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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본쓰 Mar 18. 2021

4전 5기 브런치 작가 도전기.

(3) 브런치 작가 되기도 이렇게 힘든데!

 브런치를 책쓰기 준비 운동의 무대로 삼고, 우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았다. 시작은 작년 4월경 어느 월요일이었다. 그때는 아직 회사를 그만두기 전이라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에 짬을 내어 신청 절차를 밟았다. 신청 절차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작가소개 - 활동 계획 - 저장해둔 글 첨부 - SNS 주소 정도를 기입하는 것이었는데, 무리 없이 한 단계씩 술술 써내려갔다. 이내 브런치 작가 신청이 완료되었다는 화면이 나왔다. 

철이 없었죠, 브런치 작가에 다섯 번이나 도전할 줄은. 

 어떤 이유에선지 신청만 하면 바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될 줄만 알았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한 어떤 정보나 배경지식 없이 바로 도전했고, 여러 포털사이트에 '브런치 작가'라는 키워드로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다. 설령 부정적인 내용─브런치 작가에 여러 차례 도전했으나 쉽지 않았다더라는 식의 글─을 봤다해도 그 이야기는 내게 해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과 발표 메일을 기다리는 동안 내겐 기대감과 설렘만이 가득했고, '혹시나 떨어지면 어떡하지? 안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물론 그 생각은 불과 이틀 만에 완전히 엎어지고 말았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한 그 주 수요일, 오후 2시쯤 스마트폰 알림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에 대한 알림이 나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알림을 눌러 브런치 어플에 들어가니, 스마트폰 화면에 큼지막한 글씨로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안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잠시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기회는 아직 많으니 괜찮다고 나 스스로를 애써 위로했다. 그럼에도 오후 업무 시간 내내 탈락 문구가 머릿속에 맴돌았고, 왜 떨어졌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첫 번째 신청은 아무 것도 안 보고 그냥 떨어뜨리는 것 아닐까라는 의문에서부터 SNS 주소에 네이버 블로그를 쓰지 말 걸 그랬나, 첨부한 글을 너무 대충 써서 그런가, 작가 소개에 공을 들여야 하나 등등의 오만잡다한 생각이 다 들었다. 그 모든 생각이 다 맞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결론이야 어찌했든 결과적으로 첫 번째 작가 신청에 떨어졌다. 


 다시 신청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신청에는 건방과 자만이 머리끝까지 차있던 나였고, 그 어떤 신중함과 진지함이 없었다. 아마 신청서에도 그러한 생각과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왔었으리라. 그리하여 두 번째 신청은 몇 날 며칠을 공들였다. 신청서를 썼다 고치기를 반복했고, 네이버 등 여러 포털사이트에 '브런치 작가 신청', '브런치 합격' 등의 키워드로 여러 정보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만과 오만이라기보다는, 그에 무게를 조금 덜어낸 자신감이었다. 흥미로운 글감과 나쁘지 않은 글솜씨가 있으니 작가 신청을 하다보면 될 것 같다는 자신감. 

 두 번째 신청 역시 월요일에 이루어졌다. 조금 더 고민하고 나 자신을 드러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가소개, 한층 더 체계적으로 짜인 활동계획과 목차, 그리고 저장해둔 글감까지. '이 정도면 됐겠지'하며 신청 버튼을 눌렀고, 그로부터 사흘 뒤인 목요일에 신청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과연……?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또 떨어졌다. 첫 번째 신청 때보다 더 공들인 만큼 더 기대했는데, 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순간 마음으로 느낀 씁쓸함이 입 안에까지 가득 퍼지는 것 같았고, 가슴 속으로는 약간의 분노와 오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왜? 왜 떨어진 건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한만 더해 갈 뿐이었다. 

 

똑같은 탈락 메일을 4번이나 받았다니.

 호기롭게 시작한 브런치 작가 도전은 세 번째 신청에도, 네 번째 신청에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브런치에 글을 많이 안 써서 그런가,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붙해서 그런가 등의 탈락 이유에 대한 생각은, 그 무렵 내 글의 소재와 필력을 의심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또 브런치 플랫폼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누구는 단 한번의 신청에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고, 누구는 세 번 정도 떨어지면 네 번째 신청에는 붙는다고 하던데 나는 왜 계속 떨어지는 것인지! 책을 당장 내는 것도 아니고 고작 글쓰기 플랫폼에서 활동할 작가에 도전하는 것뿐인데! 

 연이은 작가 신청 탈락 소식에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은 떨어졌고, 브런치를 통한 책쓰기 준비 운동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점점 멀어져만 갔다. 한편으로는 '브런치 작가 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책 한 권 내는 작가가 되는 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달력은 4월에서 5월, 그리고 6월까지 넘어갔다. 탈락 메일에 익숙해져갈 때쯤 퇴사일이 다가왔고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퇴사하고 맞이한 첫 월요일. 늦은 저녁에 브런치에 글 한 꼭지를 써놓고는, 심혈을 기울여 다섯 번째 작가 신청에 도전했다. 다음날 오후, 퇴사의 자유를 만끽하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빨래를 돌리고 방으로 돌아와 메일함을 열었는데, 브런치에서 보낸 메일이 와있었다. 메일 제목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온 것이다! 

 직장 다닐 때는 그렇게 신청해도 매번 떨어지기만 하더니, 퇴사하고 나니 이렇게 단박에 붙을 수가! 그동안 겪어온 탈락의 쓴맛이나 아픔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엄청난 의욕과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네 번의 탈락 끝에 얻은 브런치 작가라 그런지 기분도 날아갈 듯 좋았고. 브런치 작가에도 선정되었으니, 이제는 진짜 글쓰기,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일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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