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Aug 28. 2018

나만의 서울숲이 숨 쉬는 공간,
얼리브라운지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1. 성수동 코워킹스페이스 얼리브라운지


 카페를 가면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특정 시간에 내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나머지 비어있는 공간은 다른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 카페를 선택한 것은 온전히 내 자유의지였지만 그렇다고 분위기까지 선택하지는 못한다. 어떤 날은 도서관처럼 한 없이 조용하고, 어떤 날은 시장바닥처럼 시끄럽다. 카페가 떠들 수 없는 공간도 아니라 떠드는 사람에게 조용해달라고 말하기도 참 난감하다. 용기 내서 말한다 한들, 내 돈 내고 수다 떨러 왔는데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면 도서관 가라고 반응을 보이면 딱히 할 말도 없다. 서로 감정만 상할 뿐이다.


 종종 중요한 작업을 처리해야 할 땐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이용한다. 평소처럼 카페에 가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분위기에 모험을 걸기보다, 조용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조금 비쌀지라도 대부분 커피가 무료 제공되고, 밥 먹으러 가면 짐을 챙기고 나와야 하는 카페와 달리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분위기에 '감정 비용'을 치를 생각까지 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 찾는 코워킹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바스락 모임을 3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모임 공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지난 몇 년간 강남에서만 20~30군데의 모임 공간을 이용해볼 정도로 공간에 대한 경험 데이터도 제법 쌓였는데, 가격이 비싼 공간은 어느 정도 퀄리티가 비례되긴 하지만 또 모든 곳이 그렇지도 않아서 '아, 정말 공간마다 다 다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들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1



 작업, 모임, 코칭 등 여러 목적으로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스페이스클라우드를 사용하곤 했는데,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마침 지난 7월 도시 작가 시즌1을 모집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약 4달간 스페이스클라우드가 제휴한 로컬 공간을 경험해보고 작가의 시선으로 후기를 남기는 프로젝트였다. 그렇지 않아도 공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취업할 때 자소서 쓰는 것처럼 평소보다 신경 써서 지원서를 제출했고, 운이 좋게도 도시 작가에 선정되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제휴한 로컬 공간을 이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당장 갈 수 있는 로컬 공간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성수동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얼리브라운지(Alliv Lounge)였다.



서울숲이 살아 숨쉬는 공간, 얼리브라운지(alliv Lounge)

 

 방문 며칠 전 얼리브라운지 공간 매니저님에게 연락이 왔다. 앱을 받아 가입을 하면 QR코드가 생성되는데, 문이 닫혔으니 들어오실 때 그 코드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또 시킨 건 잘하니까, 미리 앱을 받아서 이미 익숙한 것처럼 인증하니 문이 열렸다. 지문 인증이나 원격으로 문을 열어주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QR 코드 방식은 신선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벨을 누르면 원격으로 문을 열어준다)


 

 QR 코드 사용은 문을 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빵이나 케이크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구입할 때도 QR 코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침 배고프기도 하고, 시스템이 궁금하기도 해서 사진 옆에 보이는 말차 파운드케이크를 하나 구입해서 먹었다. (맛있다)  



 문을 열고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에 alliv 로고가 있는 빨간색 벽면이 먼저 보이고, 우측에는 짐을 넣을 수 있는 파란 사물함이 눈에 띈다. 강렬한 두 색상이 나름 멋을 자아낸다. 색상만큼이나 높은 천장이 첫 인상을 사로 잡았다.



 로비 쪽으로 걷다 보면 맞은편 벽면에 얼리브라운지에서 진행되는 클래스들이 소개되어 있다. 요가는 멤버십 1달권을 끊으면 평일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루프탑 선셋 요가는 공간이 탁 트인 루프탑에서 석양을 보면서 진행된다고 하니 더더욱!


 프리랜서분들은 일을 하다가 피로가 쌓였을 저녁 시간쯤 요가 수업을 듣고 집에 가고, 직장인 분들은 퇴근 후 요가를 받고 나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잠깐 시간을 갖고 집에 돌아가신다고 한다. 프리랜서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코워킹 스페이스가 직장인들에게도 운동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곳이 되니 얼리브라운지의 공간 활용법이 더 돋보인다.  



 로비에 도착하면 두 갈래의 길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린다. 좌측에는 음료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을 수 있는 바(BAR)와 회의할 때 필요한 미팅 룸(MEETING ROOM)이 있고 우측에는 좀 더 업무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업무 공간(WORKING SPACE)이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선택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뒤로 보이는 공간에 앉아서 잠시 고민하자!)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공간 - BAR, MEETING ROOM


 바(BAR)에는 간단한 푸드와 음료가 구비되어 있었다. 테라로사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와 차는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케이크와 빵 같이 간단한 요깃거리와 냉장 음료는 셀프 결제를 통해서 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성수동 아니랄까 봐, '성수동 페일 에일' 수제 맥주도 팔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니 나도 모르게 맥주를 시킬 뻔했는데,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겨우 참았다 :(


 컵이나 그릇은 자유롭게 가져다 쓰되, 반납할 때는 직접 세척하고 근처에 두면 된다. 대부분이 셀프로 운영되어 있다 보니 혹시나 지저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이용하시는 분들도 너무 깨끗하게 사용해서 항상 청결함이 유지되는 듯하다.



 바의 맞은편에는 기다란 소파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서재에 다양한 콘셉트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공간마다 창문이 큼직큼직해서 맘에 든다. 방문했던 날은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채광이 돋보였는데, 햇빛이 바삭거리는 날에는 내부 조명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사용 후 활짝 열어주세요 :)

미팅 룸을 사용 중일 때는 문을 닫는다. 사용 후에는 문을 활짝 열어 주세요 :)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 WORKING SPACE

바와 미팅룸은 자유롭게 잡담이나 음식을 먹으며 일을 할 수 있다면, 작업 공간에는 약간의 룰이 있다.


소리는 작게,
짐은 테이블 아래에 있는 바구니로,
전화할 때는 폰 부스 이용하기.


얼리브라운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인 만큼 서로 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작업 공간의 가장 안쪽에 있는 룸. 보자마자 공간 매니저님에게 여기서 일하면 집중이 잘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하신다. 밖에서 일을 할 때면 늘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스타벅스 텀블러와 바인더는 돈과 시간을 조금씩이나마 아껴준다.  



 얼리브라운지에는 다양한 룸이 있는데, 각 룸마다 색감이 다르고  공간을 비추는 조명의 세기도 달라서 방문할 때마다 다른 룸을 쓰면 마치 다른 곳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오늘은 편한 의자, 오늘은 넓은 장소, 오늘은 루프탑 등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서 좋다. 각 룸마다 자연채광이 워낙 좋다 보니 조명은 있는 듯 없는 듯 공간을 은은하게 비춘다.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얻은 스티커를 서피스 뒷면에 덕지덕지 붙이다 보니 어느새 꽉 찼다. 한가한 낮 시간이 지나고, 저녁 시간이 되니 요가를 하러 온 직장인, 잠깐 작업을 하러 온 사람들이 금세 공간을 채운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술 도구를 가져와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계신다. 공간 매니저님에게 이 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의 직업을 물어보니 디자이너, 개발자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감독이나 직장인들도 생각보다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근처에 건물이 한창 올라가고 있어 가려져 있지만 저 뒤로 서울숲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일을 하다가 잘 안 풀릴 때는 종종 서울숲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고 한다.



 조용한 작업 공간에 자연 채광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커피를 즐기면서 밀렸던 일을 잇는다. 보통은 이어폰을 끼고 작업을 하지만, 얼리브가 초이스 한 음악들이 내 스타일이라 들으면서 일을 했다.  



 작업 공간에는 해리포터 비밀의 방처럼 몰래 숨겨진 휴식 공간도 있다. 문을 닫으면 뒤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서재가 되지만, 문을 열면 편하게 쉴 수 있는 리클라이너가 있다. 문이 닫혀 있으면 누군가 쉬고 있고, 열려 있으면 누구든지 들어가서 쉴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카페에서 일하다가 급 피로가 몰려올 때 견디지 못하고 집에 돌아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여기서 30분 정도 눈 좀 부치면 금세 피로가 회복될 거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




얼리브라운지 파헤치기


1. 인터넷 속도는 빠른가?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인터넷 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군데군데 와이파이 비밀번호나 안내되어 있어 친절한 느낌을 받았다.


2. 군데군데 콘센트는 잘 비치되어 있는가?

 

 다양한 컨셉의 공간이 있다 보니, 조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에는 콘센트가 없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인데, 생각보다 사소한 곳까지 콘센트가 있어 놀랬다. 어느 동선에서나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멀티탭 등으로 사각지대를 최대한 방지한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 간단하게 마실 음식 및 음료가 구비되어 있는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커피나 차뿐만 아니라 트레비나 두유도 따로 판매하고 있다. 식사 대용으로 먹을만한 것은 없지만 외부 음식도 냄새가 심하지 않으면 반입해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4. 특별한 매력이 있는가?

루프탑 선셋 요가 클래스 (멤버십 1달권 이용 시 평일 무료 무제한 수강)


5. 너무 북적이지는 않는가?

 아무리 매력적인 공간이더라도 사람이 많으면 이용하기 부담스럽다. 저녁에 북적이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일부러 저녁시간까지 이용했는데, 사람이 조금 더 있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요가 클래스가 끝나고 잠시 붐비겠지만 그렇게 북적일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6. 이용 가격은 적정한가? 

1일권은 15,000원이고 요가 클래스가 포함된 1달권은 150,000원이다. 1일권은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데, 1달권은 요가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랑 비교해도 굉장히 저렴하다. 코워킹 스페이를 사용해본 적이 없어 머뭇거린다면 3일 무료체험도 있으니 궁금하면 바로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얼리브 멤버십 하나로 서울숲이태원점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이동이 잦은 분들에게는 저렴하면서 강력한 멤버십이 될 것 같다.



7. 쉬는 날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공간이어도 너무 자주 닫으면 문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열고, 주말에도 오후 6시까지 열고 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조금 일찍 닫는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지 않지만 일주일 내내 운영되는 건 큰 장점이다.


8. 응대는 빠르고, 친절한가?

QR코드로 입장 및 결제하는 방식이 사람에 따라 처음에 사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얼리브 측에서도 그 부분을 고심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벨을 통해 바로 문을 열어주고 QR 코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항상 문이 열려있는 것보다 차라리 이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더 선호한다.


9. 음악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은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서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10. 얼리브라운지만의 장점 3가지를 꼽는다면?

 비밀의 방 같은 휴식 공간, 요가 클래스를 포함하고도 저렴한 한 달권, 어느 공간에서나 느껴지는 강렬한 자연 채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