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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12. 2018

당신이 알았으면 하는 그 마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Workflowy에 기록한 관람한 영화 리스트.


마치 영화에 굶은 사람처럼 4월에만 5편의 영화를 몰아봤다. 내일 볼 예정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더하면 무려 13일 만에 여섯 편을 봤다. IMAX로 보고 4DX로 다시 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부터 레이디버드까지 모든 영화가 좋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단연 콜미 바이 유얼 네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달에 한 번 CA 활동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다른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스토리가 또렷하게 기억나냐고? 아니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포기하고 중간에 나가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영화는 여백이 가득했고, 침묵의 시간들이 길었다. 지금 와서 본다면 달랐겠지만 그때의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당시 그 영화를 관람할 때 오직 관점은 남자들 간의 '동성애'였다. 동성애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니 다른 장점들은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2017


그때 색안경을 끼고 보던 고등학생은 12년 후 그때 그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볼 수 없었던 다른 장점들도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월의 힘일까?


알리오 올리오, 아니 엘리오 올리버. 자꾸 파스타 이름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극장 밖에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대답을 않고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했다. 맛있는 파스타처럼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일상에서 계속 여운이 감돈다. 특히 몇몇 장면과 함께.



#1.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

상대의 욕망을 확인한 순간 소심한 소년이었던 엘리오는 한껏 대담해진다.


#2. 바흐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바흐를 싫어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올리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엘리오의 일기장에서..)



#3. 아버지와의 대화


올리버 : 그런 아버지를 가진 너는 행운아야.


아버지_  둘이 서로를 찾은 건 행운이었어. 너도 좋은 사람이니까
엘리오_  올리버가 저 보다 더 좋은 사람 같아요. 저보다 훨씬
아버지_  올리버는 반대로 말할 걸.
엘리오_  그럴 것 같아요.
아버지_  둘 다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생각도 못한 순간에 세상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찾아내지.

             그저...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겠지.

             다시는 어떤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다거나 네가 가졌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 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그건 너무 큰 낭비야


            이거 하나만 기억하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다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4. Ending Scene

마지막 장면은 스티븐스의 Vision Of Gideon과 함께 들어야한다.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Sufjan Stevens - Futile Devices



한동안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 3곡이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열일할 듯 싶다. 영화가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관람할 생각이다. 마지막 엔딩 신에서 모닥불 앞에서 지그시 바라보던 엘리오의 표정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자세한 리뷰를 써볼까 했지만 작품은 도저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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