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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24. 2017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이들을 위한 영화.

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  영화 <몬스터 콜>

판의 미로 제작진이 참여했다.

줄거리 


코너(루이스 맥더겔)는 한창 뛰어 놀 나이인 열두 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토스트기에 빵을 구워 아침을 챙겨 먹고 스스로 빨래를 돌린다. 그의 할머니(시고니 위버)의 말처럼 어떤 열두 살이 행주로 싱크대를 닦고 스스로 집안일을 하겠는가. 


하지만 코너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아직 어리지만, 더 어린 시절 부모는 이혼했고 아빠는 저 멀리 미국으로 건너가 새 가정을 꾸렸다. 같이 살고 있는 엄마는 투병 중이라 침대 밖을 나서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에 빠진 듯 그림만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설상가상으로 덩치 큰 동급생들의 학교 폭력까지 누구보다 가혹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열두 살 소년이 몬스터를 만나면서 성장하는 판타지 영화다.



어른들을 위로해 줄 판타지 동화


 이 영화는 판의 미로의 제작진이 참여하여 더욱 화제가 됐다.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급사에서 아동용 판타지 영화처럼 홍보하는 바람에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나섰다.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정도를 기대했던 이들은 영화 속 잔인한 장면이 계속 이어져 관람을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한다. 


판의 미로 정도는 아니지만 몬스터 콜 또한 아이들을 위한 영화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위로를 받는 쪽은 어른들일 것이다. 


※ 물론 몬스터 콜은 판의 미로처럼 잔인한 장면은 없어서 아이들과 같이 관람해도 무방한 영화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질문에는 '글쎄..'라고 말하고 싶다.




어른은 언제 되나요?


누군가 당신에게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답변을 건넬 것인가.


아마 대부분이 평소에 생각해 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질문일 것이다. 술 · 담배를 살 수 있는 스무 살(신체적 성숙)이 돼야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타인을 이해(정신적 성숙)할 줄 알아야 그게 어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른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너무 어른스러운 코너의 네 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때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영화를 보기 전 그저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울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이때 조금 당황했다. 나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몇 안 되는 다른 분들도 코를 훌쩍이시더라.)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 가끔씩 죽음이 다가와 머무를 때가 있다. 누군가 태어났으면 누군가 죽는다는 것이 당연한 이치임에도 우리는 매번 그것에 서툴기만 하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경험해봤던 이들은 다시는 경험해보고 싶지 않을 것이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그 슬픔이 얼마나 깊을지 가늠조차 안 될 것이다. 


부모의 이혼, 엄마의 투병, 학교 폭력까지 열두 살 소년 코너는 또래의 아이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어른이 되면 좋겠지만 우리 주변에도 종종 코너처럼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른들에게 보호받으며 무럭주럭 성장해야 하는 나이에 일찍 성장통을 겪는 코너와 같은 이들을 보고 있으면 보는 내가 쓰라린다. 


코너는 엄마의 끝이 보이지 않은 투병에 엄마가 낫길 바라면서도 더 이상 고통을 느끼기 싫어 엄마가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엄마가 더 아픈 것이라고 몬스터에게 털어놓는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라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자체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코너에게 몬스터는 이렇게 위로한다.

인간은 원래 복잡한 거야. 
그러니까 네가 느끼는 감정은 틀린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오직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왓챠에서 본 너무나 공감되는 'Sundance'님의 감상평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는 말처럼 엄마에게 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코너는 아픈 마음이 이제 조금씩 치유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냈거나, 무언가를 상실한 경험이 있던 이라면 더욱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른은 언제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아래와 같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어른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평점 ★


1차 관람 : 2017.09.19(화) 2회 11:40(오전) ~ 01:38(오후) / CGV 서현

2차 관람 : 2017.09.24(일) 1회 10:00(오전) ~ 11:58(오전) / CGV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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