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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14. 2018

영국에서 건너온 핫한 펍이 근사한 업무 공간이 되다.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2. 브루독 이태원 × 얼리브 워크 스페이스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완성되어가는 특별한 공간에 주목해요.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특별한 장소들을 제대로 나누기 위해 ’ 도시작가’와 함께 로컬 공간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거리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술을 파는 가게들은 영업 준비로 분주하다.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는 텅텅 비어있던 곳이 어둠을 밝히는 조명이 켜지면서 금세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또, 막차 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사람들은 내일의 '내 일'을 위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텅텅 빈 그 거리는 마지막 가게가 문을 닫고 다시 잠든다.


 사람이 쉴 땐 '휴식'이라는 말이 붙지만, 공간이 잠들고 있다면 '유휴'라는 말이 붙는다. 쓰지 않고 놀린다는 뜻이다. 작년부터 CGV 여의도는 시에스타(Siesta · 낮잠) 서비스를 재개했다. 편히 쉴 수 있는 리클라이너 좌석이 비치된 관에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극장이 직장인들의 피로 해소를 위한 장소로 탈바꿈한 셈이다.



 영국 수제맥주 브랜드 브루독(BrewDog)은 국내 수제맥주 회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을 잡고 지난 8월 이태원에서 한국 첫 직영 매장을 열었다. 180평 규모의 상당히 넓은 공간의 매장이다. 밤에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붐비겠지만, 오픈 시간 오후 5시 전에는 잠들어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쓰지 않고 놀리는' 공간인 셈이다.



  코워킹 스페이스 얼리브라운지 성수점을 운영하는 얼리브(alliv)는 브루독이 잠든 시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브루독 이태원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로 변신하고, 오후 5시부터 수제 맥주를 파는 본연의 장소로 돌아간다. 영국에서 건너온 핫한 펍 '브루독'이 낮에는 스타일리시한 업무 공간으로 대변신하는 셈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펍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매장에 들어서니 브루독의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브루독의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는 지난 9월 10일에 런칭했다. 아직 런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펍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불안이 엄습했다. 애초에 맥주를 마시는 곳이니 콘센트는 없지 않을까? 공간이 넓으니 와이파이는 약하지 않을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와이파이는 테이블 위 안내문에 표시된 것뿐만 아니라 5G도 있어서 매장 어디에서나 속도가 괜찮았다. 콘센트는 좌석 곳곳에 멀티탭 연장선으로 사각지대를 줄여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멀티탭이 브루독의 컨셉인가 싶어 얼리브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멀티탭은 브루독으로 바뀌는 5시에 다 수거하고, 브루독이 업무 공간인 경우에만 배치된다고 한다. 오히려 이렇게 곳곳에 배치해주니 일반 코워킹 스페이스보다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 수가 많아 더 좋다.


얼리브 워크스페이스가 운영되는 낮 시간에 브루독 매장에 들어서면, 정면에 체크인할 수 있는 태블릿이 하나 비치되어있다. 얼리브 앱의 코드 스캐너를 통해 태블릿의 QR코드를 읽으면 바로 체크인이 되고 매장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일하면 된다. 얼리브 1달 멤버십을 이용하면 성수동 지점뿐만 아니라, 이태원 브루독도 워크스페이스로 운영되는 시간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바 양쪽 끝에는 귀여운 물통이 구비되어 있고, 입구에 가까운 쪽에는 테라로사 원두커피도 함께 비치되어 있다. 물컵과 머그컵을 이용해 물이며,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면 된다. 다만 브루독과 분리 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 아직까지 맥주는 따로 판매되고 있지 않다.



바의 벽면에는 브루독에서 판매하고 있는 맥주 메뉴판이 있다. 친구에게 보여주니 마치 영화관 같다는 반응이다. 왼쪽 상단에 있는 PUNK IPA는 수제 맥주를 잘 모르는 나도 한 번쯤 들어본 맥주라, 얼리브 워크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저녁에 브루독으로 바뀔 때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공간만큼이나 좌석의 형태도 다양하다. 입구 쪽에는 쿠션에 가볍게 기대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영화관처럼 높은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다. 어느 공간이나 좌석이 충분해서 낮에 업무를 할 때나, 밤에 술을 마실 때 불편함이 적어보인다.



매장의 가장 안쪽에는 카페라고 해도 착각하기 좋은 원형 테이블이 있는 공간과 빨간 벽으로 구분되어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눈에 띈다. 얼리브라운지 성수점은 다양한 업무 공간들이 있어 하루는 루프탑, 하루는 채광이 잘 드는 좌석, 하루는 비밀의 방에서 일하는 매력이 있었다. 브루독 이태원점도 얼리브라운지 성수점의 특색을 그대로 이어간다.


브루독 이태원점은 조명이 켜지면 핫한 펍이 되지만, 조명이 꺼지면 근사한 워크스페이스가 된다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이태원점은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재활용했다. 브루독 펍이 잠든 시간을 업무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확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면,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매장은 철거되거나 재개발된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공간의 '유휴 시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면 굳이 발생하지 않아도 될 개인과 사회의 큰 비용이 감소한다. 여전히 주변에는 쓰지 않고 놀리는 '유휴 공간'과 브루독의 낮 시간, 즉 '유휴 시간'을 근사한 업무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얼리브는 앞으로 다른 회사와 함께 얼리브의 업무 공간이 상생하는 매장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다음 공간이 기대된다.


저녁이 되면 다시 근사하게 펍으로 변신하는 브루독의 모습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이태원 #브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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