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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12. 2017

알레르기 검사를 받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힘들겠어요.


3달에 걸친 알레르기 검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에게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환절기 봄, 가을만 아니라 사계절 모두 힘들겠다니...)



비염을 달고 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 나도 비염 있는데!'라고 공감할 정도로 비염은 이제 현대인에게 너무나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어렸을 때부터 비염을 달고 살았다. 학창 시절에는 유독 시험 기간에만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다. 처음에는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를 몰아서 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져서 감기가 걸렸나 보다 넘겨짚었지만 증상이 심해져서 찾은 병원에서는 비염기가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에 관한 기억


#1. 사과


어렸을 때 사과를 껍질채 먹은 적이 있다. 물로 깨끗이 씻어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속이 뒤집어졌다. 자꾸 위액이 역류하는 기분이 들어 10분 이상 싱크대 앞에서 침을 뱉어내느라 고생했었다. 그때 이후로 사과를 못 먹었다. (지금은 먹을 수는 있지만 즐겨 먹지는 않는다.)   


#2. 오디


시골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밭에 있는 오디를 별생각 없이 따먹었는데 목 안이 퉁퉁 부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너무 아팠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땐 몰랐는데 이제 와서 되짚어보니 알레르기 증상이라고 한다.


#3. 후반기 대대 전술훈련


육군 항공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  헬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보니 막사 앞에 계류장과 활주로가 굉장히 넓었다. 가끔 그 인근에서 전술훈련 겸 천막을 쳐서 훈련을 했었는데 그때 계절이 가을이었다. 삼삼오오 힘을 합쳐 천막을 치고 나서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졌다.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잘 때도 멈추질 않아서 휴지를 꽂고 잠들었는데 코가 막히긴커녕 휴지가 축축해질 정도로 계속 흘렀다.


꽃가루 알레르기였다.



그 외에도 머리가 아프거나,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거나, 온몸이 미칠 듯이 간지럽거나, 콧등이 심하게 간지러운 증상이 일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가장 심한 건 콜린성 두드러기였다.


#4 콜린성 두드러기


콜린성 두드러기는 체온이 급격히 변화할 때 온몸이 미친 듯이 따가운 질병이다. 겨울철 버스나 지하철 등 갑자기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급격한 체온 변화로 인해 두피나 온몸에서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물론 곧 체온이 조절되면 고통은 사라지지만 그 순간 너무 간지럽다.





약을 처방받다.


알레르기 비염은 치료가 되지 않는 만성 질환이다. 음식이나 주변 환경을 조절해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완전하게 치료하기는 어렵다.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은 '항히스타민' 성분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3세대까지 출시되어 있는데, 1세대는 효과가 강력한 대신 졸음이나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운전을 하거나 집중을 요하는 행동을 취할 때 섭취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3세대의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덜 유발하지만 효과는 덜하다. 그렇다고 해서 3세대가 나쁜 건 아니다.


항히스타민제로 총 3가지 종류의 알약을 처방받았다. 아침에 섭취하는 건 항히스타민 2세대인 '에리우스 정'이다. 그리고 자기 전에 먹는 약은 2종이다. 항히스타민 1세대인 '액티 피드 정'과 알레르기 반응 물질을 억제해주는 '몬테잘정'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주로 '지르텍'이나 '클라리틴'을 복용한다. 둘 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데 효과는 지르텍이 더 좋은 편이다.  다만 지르텍이 더 비싸서 금액이 부담될 때는 클라리틴을 복용하는 편이다. 클라리틴을 먹어도 보통 비염 증상이 완화되는데 가끔은 효과가 없을 때 지르텍을 구입해서 혼용해서 먹는다.   




왼쪽 약들은 '메치론정'과 '동아가스터정'이다. 평소에는 섭취하지 말고 알레르기가 엄청 심해져서 목이 붓거나 호흡하기가 곤란할 때 먹으라고 처방해준 응급 약이다. 예전에 오디 먹을 때 목이 붓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그런 경우가 없었기에 말 그대로 응급약인 대로 쭉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측에는 코에 분무하는 약과 눈이 심하게 간지러울 때 넣는 점안액을 처방해주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쪽 코에 2회씩 분무하고, 점안액은 미친 듯이 간지러울 때 눈을 비비지 말고 한 방울 떨어트리면 간지러움이 바로 사라질 거라고 하셨다. (점안액은 진짜 효과가 좋다. 예전에는 일반 인공눈물을 넣어도 미친 듯이 간지러웠는데 요거 한 방울 떨구면 간지러움이 바로 사라진다.)




어떤 알레르기 검사를 했나.


알레르기 검사는 총 6가지 검사를 실시했다.


제일 먼저 혈액 검사를 했고, 그 이후에는 운동유발검사(콜린성 두드러기)를 실시했다. 트레드밀에서 10분 정도 고강도 운동을 해서 체온 변화를 살펴봤다.


그리고 나머지 4개는 같은 날 연속적으로 진행됐다.


1) 자가혈청피부반응검사


혈액 검사할 때 채혈한 내 피에서 성분을 추출해서 왼쪽 팔에 떨구고 살짝 긁어서 15분간 증상 확인


2) 한냉 알레르기 검사


얼음을 오른쪽 팔에 10분간 두고, 얼음 제거 후 10분 동안 증상 확인


3) 음식물 피부반응 검사


음식물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55가지 성분을 등에 바르고 자가혈 청피 부반응 검사와 마찬가지로 살짝 긁어서 15분 동안 증상을 확인했다.


4) 흡입항원 피부반응 검사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흡입항원 성분을 등에 바르고 음식물 피부반응 검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흡입항원 피부반응이 가장 심하게 나왔다.




주의해야 할 것


사계절이 힘들겠다고 말씀해주신 의사 선생님은 이어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말씀해주셨다.


1. '샐러리'는 절대 먹지 말 것


음식물 피부반응 검사에서 가장 심한 반응을 일으켰다. 사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들어보긴 했는데, 즐겨먹는 야채는 아니라서 '풀'처럼 생긴 거요?라고 물어봤다가 의사 선생님이 빵 터지셨다.


2. 모든 과일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다.


보통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면 먹지 말라고 하는데, 과일은 먹지 않을 수 없으니 주의해서 먹는 대신 알레르기 반응이 심할 경우 처방해준 응급약(메치론정, 동아가스터정)을 먹으라고 당부해주셨다.


3. 알레르기 종합병원이다.


2달 뒤에 다시 보자. 그때까지 약 열심히 먹어라.



알레르기 수치인 IgE (Total)가  629로 나왔다. 평균치를 훌쩍.. 나도 훌쩍..





'비싸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매번 알레르기 검사를 미루고 미뤘다.


물론 3차례에 걸친 알레르기 검사는 종합병원에서 받다 보니 걱정대로 진료비와 약제비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하지만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보험 처리가 되어 내가 부담하는 돈은 적은 편이었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들을 미루지 마라"


올해 들어서 읽는 책들이 유독 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였다. 나는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가득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걱정과 두려움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은 늘 이겼다. 남에게는 항상 이기기를 갈구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는 늘 지고 있었던 것이다. 알레르기 검사가 비싸도 내 몸에 투자하는 셈 치고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데 그냥 아까웠던 것이다. 그동안 걱정하느라 날린 시간을 생각하니 스스로가 안타까웠다.


1.5일의 연차와 수십만 원의 비용을 치르고 받은 알레르기 검사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항상 기록을 좋아하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나의 생각을 산산이 깨 주는 검사였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나서 '내가 정말 내 몸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알레르기 검사는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또 어떤 일을 미루고 미뤘을까.

꼭 찾아내서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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