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알 수 없으니
안녕하세요.
천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대로
P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꺼내보려고 하였으나,
제가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미뤄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와 이만 인연을 마무리 짓기로 하였습니다.
24년 8월에 제가 이별을 고하고
약 한달 뒤쯤 연락이 다시 닿아 관계 정립 없이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면서
그도 저도 참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는 다행히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고
제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그때서야
저는 그를 잘 보낼 준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게 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번 달 그의 생일도 함께 보냈어서,
사실 한 번 씩 7년간의 만남이 끝난게 잘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잘 견뎌보려 합니다.
제가 브런치에 당신의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관계가 끝난 후까지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에게 예의도 아니고 서로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 글을 쓰더라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 오래 만나 제가 홀랑 지워버리기에는 아까웠던,
저에게 있던 그의 20대 시절 사진들을 보내주며
편지도 함께 썼었는데요,
그에게 답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 글의 마무리로
그 당시 그에게 보냈던 그 편지에
지금의 제 마음을 덧대어
마지막 글 마치겠습니다.
P에게
너가 이 글을 언제 볼지, 그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전혀 모르지만
너한테 있어서는 자주 이기적이었던 나니까 내 마음이 편하려고 한 번 써봐.
어제는 너한테 카톡이 오는 꿈을 꿨어.
일어나니까 꿈이더라구. 문득 너가 예전에 나랑 헤어졌을 때, 한달 내내 내꿈을 꿨다는 말이 생각났어.
나랑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깨어나보니 내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힘들었다고 했었어.
그 일 후에 또 한 번 이별을 했을때도 너는 꿈 얘기를 했어.
사실 나는 그동안 꿈은 꾸지 않았던 것 같애.
그런데 이번에는 여태와는 다르게 내쪽에서 정리를 당하는 것처럼 헤어져보니,
너에게 연락이 오는 꿈을 꾸더라.
이제서야 항상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내가 이별을 얘기했어서, 그 순간들에 너가 겪었을 충격과 막막함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 같아.
이제서야 여태 그런 행동들을 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직접 아픔을 겪으니 너의 과거의 아픔까지 시간차로 나에게 느껴져서 그것또한 지금 너무나 아파.
너에게 사진을 주기 위해서 쭉 사진을 정리하면서,
사실 너도 나도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2023년도쯤 주고받았던 연락을 보니 우리가 참 사랑이 넘치더라.
24년 8월 내가 이별을 고한 뒤 애매하게 다시 얼굴 보기 시작하며 우리 둘 다 예전같지 않았더라.
넌 늘 나에게 말해왔던 것처럼 맘껏 애정을 주지 못했고, 나도 생각이 너무 넘쳐 복잡해져버려서
우리 관계에 집중을 못했던 것 같아.
서로 정이들어 직접 만날 땐 인식하지 못하다가, 멀어지면 각자 서로 드는 생각에 연락에서는 티가 났었는데,
그 1년간 나는 그걸 제대로 몰랐던 것 같아.
그래서 우리 둘 다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의 미련이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었구나.
내가 처음쓴 편지에서는 우리가 진짜로 끝난 건 1년전이었던 것 같다고 썼었는데,
혼자 지내며 그 생각은 조금 바뀌었어.
T적인 너의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우리 관계는 끝났으니 다 의미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참, 그 애매하게 만나는 1년 남짓 동안도 나는 참 행복한 순간이 많았어.
지금은, 그냥 하루라도 더 너를 볼 수 있었음에 좋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를 더 오래 기억하겠지
30살까지의 너를 볼 수 있었어서 좋았어.
P!
진심으로 잘 살길 바라.
다음 사람은 나보다 좋은 사람이어서 너가 맘껏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이길.
여태 마음껏 사랑도 못하게 해서 미안해.
너는 참 찾아갈 수도 없이 멀리 떨어져 연락도 닿지 않는, 어딘가 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가족같아.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운명은
너랑 즐겁게 생일을 보낸 다다음 날 우리를 영영 보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또 모르지 그렇게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에게서 떠나서 더 큰 행복을 찾을지.
그 알 수 없는 여정에 응원을 보내며.
안녕.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