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장소는 다르지만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 누군가 왜 스타벅스인가. 묻는다면 하나의 이유로만 규정짓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커피는 커피빈, 라떼는 폴바셋이 더 맛있다. 그러나 가격의 부담이 있다. (스타벅스는 신용카드로 할인을 받고 있어서 부담이 조금 덜하다.) 매장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 그나마 폴바셋은 잘 관리되는 느낌이고, 커피빈은 관리는 하는 것 같은데 맛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디야, 빽다방은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주로 내가 카페를 이용하는 목적인 좌석을 편하게 이용할 수 없다. 처음에 가격을 책정할 때 그런 의도로 설계했을 거다.
카페는 커피와 공간을 제공한다. 비싼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는 공간도 비싼 값을 한다. 그러나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곳은 대부분이 테이크 아웃이거나 앉기도 뻘쭘한 작은 좌석만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공간과 서비스를 파는 카페라고 보면 설명이 좀 더 쉽다. 열심히 뒤꽁무니를 쫓고 있는 투썸플레이스도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지만, '직원'의 전문성을 비교할 수 없다. 그게 CJ계열의 단점이기도 하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풍기는 이미지는 알바생 느낌이 강하다. 자주 애용하는 CGV에서도 아직 어리고 서툴어 감정을 못 숨기는 알바생들의 표정이 먼저 드러난다. 전문성을 키워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쪽보다 최대한 인건비를 줄여 매출에 신경 쓰는 느낌이다.
투썸과 CGV 같은 CJ 계열의 브랜드를 이용하면 본사에서 적용한 사항들이 일선 매장까지 닿지 못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정보 습득이 빠른 고객들이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제때 교육되지 않아 발생하는 미숙함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종종 드러난다.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의 주문에 더 저렴하고 괜찮은 제안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숙지되지 않아 고객에게 닿는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았다. 음료가 준비되자 닉네임을 부른다.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챙기려는 찰나에 '맛있게 드세요'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 직원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렸다. 직원은 혹시 근처 역에 있는 스타벅스도 자주 가시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직원이 씨익 웃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최근에 이 곳으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이전 매장에서 들었던 닉네임이라 기억에 남아서 물어봤다고 한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컵 홀더에 종종 적어주는 힘내라는 한마디처럼 별 것 아닌 일로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빈은 '커피'에만 집중하겠다는 기존의 철학을 버리고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노선으로 갈아탔다. 그 이후 종종 커피빈을 찾아보니 정말 많이 변했다. 오히려 공간 측면에서 독보적인 스타벅스 매장보다 좋은 매장들도 많았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매장에 따라 편차가 크다. 아직 모든 매장이 균등한 퀄리티를 가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괜찮은 매장이 근처에 있다면 그곳을 간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몇 군데에 불과하고,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잠깐 카페를 가야 할 때 찾게 되는 건 스타벅스인 경우가 많다. 공간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측면에서 작은 '불편함'이나 약간의 '상처'를 받을 확률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는 매장을 찾았던 수많은 경험들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누군가 커피를 마시고 나가는 길에 머그잔을 반납하다가 기존에 놓여있던 컵을 깨뜨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큰 소음이 없었던 카페에서 쨍그랑거리는 소리는 모두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 시선의 무게에 당황한 고객은 깨진 머그컵을 주어야 할지, 그냥 두어야 할지 어쩔 줄 몰라서 우왕좌왕할 때 직원이 잽싸게 나와 '제가 치울게요. 다치실 수도 있으니 만지지 마세요. 괜찮으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유독 이런 태도는 스타벅스에서만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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