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이 되면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느라 바쁘다. 내년 계획은 어떤 형태로 세울까 고민하다가 한눈에 보이는 '만다라트 기법'을 골랐다. 혹시 자료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2015년 12월 19일에 바스락 모임에서 소개한 만다라트 기법 자료가 있었다. (역시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뭐 하나 걸린다)
과거에 정리해둔 자료는 이렇게 다시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
그때 만다라트 활용 팁으로 총 5가지를 제시했다.
중심(핵심) 단어는 바깥을 아우를 수 있게 폭넓은 의미로 쓴다.
바깥으로 나갈수록 실행 중심으로 작성한다.
측정할 수 있으면 평가, 실행, 개선하기가 용이하다
긍정문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
가능한 빈칸을 채우려고 하되, 실천하지 못할 내용으로 채울 필요 없다.
과거의 나에게 도움을 받아서 2019년 계획은 만다라트 기법으로 세운다. 그때나 지금이나 빈칸을 채우기란 쉽지않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작성한 만다라트 예시와 과거의 계획을 살펴보며 겨우 채워 넣었다.
내년이면 드디어 서른이 된다. 올해는 아홉수에 걸렸는지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건강한 서른이 되고자 '건강한 서른'으로 한 해를 정의했다. 핵심 목표는 건강, 관계, 재정, 성장, 습관, 자기다움, 삶의 질, 생활양식까지 총 8가지다. 과거의 나였다면 분명 '○○관리' 형태로 단어를 통일했겠지만 지금은 그 형태가 좀 딱딱해 보여서 마음 가는 대로 붙였다.
올해는 건강하지 못했다. 매년 건강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한 기억이 손에 꼽는다. 2018년에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깨달았다. 내년에는 느린 걸음이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 운동보다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쪽에 더 문제가 많아 이 부분에 집중하기로 한다.
낯선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항상 재밌다. 과거에는 그저 그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동안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개발자였던 내 주변에는 개발자가 많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대화는 '개발'로 흘러갔다. 올해 퇴사하고 여러가지 접점으로 CEO,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는 무척 재밌었다. 내년에는 그 재미를 더 만끽하고자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많이 만나볼 생각이다.
표현에 인색한 편이다. 감사해도 감사하다고 하지 못하고,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잘 못한다. 칭찬하는 습관은 과거에 비해 조금 늘었다지만 여전히 인색하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표현해야 할 순간에 나도 모르게 아끼게 된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미안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인일 때 가장 세우기 쉬운 목표였는데 지금은 가장 어렵다. 얼마 모으고 얼마 쓸 것인가의 관점을 벗어나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옮겼다. 과거에 급해서 샀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사는 경우가 있었다. 필사를 하기 위해 문구점에서 급하게 구입한 연필깎이는 어딘가 조금씩 불편했다. 무인양품에서 구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불편함이 사라진다. 앞으로는 가격이 조금 나가더라도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살 것이다. 어차피 돌고돌아 다시 사게 되어있다.
가계부를 쓰면 지출이 통제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쓴다고 해서 지출이 줄지 않는다. 그래도 쓸 것이다. 가계부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소비한 금액에 마주하고, 얼마 안 되는 돈이 모이고 모여 큰돈이 된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준다. 그 정도 역할이면 충분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가까이 둬야 한다. 나를 괴롭혀야만 괴롭지 않은 아이러니함은 매력있다.
독서 목표를 줄였다. 한 해 약 60권 이상을 읽고 있는데 독서량 측정은 의미 없어 보인다. 그냥 읽고 싶은 책, 도움되는 책 위주로 부담 없이 40권 정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 더 이상 미뤄둘 수 잆어 영상도 조금씩 공부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언젠가 할 것 같으니 2019년이 되면 해볼 생각이다. 한 해동안 영화 리뷰를 많이 쓰다 보니 호흡이 긴 글을 쓸 줄 알게 되었다. 보고 들은 것을 내 생각을 담아 다시 글로 옮기는 작업은 글쓰기에서 최고의 공부법이다.
올해는 가끔 생산성 도구 강연을 했었는데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해보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도 몇 개 진행해볼 예정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모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빈틈을 보완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은 꽤나 매력적이다.
책 <쇼코의 미소>에서 단편 필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9월부터 거의 주 3회 이상 필사를 이어오다가 11월에 개인 사정 때문에 잠시 멈췄다. 내년에는 횟수를 조금 줄여서 이어갈 생각이다.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큰 문제는 들쑥날쑥한 취침, 기상시간이었다. 직장 다닐 때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일찍 일어날 필요도 일찍 자야 할 명분도 없어서 일찍 잘 때도 있고, 늦게 잘 때도 있다. 일관성이 필요해 보인다.
워크플로위, 바인더, 글쓰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것이다. 수년간 증명해왔고 좋아하는 것들이기에. 영어는 처음 시도해본다. 부담 없는 선에서 영어 단어를 조금씩 늘려가야겠다.
유튜브를 시작할 것이고 취향과 관련된 에세이를 작성할 것이다. 아직 안 가본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여행도 가보고 싶고, 종이책도 하나 출간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Do'도 하나 넣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시작한다. 올 4월에 헬스를 멈추고 꾸준히 하는 운동이 사라졌는데 다시 하나 찾아볼 생각이다.
여전히 서울에 가보고 싶은 공간은 수두룩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취향관, 연남방앗간 등 방문해서 어떤 공간인지 탐사도 해보고, 네이버 블로그에는 매주 일어났던 일을 토대로 회고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저렴하게 와인과 위스키 마실 기회가 많이 생겼다. 2018년 하반기에는 소주, 맥주보다 와인, 위스키를 주로 마셨다. 여전히 비싼 술이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저렴해지고 있다. 내 집이 없어도 내가 마실 위스키나 와인이 있는 소공남이 되어야지.
소설에 관심이 많지만 자주 읽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소설을 읽어볼 것이다. 잘하는 것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특히 분당, 판교 근처에서 활동을 만들어봐야겠다. 올해에 이어 예술영화를 자주 접해야겠다. 올해 관람한 영화 중 만족했던 영화는 대부분 예술영화였다. 욕심 같아서는 영화 모임도 만들어보고 싶다. 글감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유해서 쓰기를 시작하게 하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늘려야겠다. 워크플로위를 통해 일상 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다. 원치 않은 일은 자주 거절해야겠다. 거절해야 삶의 질이 올라간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그래서 미니멀리스트를 동경한다.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불필요하게 구입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처분하지 못한 물건이 수두룩하다. 버리거나 나눠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물건이 나를 옭아매는 것을 안타까워하자.
실패하고 또 실패하자. 크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주 넘어져야 한다. 슬럼프가 크게 와서 번아웃 증후군이 자주 찾아오는 사람은 '작은 슬럼프'를 간과해서 그렇다. 지금이 슬럼프라는 사실을 회피하지 말고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자. 직진이 매번 가장 빠른 길은 아니더라.
2019년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건강한 서른이 됩시다. 건강이 최곱니다.
만다라트 양식을 공유합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받아서 내년을 계획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