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Aug 04. 2019

나는 왜 카카오 주식을 샀을까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나는 왜 카카오 주식을 샀을까


작년 연초에 회사에서 성과급이 들어왔다! 저축을 하고, 사고 싶었던 물건을 구입하고 나니 돈이 조금 남았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주식을 사볼까 고민하던 중 카카오 주식을 매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카카오는 이미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왜 네이버 블로그 말고 티스토리 하시는 거예요?"


나는 네이버보다 다음(daum)이 더 익숙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꽤 오랜 시간 운영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다음(daum)이 더 좋아서요"


한메일 유료화라는 역대급 삽질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카카오가 된 다음(daum)이 좋았다. 그때의 취향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까지도 연결된다. (그런데 브런치가 카카오 서비스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 카카오는 1년 전부터 주식 시장에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고, 평소 익숙하고 좋아하는 서비스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덜컥 2주를 구입했다. 그래서 많이 올랐냐고? 그랬다면 팔았겠지.. 내가 사자마자 카카오 주식은 계속 걷던 꽃길 대신 '저 이번에 내려요'를 외치며 연거푸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긴 하다.

(카카오는 2019년 8월 2일 기준으로 128,500원이다.)


일단 13만이 1차 능선이다. 졸꾸!!!


그때 약 15만 원 정도에 구입한 주식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회복되지 못했다. 돈이 아쉬울 때 '그냥 손절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또 손해 보기 싫은 나는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한 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겁이 많은 쫄보라 적은 금액만 넣긴 했지만 그래도 손해는 손해다. 이 주식을 볼 때마다 우울해지는 탓에 지금은 몇 달에 한 번씩만 확인하는데, 카카오 주식으로 득을 보고 있는 친구에게 가끔 카톡이 온다. 나는 왜 라이언만 믿고 카카오 주식을 샀을까


버핏이 주알못들에게 인덱스펀드를 추천한 이유



높은 수수료로 인해 "헤지펀드를 믿지 말라"라고 주야장천 외쳤던 워렌 버핏(이하 버핏)은 2007년 뉴욕 헤지펀드 운용사인 프로테제(protégé)와 향후 10년간 인덱스 펀드와 헤지 펀드 중 어떤 상품이 수익률이 더 좋은지 내기를 했다. 버핏은 뱅가드의 S&P 500 인덱스 펀드에, 프로테제는 헤지 펀드 5개 상품에 각각 32만 달러의 판돈을 걸었다.


내기는 2008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2017년 뉴욕 증시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 29일까지 무려 10년간 진행되었다. 당연히(?) 결과는 버핏의 압승으로 끝났다. 10년 동안 버핏이 투자한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냈던 반면, 프로테제가 투자한 헤지 펀드의 수익률은 2.2%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경우, 나도 주식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릅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니깐요."


투자자들은 아마추어건 전문가건 왜 한결같이 자신이 시장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일까? (중략) 그 착각의 가장 큰 심리적 원인은 주식을 선별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경제 자료와 전망을 참고하고,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살피고, 최고 경영진의 자질을 평가하고, 경쟁을 가늠한다. 이 모두가 광범위한 훈련이 필요한 진지한 작업이며, 따라서 이를 해내는 사람이라면 그런 능력을 발휘한 직접적인 (그리고 타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한 회사의 사업 전망을 내놓는 능력만으로는 주식거래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 책 《생각에 관한 생각》325p, 대니얼 카너먼


금융 전문가를 끼고 투자하면 수수료를 제하고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생각에 수많은 사람들이 펀드 매니저들에게 투자를 위임하지만,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펀드 매니저와 같은 전문 투자자 대다수에게도 주식 선별은 포커보다 주사위 굴리기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버핏과 대결했던 프로테제는 자신들이 투자한 헤지 펀드의 실적이 인덱스 펀드보다 더 좋을 거라고 확신한 나머지 내기에 응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보다 자신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굳게 믿은 것이다. 그들의 최대 실수는 과도한 자신감이었다.


버핏은 사람들에게 항상 인덱스 펀드를 권장하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할 주식을 선택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덱스 펀드는 항상 우상향 하는 시장의 수익률을 따라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해 보기가 쉽지 않다.


지금 (가격에) 주식을 살 생각이 없다면, 주식을 팔아라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은 웬만해서 이북으로 사시길..

300년 넘는 시간 동안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언제나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이콘(econ·경제적 인간)'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이콘의 선택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전제로 논리를 전개한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촉발되자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월가 경영진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행동 경제학의 위상이 높아졌다.



우리는 이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본다'라고 말하는 행위와 '직관적 사고'를 매끄럽게 이어 붙인다. 사진을 보자마자 여자의 머리가 검다고 알아보듯이, 표정을 보고 화났다는 사실도 순식간에 알아챈다. 그리고 미래에 그녀가 어떤 행동(거친 말을 한다거나, 악을 지른다던가)을 취하게 될지 쉽게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힘들이지 않았고, 저절로 여자의 다음 행동을 생각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순식간에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17 × 24


이번에는 곱셈 문제다. 어떤 사람은 보자마자 계산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대부분은 답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아 그냥 흘려 넘길 확률이 높다. 앞서 여자 사진은 힘들이지 않고 그녀의 표정과 앞으로 할 행동을 예측했다면, 이번 곱셈 문제는 계산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답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2002년에 '행동경제학'을 통해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2011년에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출간했다.(번역에 문제가 많아 2018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카너먼은 생각을 크게 직관을 뜻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 이성을 뜻하는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로 구분 지었다.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이를 부르기 쉽게 시스템1과 시스템2로 설명한다. 처음 화난 여자 사진을 봤을 땐 시스템1이 동작해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반응해서 그녀의 표정을 읽어 미래에 다가올 상황을 판단했다면, 곱셈 문제를 봤을 때는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에 주목하는 시스템2가 작동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기존의 경제학에서 합리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던 '이콘'과 달리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존재인지 팩트 폭력을 가한다.


퇴직 후 생활이 어려워질 것을 빤히 알면서도 저축을 하지 않는다.

매입 시점보다 주가가 내려갔는데도 주식을 팔지 않는다.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에 집값이 오르고 있을 때 집을 산다.


인간이 비합리적, 비논리적으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책 《넛지》를 쓴 리처드 세일러가 대표적으로 꼽는 사례다. 그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에 이어 2017년에 행동경제학에 대한 공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세일러가 이야기한 사례에서 집을 카카오 주식으로 바꾸면 글의 서론에서 언급했던 내 이야기가 된다.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에 카카오 주식이 오르고 있을 때 카카오 주식을 산다'  


작년에 내가 카카오 주식을 샀을 땐 시스템1이 저절로 빠르게 동작하며 계속 오르고 있는 주식을 지금 당장 사야 한다고 어림짐작했다. 그 과정에서 시스템2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게으른 시스템2는 아마 끼어들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일러 교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주식을 산 가격에 집착해 스스로 함정에 빠지지 마라. ‘지금 (가격에) 주식을 살 생각이 없다면, 주식을 팔아라’라고 조언한다. 특히,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주식을 팔기를 주저한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려 727페이지나 되고, 무게만 1kg가 넘는 이 책을 읽느라 지난 2주는 고역이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눈이 반짝였다.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것 않아 앞으로도 여러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책을 발견할 때면 주변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하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무게와 두께가 상당해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대신 여러 개의 서평을 남겨서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의 메시지를 전달해볼 예정이다. 지금 쓴 글은 이 책의 첫 번째 서평이 되겠다. 언제 두 번째 서평을 남길지 모르겠지만 꼭 약속은 지키는 걸로! :)


P.S. 이 책을 읽고 카카오 주식을 손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13만원만 넘으면.....)

P.S. 두번째 서평은 다음 날 바로 남겼습니다! (글 : 카메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아)


참고 자료

주류 경제학 '구멍' 파고든 '행동경제학' 창시자

수익률 512% 올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투자 조언 "지금 가격에 주식 살 마음 없으면 주식 팔아라"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손님이 찾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