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내 마음이 그곳에 닿기를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지금도 갑작스레 휴가를 내고 본가로 내려와 사흘째 쉬고 있다. 긴 공백을 선뜻 이해해준 직장동료와 상사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엄마와 대화 중에 짜증도 냈다.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장 하루 동안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나는 이토록 부족함 많은 가족이었지만 미남이는 그곳에서 그저 나의 냄새, 자신을 쓰다듬었던 손길을 더 오래, 깊게 기억해 주며 내가 언젠가 다시 찾아가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줄 것 같아서.
사람들이 내세를 상상해 내는 건, 어쩌면 죽음 그 자체가 두려워서라기보다도, 소중한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 망연자실함을 견디기 위해서가 아닐까. 망자가 그곳에서라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으며. 이기적이게도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그 세상에서라도 미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급하게 울산으로 내려와 장례식장에서 꼭 잠이 든 것 같은 미남이를 바라봤다. 하늘색 수의가 너무 예뻤다. 수의를 입히는 과정에서 눈이 떠져, 다섯 명 나란히 서 있는 우리를 마지막으로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설날에 다 같이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데, 몇 시간 동안 그렇게 크게 웃고 떠드는데도 찬찬히 우리를 구경하던 것도 잠시, 그 옆에서 한참을 깊게 잠을 잤던 미남이. 다섯 명이 그렇게 빙 둘러앉아 있던 것이 얼마 만이었나 싶었는데, 그 명절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먼 여행을 떠난 미남이.
점심시간에 소식을 듣고 급하게 회사로 복귀하는데, 그날이 마침 졸업식이었는지 길 가는 사람들이 품에 꽃다발을 하나씩 품고 있었다. 그 화려한 꽃들이 너무 예뻐서, 내 멋대로 우리 미남이 가는 길을 추모해 주는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갚을 수조차 없는 사랑을 주던 소중한 영혼 하나를 떠나보냈다.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상실감에,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많은 만큼 언젠가 또 겪어야 하는 이 고통들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울 지경이지만. 지금 하나 딱 바라는 게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미남이는 고통을 겪는 육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길. 내가 슬픈 만큼 그곳에서 행복하길. 난 앞으로 계속 부족한 사람이겠지만, 그런 나에게 18년 동안 행복을 줬던 미남이는 이 생에서 좋은 것만 기억해 주길.
미남이의 화분장을 일요일에 치를 예정이다. 자연스레 우리 집에 찾아와 씩씩하게도 혼자 싹을 틔우고 자란 돌복숭아나무에. 내 세상의 너무 큰 부분을 차지했던 존재가 사라져도 냉정하리만치 세상은 흘러가고, 나도 조금씩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한 번씩 웃기도 하며 지내겠지.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이 아이를 만나게 해준 세상은 동시에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부디 내 마음이 닿길 바라며. 미남아 너무너무 사랑해. 정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