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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Nov 08. 2017

간호사가 발견한 어느 노인의 시

Mak Filiser는 86세의 나이에 홀로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가 홀로 양로원에 살다가 떠난 후 간호사들이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그가 쓴 시를 발견하였다.


나이 든다는 것, 노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우리 주변에 있는 그들도 역시 우리와 같은 젊음과 추억이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https://tonyhanscomb.com/mak-filiser-died-all-alone-86/

괴팍한 늙은이

from Mak Filiser


무엇을 보는가, 간호사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를 볼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멍한 눈에 현명하지도 않고

성격도 알 수 없는

괴팍한 늙은이라고 생각하려나? 

밥은 흘리면서 먹고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하는                                 

‘좀 더 드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도

당신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제나 양말 한 짝

신발 한 짝씩 잃어버리는 늙은이? 

목욕하거나 밥을 먹을 때면

늘 고집부리며 버티기만 하는

당신의 힘든 일과 중 하나?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대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그렇다면

이제 눈을 뜨시게나

그대들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네.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고 싶네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어도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먹고 있지만 

나는 열 남매 중에 끼인 작은 아이였네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열여섯 살 소년이었을 때는

날개가 달린 듯 발을 놀리며

곧 만날 연인을 꿈꾸기도 했다네 

스무 살  새 신랑이었을 때는

내가 약속한

그날의 맹세를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지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언제나 나를 필요로 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었지 


서른 살이 되었을 때는

이미 훌쩍 커버린 내 아이와 나 사이엔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무언가로 이어져 있었어 


마흔이 되었을 때는

아들은 자라서 내 품을 떠났지만

내 곁에 있어 준 아내 덕분에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어 


쉰이 되었을 때는

내 무릎에서

아기가 다시 놀기 시작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어린아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지 

그리고 슬픈 날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네 

내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앞날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지 


이제 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좋았던 시간을 추억할 뿐이라네 


이제 나는 늙은이가 되었지

자연의 섭리가 어찌나 냉혹한지

나이가 많아질수록

바보처럼 보일 뿐이라네 

이미 쇠약해진 몸에서

우아함과 활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심장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돌 하나가 들어서 있다네


하지만 이 늙은 몸 안에는

여전히 젊은이가 살고 있어 

때때로 내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어 


내가 겪었던 기쁨과

지나왔던 고통을 기억할 때면 

나는 다시 내 안에서 사랑으로 가득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느끼네 


너무나 짧았던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린

그 시간을 생각할 때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뿐이지 


그러니 이제는 그대들 눈을 뜨길 바라네


그대들 눈을 뜨길 바라네


그대여 눈을 뜨고 바라봐주시게 


까다로운 늙은이가 아닌

‘나’를

조금만 더

가까이 들여다 봐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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