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지는 센스등과 자기 기분이 똑같다고 상상해 봅니다. 기분을 그런 등처럼 감지한다면 블루, 옐로, 레드처럼 하루에도 기분의 색깔이 몇 차례나 바뀔 거예요. 기분 센스등의 색깔이 바뀔 때마다 ‘아, 무슨 색으로 바뀌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그때 내 몸에서 미세하게 일어나는 느낌도 자동으로 읽어봅니다. ‘우울해, 섭섭해, 자존심 상해’ 등 여러 감정이 솟구치는 순간에 내 몸이 어떻게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하는지 지켜보세요. 그렇게 기분은 단지 몸의 느낌들이구나, 그게 감정으로 발전하는구나, 생각이 거기에 논평을 더하는구나, 하면서 기분에서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관찰해 봅니다.
책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했습니다>, 디아
지금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먼저 변화를 줬던 건 전등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천장에 달려 있는 형광등을 바꾸고 싶었지만 일이 커지니 쉽게 바꿀 수 있는 (전구를 사용하는) 식탁등이나 상향등, 침실등부터 전구색(노란빛) 전등으로 바꿨다.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전등을 전구색으로 켜놓는다. 하얀빛보다는 많이 어둡지만 주황빛에서 오는 따뜻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할까. (물론 물체를 확실히 봐야 하는 설거지, 청소를 할 때나 베란다와 화장실 같은 공간은 주광색을 선호한다)
전등을 바꾸는 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인테리어 중 하나다. 그래서 과거에 원룸에 살 때도 집에 먼저 들여놓은 건 1~2만 원 정도 했던 스탠드등이었다.
특히 주광색(하얀빛)부터 전구색(주황빛)까지 색온도, 밝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전구를 사용하면서는 기분에 따라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한다. 밥 먹을 때는 밝게(주백색, 4000K), 술 마실 때는 바(Bar)처럼 어둡게(전구색, 2500K)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색온도'가 생겨나고 있었다.
하루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전구의 색온도, 밝기처럼 우리의 기분도 좋고 나쁨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여기저기를 누빈다. 다만 위치에 따른 정의가 없다 보니 '기분이 좋다, 짜증 난다'라고 에둘러 표현할 뿐.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구분되지 않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구분을 위한 표현이다. 위스키를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위스키의 종류를 싱글몰트, 몰트, 블렌디드, 그레인 등으로 구분해서 찾아먹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쓰고 비싼 술일뿐이다.
디아 작가님이 쓴 책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감정을 의식해 본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마다 대부분 지금 드는 감정이 귀찮다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렇다 보니 좋은 감정은 선호되고 나쁜 감정은 제거되는 방향 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집에서 쓰는 전구와 취향으로 즐기는 위스키는 잘 구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감정에는 왜 이렇게 무심했던 걸까. 사실 마음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속으로는 좋지 않은 감정이 나를 전복시킬까 봐 노심초사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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