 고양이들은 밍키를 너무 무서워했다는 것. 밍키는 불청객이었고, 카페 사장님은 종종 밍키가 다른 고양이들을 괴롭힐까 일을 하다가도 출동하곤 했다. 사장님은 조마조마했지만 나는 시트콤 같았고, 밍키가 얄밉다가도 반가웠다.
돌봄 단톡방에서 카페 사장님이 밍키가 귀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톡방이라고 해봤자 세 명 뿐이지만) 영역 동물이라는 고양이는 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는데, 이번에도 잠시 구경 다니는 것이라 믿었다.
그간 그렇게 믿으며 기다렸던 고양이 셋이 돌아오지 못했음에도.
개농장 개들, 이제는 오복, 꿀비, 새나, 보담, 힘찬을 새로운 곳에 이주시킨 다음 날 아침, 온몸이 뻐근해 누워있었다. 카톡 방에는 시청에 로드킬 신고가 들어온 것이 있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사고 지점은 포포가 차에 치여 죽은 왕복 8차선 도로였다.
잠시 후,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은 오열하고 있었다. 사진을 받았는데 밍키인 것 같다고. 귤박스에 담긴 귤을 다른 박스에 쏟아붓고, 귤박스 안에 담요를 넣었다. 밍키 몸에 비해 조금 작은 박스였지만 일단 챙겨서 집을 나섰다.
담당자들에 의해 수습된 밍키의 시신을 사장님이 카페로 옮겼다고 했다. 카페로 가자, 다른 돌보미 분이 앉아 울고 있었다. 무릎 위엔 파란색 종량제 봉투가 있었다. 밍키였다.
혹시나 시청에 연락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갔을 시신이었다. 우리는 길에 쪼그리고 앉아 밍키를 쓰레기봉투에서 꺼냈다. 하반신과 얼굴이 뭉개져 장기가 흘러나와 있었다. 밍키는 목걸이를 하고 다녔는데, 목걸이가 없었다. 사장님은 누군가 밍키를 친 다음, 목걸이를 제거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거리에 사는 그냥 고양이와 인간 보호자가 있는 고양이는 ‘다르니’까.
대낮의 공원에 밍키를 묻을 수는 없었다. 사장님은 화장을 하겠다고 했다. 카레의 장례를 치른 화장터에 연락하자 밍키의 몸무게를 물었고, 감이 없는 나는 8....9kg 이라고 자신 없이 말했다.
화장터에서는 7kg이 넘는 고양이는 화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길고양이라 정확한 체중을 모르고, 차에 치인 시신이라 다 수습이 안 되어 더 적게 나갈 수도 있다고. 사장님은 7.4kg이라고 했다.
밍키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고 박스에 넣었다. 어른 여럿이 모여 울고 있자, 지나던 어린이들이 궁금해했다. 밍키를 안다고 했다. 밍키가 죽었다는 말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어린이들은 밍키에 인사를 건넸다. 밍키는 이 동네 이웃이고 주민이었다.
화장터에 도착하자마자 한 첫 번째는, 밍키의 체중을 재는 것이었다. 6kg이 나왔다. 피도 살점도 잃은 밍키는 작아져 있었다. 관에 담긴 밍키의 발을 사장님이 만지작거렸다. 발톱을 잘라준 발.
무명의 고양이에도, 카레에도, 밍키에도 언제나 할 수 있는 말은 고생 많았다는 말 뿐이다. 이런 폭력적인 세상에서 사느라, 도로에서 무서웠을 것이다.
추운 날엔 카페 안에 밍키를 가두고 퇴근하는데,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밍키가 나가고 싶어 해서 가두지 않았다고. 그 후로 사라졌던 밍키였다. 사장님은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화장이 끝난 후, 밍키는 유골함에 담겨 차에 실렸다. 사장님은 조수석에 밍키의 유골함이 담긴 작은 쇼핑백을 내려놓고, 소중하게 안전벨트를 해줬다. 며칠 동안 카페 안에 밍키의 유골을 둘 것이라고 했다.
화장터를 오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사장님은 종종 흐느꼈다. 카레를 화장하러 가던 날과는 사뭇 달랐다. 아프다 떠난 카레의 장례는 슬펐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밍키가 여러 번 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아프게 했다. 하반신과 머리가 뭉개져 있었다.
카페 한쪽에는 밍키의 물건들이 잔뜩 있다. 사장님의 일터고, 밍키의 집이었다. 돌보는 이들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늘어지게 낮잠 자는 밍키와 인사하던 곳이었다. 밍키 없는 그 공간에서 사장님이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돌보는 이를 돌봐야 할 것 같았다.
저녁이 되자, 단톡방엔 다시 사장님의 메시지가 울렸다. 오늘 당번이 사장님이었다. 상을 치르고 살아있는 이들을 또 돌보러 갔다. 돌보는 이도 돌봄이 필요하다.
장례로 밀린 일을 처리하고 퇴근하는 늦은 밤.
횡단보도에 깔린 새의 시신이 보였다. 납작하게 눌러붙은 새는 얼마나 많이 깔렸나. 수습할 의지도 들지 않았다.
도로는 동물을 잡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