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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Mar 08. 2022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위험하다.

'네가 좋아하는 일 한 번 해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줄 때 흔히 내뱉게 되는 말이다. 언뜻 보면 좋은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이 위험한 이유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부정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가득한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라는 말과 같으니까.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하지 않았던가. 내 일이 아니면 언제나 선명하기 마련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더 이상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선택을 할 때 너무나도 쉽게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 선택의 이면에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가득하다. 그러니 선택을 할 때는 당장 눈앞에 놓이는 것뿐만 아니라 온갖 상상력을 가져와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일어날법한 일도 모두 끌어와서 판단해야 한다.


글쓰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1~2편 쓰는 일은 즐겁지만,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한 달 동안 열 편이상의 글을 써야 한다면 그건 지옥이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글 쓰는 사람들이 '실제 쓰는 시간'만 노동하는 시간이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글쓰기가 나무를 베는 일이라면 그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생각하고 구조를 잡는 등 계속 생각하는 것이 도끼를 날카롭게 갈기 위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한 달 동안 열 편 이상의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하나당 사흘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매일매일 글쓰기를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 생각에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브레인스토밍도 포함되어 있는 동시에 '못 쓰면 어떡하지?', '혹시나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 일이 놓인 조건, 일이 포함하는 다양한 활동, 그 안에서 맺게 되는 관계를 아우르며 총체적으로 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일이 놓인 조건에 만족하는 것과 일 자체에 만족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 둘은 늘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꿋꿋이 해내는 사람은 대단하다. 그 일에 놓인 조건, 일이 포함된 다양한 활동, 맺게 되는 관계를 모두 아울러서도 좋아하는 감정이 더 크니까 계속해서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뛰어넘는다면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잘하는 일이 되곤 한다.


'해보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정도의 감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뛰어든다면 이 글의 제목처럼 그건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제대로 안 해봤으니 괜찮은 거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시작해보고 싶다면 그 일을 선택했을 때 받게 될 현실적인 페이와 근무 환경을 철저히 조사해볼 것. 주변에 그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면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렇다면 밥 한 끼 또는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라. 마냥 좋아했던 일이 좋아해도 되는 일인지 고민하게 될 테니.


좋아하는 일은 천국으로 가는 길에 없다. 지옥을 지나서야 겨우 도달한다. 그리고 그때 스스로 이렇게 답하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도된다.


"지옥 같은 순간을 지나왔는데도 이 일이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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