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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04. 2018

여행에서 느낀 친절

대만 여행에서의 친절

   

 서로 알지 못하는 회사 동료와 대학교 친구와 셋이 함께 대만 여행을 떠났다. 약 일주일 정도 되는 여행 일정에 지우펀을 먼저 가기로 했다. 미리 알아본 바, 타오위안 공항에서 지우펀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수단이 없어 타이베이에서 갈아타야 했다. 


 

 캐리어를 끌고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밥 먹을 곳을 찾아 나섰다. 사람이 많아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는데 그림 한 점 없이 온통 한자 투성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무슨 음식을 먹고 있는지 둘러보면서, 도대체 무슨 음식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옆에서 식사 중인 손님이 다가오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다. 구글 번역기를 켜더니 이 가게는 만두가 가장 맛있고, 몇 가지 요리를 추천해준다. 덕분에 대만에서의 첫 끼는 맛있었다 :)  


 

지우펀에 도착해서,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헤매고 또 헤맸을 때, 근처에 교수처럼 보이시는 할아버지 두 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신다. 우리에게 도움을 줘도 되냐고 묻는다. 


지우펀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길찾는건 아름답지 못하다.


May I Help You?


  숙소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영어로 된 구글 지도를 보여드렸다. 잠시 고민하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로 대화는 잘하시는데, 읽지는 못하셨다. 보고 있던 지도가 소용이 없었다. 그때 숙소 연락처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해서, 예약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번호를 알려드리니 숙소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치고,  여기에 있으면 10분 뒤에 숙소 직원이 이 곳으로 올 예정이다. 남은 여행 재밌게 즐기라는 덕담을 건네며 가던 길을 가셨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직원분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캐리어를 보더니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지우펀은 계단이 많고 오르막길이 많아서 숙소 가는 길이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던 장소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렸다. 우리끼리 찾았으면 절대 못 찾을 위치다. 숙소를 가던 길에 직원이 바다를 가리키더니 지우펀의 날씨는 대부분 흐린데 오늘은 날씨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기에 여행을 온 너희들은 운이 정말 좋다고 했다. 지우펀까지 오면서 덥고, 힘들었지만 연속되는 친절과 멋진 풍경이 우리의 여행을 반겨준다.


지우펀에서 숙소는 정말 못 찾을만하다..



치앙마이에서의 친절


 퇴사 후 치앙마이에서 18박 19일을 머물렀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 보통은 연휴 앞뒤로 휴가를 쓰고 1주일 내외로 여행을 떠났다. 그마저도 길다고 생각했다. 돈을 아껴야 했고, 오래 있어야 하니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 숙소는 두 군데로 나누어 일주일은 AirBnB를 통해서 올드시티 근처, 나머지는 님만 해민에 위치한 값싼 호텔에 머물렀다.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 방콕 국내선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다.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지만, 중간에 방콕을 경유해서 치앙마이에는 밤늦게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 도착해서 길을 헤매고 있는데 주변에 계신 아저씨 한 분이 도와주신다. 찾고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찾기 전에는 뭐가 그리 어렵던지, 여행을 오기 전에 연습한 태국어로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아저씨는 그런 친절에 익숙한지 손사래 치면서 쿨하게 퇴장하신다.


  며칠 뒤 빨래가 제법 쌓였다. 숙소 앞에 있는 코인 세탁기를 쓰기 위해 동전과 빨래를 들고 갔다. '한국이나 태국이나 세탁기가 다 똑같지'라는 생각에 동전을 넣고 빨래를 돌리려고 하는데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세탁기 앞에서 버벅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동작 방법을 알려주신다. 1시간 뒤면 세탁이 끝나니 그때쯤 가져가면 된다는 말을 몸짓을 통해 내가 그 말을 이해하도록 열심히 알려주셨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 제 할 일을 다한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근처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숙소 뒷 쪽에 빨래 건조대가 있으니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시했다. 빨래를 널기 위해 방향을 튼 내 뒤로 아주머니의 아들이 따라붙는다. 이내 내 앞을 가로지르더니 저기가 건조대라며 위치를 알려준다.


 다음 날 아침, 숙소를 나서기 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 온 초콜릿을 아주머니에게 고마움의 증표로 건넸다. 아주머니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안에 있는 아들을 불렀다. 둘의 대화를 들을 순 없었지만 저 아저씨가 초콜릿을 선물로 줬다는 말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꼬맹이와는 달리, 아들에게 줄 초콜릿이 생겼다는 사실에 아주머니의 표정은 마냥 신나 보였다.     


여행에서의 친절은 시원한 코코넛 음료만큼이나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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