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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May 04. 2020

'마음먹었어요'라는 말 한마디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냥 하면 된다


유튜브를 시작해볼까?를 고민한 지 벌써 몇 년 째다. 처음 고민했을 때 바로 시작했다면 유튜브 구독자가 브런치 구독자쯤은 가볍게 넘었을 것 같은데 여전히 '유튜브 해야되는데'라고 말하며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뻔하다. 콘텐츠가 없다. 몇 년째 생각해봐도 콘텐츠가 없다. 내 글을 읽어주는 지인들에게 이 말을 하면 비웃는다. 브런치 하던 것처럼 유튜브를 하라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말은 참 쉽지'라고 생각하며 또 흘려듣는다.


내가 고민했던 시점부터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늘 주변에 있었다. 누군가는 그만뒀고 누군가는 여전히 하고 있다. 그만둔 사람들 대부분 빠른 성과를 바랐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 개월 안에는 기대한 수치 정도는 나와야 한다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눈빛에는 목표했던 수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여전히 유튜브를 하고 있는 사람은 성과보다는 성취다. 구독자도 많고 조회수도 높으면 좋겠지만 그전에 자신이 정한 일정 주기마다 영상 한 편씩을 올리는 기쁨. 성취를 즐기고 있었다.


성취. 나에겐 브런치였다. 티스토리에 주로 글을 쓰다가 어느 날 브런치의 깔끔함에 혹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발행 버튼은 브런치 작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일단 작가 신청을 해야 됐다. 그래서 작가 신청을 곧바로 넣었다. 티스토리 방문자 수가 8~90만쯤 됐으니 쉽게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광탈이었다. 정신 차리고 다시 신청했다. 또 떨어졌다. 아. 쉽지 않구나. 제대로 각 잡고 써야겠다. 그렇게 세 번만에 됐다.


2016년 12월부터 글을 쓰던 브런치는 어느새 구독자 4천 명을 넘어섰다. 나를 본 지 얼마 안 된 독자들은 '오래 했으니 구독자가 많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구독자가 확 늘어난 건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 뒤였다. 처음 1년은 매주 2편 정도의 많은 글을 썼는데도 하루에 한 명 정도 늘었다. 그땐 그것도 많아 보였다.


글은 정직했다. 티스토리에   동안 글을 써왔지만 때는 생각을 텍스트로 옮겨놓는 행위에 불과했다. 블로그를   몰랐다. 세상에는 생각을 텍스트로 정확하게 표현할  있는 이가 많지 다는 걸. 그래서 생각하는데 충분히 시간을 쏟는 사람에게는 분명 좋은 글이 나온다.( 믿는다) 시간은 정직하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떨어졌다고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번만 붙으면 된다. 붙고 나면 떨어졌던 경력은 좋은 글감이 되고, 아직 붙지 못한 사람들에게 격려해줄  있는 좋은 에피소드가 된다. 브런치에서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있을 때까지 꾸준히 하면 된다. 끝은 내가 정하는 거다.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끝이 아니라 '꾸준함'이라 말하고 싶다. 케이트를 처음   쭉쭉 뻗어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언제 저렇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형편없는  실력에 금방 자책하고 만다. 그때 외부에서 칭찬이나 격려가 아닌 평가를 한다면 포기할 확률이 높다.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쉽게 평가할    스스로 자책하는 중이라면 계속 이어갈 힘을 잃는다. 그래서 평가는 아프다.


누군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할 때 아직 어떤 것도 시작하지 않은 '어떤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그들의 결과물을 보며 그런 건 나도 하겠다고 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단언컨대 평가하는 사람은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가 될 수 없다. 글이나 그림. 어떤 형태로든 창작을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타인의 작품을 두고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의 하겠다는 결심 자체 큰 거지, 이제 시작한 사람들의 수준을 애써 평가할 필요는 없다.



마음먹었어요


'마음먹었어요'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음먹었다는 말은 무턱대고 하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둘 또는 그 이상의 선택지에서 선택되지 않은 반대편에 아쉬운 점이 남아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어쩌면 선택은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남을 때까지 차례대로 버리는 것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면 '작가 신청해야 되는 데….'가 아니라 브런치에 글 쓰기로 마음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 신청은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작은 나무를 심고 있던 친구가 시간이라는 물을 꾸준히 주더니, 한참을 지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광경을 목격하면 우리는 그 친구가 만들어낸 열매의 달콤한 과즙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한 곳에 꾸준히 시간을 쏟은 사람의 모습을 닮고 싶은 유혹을 동시에 느낀다.


여전히 평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나를 닮고 싶은 유혹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글 쓰는 게 그렇게 재밌냐고. 그럼 이렇게 답하면 된다.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





#그래서유튜브는언제시작하지 #유튜브하기로마음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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