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해줘요.
우리는 살면서 어떤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땐 슬픈 노래보다는 아이유의 좋은 날이나 나이 좀 드신 분들은 이승환의 좋은 날을 떠올린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도 모르게 캐럴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몇 개월째 나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어릴 적 내게 언제나 빛 같은 존재였던 엄마.
엄마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엄마가 끓여주시는 라면도 맛있었고 설이면, 동생과 엄마와 함께 만두를 빚으며 여러 모양으로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아버지가 무서웠던 탓이었을까? 그래서 엄마는 내게 늘 다정한 분이셨다.
그런데 초등학교(국민학교) 4학년 또는 5학년 때였나?
라디오를 즐겨 듣던 나는 이상한 노래를 들었다.
어떤 여가수가 '엄마 왜인가요? 왜 이렇게 힘든가요? 가도 가도 끝이 없어. 울 수도 없어요'
라고 하며 다 큰 어른이 엄마에게 너무 힘들다고 지칠 대로 지쳐 처절하게 독백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꿈이 가수였던 나는 어른이 되면 당연히 tv에도 나오고 라디오에도 나오는 그런 멋있는 가수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꼬마가 뭘 알았겠는가? 세상은 사막처럼 황량하고 내리쬐는 태양이 그저 고통이 되어 버린다는 걸.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IMF를 맞았고 내 꿈은 이상이 아닌 그저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꿈'이 돼버렸다.
인문계 고등학생이던 나는 치과 기공사가 되었고 그리 힘없고 무기력한 사회생활을 하다 한 여자를 만나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결혼도 했다.
아이를 낳아 10년을 기르는 동안은, 난 가슴에 포근한 우주를 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철썩 같이 믿었던 사람은 내게...
9개월째 혼자 생활하고 있다.
시간을 견디는 게 너무 벅차고 죽을 맛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은 그나마 젖 먹던 힘까지 내며 버티고 있는 나를 더욱 쓰러지게 만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엄마 왜인가요? 왜 이렇게 힘든가요?'
하는 노래가 마음에서 계속 속삭이고 있다.
이제 칠순인 나의 어머니에게 마흔이 훌쩍 넘은 아이가 투정 부리고 싶고 그 작은 몸집에 안겨 펑펑 울고 싶다.
늘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섭고 잠이 들면 내일 또 눈이 떠질까 봐 무섭다.
"엄마. 나 사실 너무 아파. 그만하고 싶어. 사는 거. 미안해 엄마. 난 몰랐어.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멍청한 사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