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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07. 2019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것'에 집중한다.

바스락모임에서 제출하는 독서모임 과제를 4월부터 본깨적 방식에서 서평 방식으로 변경했다.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거부감 없이 쓸 사람들도 '서평'을 쓰라고 하면 독후감보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큰 벽이 앞에 놓인 느낌이 든다고 얘기한다. 왜 이렇게 용어를 나눠 쓰는지 모르겠다.


벽을 밀치면 문이 되고,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 흑인 해방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


아직 벽을 밀치거나 눕히지 못한 사람은 그 벽이 문이 될지, 다리가 될지보다 내 앞에 벽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그나마 티스토리와 브런치 등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쓴 내가. 벽을 밀치고 벽을 눕힌 경험이 있는 내가 사람들을 막고 있는 벽을 글쓰기로 나아가는 다리로 만들어보고자 4월 6일 모임에서 서평 특강을 진행했다. (사실 글쓰기 특강에 가깝다) 그때 발표한 내용을 글을 통해 간단히 정리해본다.




10개의 글을 잘 쓰기보다 100개의 보통 글을 발행한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요?'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잘'은 빼자. 모니터 앞에 서면 일단 쓰는 것도 어렵다. 이 질문을 받으면 잘 쓰는 방법보다는 많이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고심 끝에 생각해서 작성한 10개의 글보다 스스로 마감 기한을 정해 생각이 닿는 대로 100개의 보통 글을 발행한다.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이냐고 물으면 고민 중이라고 답한다. 몇 달 뒤에도 발행된 글이 없어서 왜 아직도 안 쓰고 있냐고 물어보면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잘 쓰려고 하면 못 쓴다.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은 빼고 '쓰는 것'에 집중한다. 가장 입문하기 쉬운 주제는 독서 리뷰와 영화 리뷰다. 책의 챕터나 영화 줄거리를 요약해서도 써보고, 작품보다는 내 생각을 더 담은 글을 써보기도 한다. '쓰는 것'은 단순히 글의 양만 늘리는 건 아니다. 글 쓰는 경험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나는 어떤 글이 쓰기 쉽고, 독자들에게 어떤 글이 반응이 좋은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글쓰기 입문이라면 다양한 주제로 써보자.

독서, 영화뿐만 아니라 여행, 잡지, TV, 맛집, 제품, 일상, 공간 등 쓸 수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쓰기 위해서 새로운 경험을 늘리기보다 내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글로 써본다. 일기도 좋다. 감정일기, 개선일기, 글감 일기, 업무일기, 관찰일기, 운동일기 등 일기는 제목을 붙이기 나름이다. 꾸준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평을 남겨보는 것이다.


짧은 글이라도 제목을 붙이는 연습을 한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짧은 거리도 겨우 헤엄치듯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짧은 호흡의 글만 쓰게 된다. 글의 퀄리티나 분량은 많이 쓰다 보면 비례해서 늘 수밖에 없다. 다만 제목 센스는 잘 안 늘더라. 그러니까 처음부터 짧은 글에도 제목을 붙여보는 연습을 하자.


글을 완성해보는 경험이 늘어야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쓴다. 결말이 애매하다. 임시 저장. 새로운 글을 쓴다. 서론이 마음에 안 든다. 임시 저장. 글 쓰면서 제일 안 좋은 습관 중 하나가 계속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다. 어떻게든 시작한 글은 마무리 짓는다. 물론 바로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간을 정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게 되면 기한 없이 '작가의 서랍'에는 아직 쓰지 않은 글만 넘치게 된다. 글을 완성해보는 경험이 늘어야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느낀 순간을 더 작게 쓴다.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쓰지 말고,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사랑했을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형식적인 것들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시고, 잊지 못할 음식을 드시고, 그 날의 기분과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 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형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


봄이어야만 쓸 수 있는 개나리와 벚꽃은 그만 이야기하고 평소에 내가 걷고, 먹고, 본 것들을 적어본다. 대신 그 '평소'는 봄이라 말할 수 있는 3월부터 6월 사이의 평소가 된다. 내가 느낀 순간을 더 작게 쓴다면 쓰기도 훨씬 수월하고, 읽는 사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한다.

4개의 대상이 있다. 여기서 '담배연기'에 관련된 글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글을 쓰겠는가. 대부분은 '담배 연기가 싫다' 정도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택시로 연결할 수도 있다. '담배 냄새가 나는 택시는 절대 타지 않는다'로 시작해 일상에서 스스로 정한 철칙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분은 비가 오면 우산을 급하게 사는 경우가 많아 자리에 그렇게 산 우산이 쌓여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있을 때 소나기가 내리면 학생들이 가장 먼저 본인에게 찾아와 우산을 빌려간다고 한다. '무쓸모의 쓸모'가 된 셈이다. '하이힐'을 주제로 던졌을 때 꼭 하이힐에 대한 이야기만 쓸 필요는 없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 느꼈던 불편함을 도입부의 소재로 사용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 된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면 글은 훨씬 풍부하고 재밌게 다가온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글을 쓴다.

생각했던 것보다 책이 잘 읽힌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학 점수가 높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 '예상', '불만족'을 숨기지 말자. 왜 책이 잘 안 읽힌다고 생각했는지, 왜 점수가 낮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풀어줘야만 독자는 내 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글 쓰는 나는 전후 상황을 다 알고 있지만, 읽는 사람은 '글'만 읽고 판단한다. 글을 쓰고 나서 이 글을 읽었을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이 그대로 그려지는지 꼭 점검해야 한다. 이때 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독자의 시선으로 읽는다. 


자료 조사에 힘을 쏟는다.

행복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행복'으로 글을 쓸 때 내 생각뿐만 아니라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자료도 참고한다. 특히 서평을 쓸 때는 작가 인터뷰가 있다면 꼭 읽어본다. 여건이 되면 작가가 책을 쓸 때 인용한 책이나 사람도 더 찾아보면 좋다. 하지만 서평을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의 서평은 생각의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참고하지 않는다.  


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인용문을 수집한다.

서평에는 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인용문도 추가하면 좋다. 나는 책을 읽고 워크플로위에 인상 깊은 문장을 수집해놓는다. 글을 쓸 때 인용문이 필요한 경우 키워드 검색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인용문을 찾아 활용한다. 어떤 글은 인용문을 먼저 언급하고 그 방향으로 글을 풀어갈 수도 있다. 인용문만 잘 활용해도 서평 쓰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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