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공개/검색허용 SNS는 신입사원에겐 독약.
첫 출근 이후 며칠간은 큰 탈 없이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크게 바라는 것도 없거니와, 아는 게 있어야 일을 시키지. 사무실에서 신입사원 교육과 눈치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던 중, 하루는 PL(Part Leader)인 J책임님의 호출을 받았다.
"H, 커피 들고 따라와."
우리 팀은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호출은 늘 커피와 담배가 따라다녔다. 나는 비흡연자였기에 사무실 책상 위엔 담배 대신 맥심 커피믹스와 종이컵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때도 역시 부리나케 들고는 J책임님의 뒤를 따랐다.
"H, 니 블로그 하나?"
"어? 어떻게 아셨어요?"
책임님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해맑게 대답했다. 블로그 하니까 한다고 얘기했지,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걸 아신 게 더 반가웠을 정도. 허나, 그것은 아주 큰 잘못이었다.
"야, 너 말이야. 그런 거 막 올리면 안 돼."
"어... 어떤 말씀이신지?"
분위기는 순간 냉랭해졌고, 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지 못했었다. 눈치 없기는.
"니 블로그에 뭐 우리 회사가 어쩌니 저쩌니 이런 거 써놨대?"
몽둥이로 머리통을 한 대 맞은 것 마냥,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아차 싶었다. 그간 취업을 준비하면서 취준일기와 기업정보 등을 블로그에 간단히 써놨었고, 취업에 성공한 이후의 일도 당연히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편하게 써놨었다. 당시엔 블로그 이웃도, 방문자수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공개범위는 '전체 공개'로 설정해놨었고, 심지어는 검색허용/비허용 설정이 있는 줄도 몰랐다. 뭐 배경이야 어찌 되었건, 입사 직후 너무 기쁜 마음에 내가 어떤 회사에 입사했고,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조금은 조심스러울 수 있는 고객사 정보도 일부 포함된 내용을 썼었다. 며칠 뒤 그러니까 이날 오전, 팀장님이 우연히 회사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해보았고, 공개범위 '전체 공개'와 '검색 허용'으로 설정되어 있던 내 블로그를 발견하신 것. 당연히 내가 쓴 포스트도 읽어보셨고.
"그거 빨리 지워라. 아까 팀장님이 그거 보고 식겁해서 바로 내 불러서 얘기했다. 뭐 니가 개인적으로 쓰는 거야 간섭하진 않겠는데, 회사 관련된 내용은 진짜 나중에 큰일 난다이."
"아, 네네. 죄송합니다. 문제 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얼굴이 벌게지면서 '와, 이거 찍혔다'라는 생각이 번뜩 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뭘 안다고. 회사가 어떻고, 어떤 제품을 만들고, 연봉이 얼마고, 복리후생은 어떻고, 이런 얘기를 버젓이 블로그에 올린다면 결코 곱게 볼 수 없다. 나 같아도 그렇겠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글 내리겠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블로그에 접속해서는 문제의 그 글을 내렸다. 그때까지 블로그에 쓰는 포스트의 공개범위 설정이 가능하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처음 알게 된 나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해당 글을 '비공개'에 '검색 비허용'으로 바꾸어놓았다. 돌아온 사무실에서는 대역죄인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찍혔다'는 생각뿐.
"마, 니 뭔 일 있나?"
"아, 아뇨. 괜찮아요..."
옆자리에 앉은 사수의 질문에도 그저 괜찮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한동안 팀장님과 책임님은 그 일을 모른 체 해주셨고, 내 머릿속에서도 점점 잊혀갔다. 물론 그것도 잠시였지만 말이다. 한두 달 뒤, 책임님은 그때의 일을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재밌는 이야기인 것 마냥 얘기했다.
"H 블로그 한데이."
"오올, 니 블로그 하나?"
"그 블로그에 막 회사 얘기 써가꼬. 크크크"
"아, 아니예요..."
"팀장님이 그거 보고 완전 눈까리 뒤집히가. 크크크. 파워블로거다, 파워블로거."
그때부터 팀원들은 나를 종종 ‘파워블로거’라 부르곤 했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래도 그 일로 교훈 하나를 얻게 되었다. SNS 계정은 절대 오픈하지 않아하 하고, 회사 얘기는 절대 ‘비공개’로 써야 한다는 것. 그 뒤로는 블로그에 회사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쓰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써야 할 때에는 (예를 들면, 너무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 때의 하소연이나 뒷담화 같은 것들) 모두 가칭 또는 가명을 썼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게끔.
실수든 뭐든, 그렇게 나는 입사 일주일 만에 찍힌 신입사원이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되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직장생활에서 SNS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구태여 스스로 직장생활에서 발목 잡힐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