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g Oct 29. 2018

[대나무숲] 너의 결혼과 나의 소개팅




                       너의 결혼과 나의 소개팅       

  

이 글을 너가 꼭 보았으면 해. 

내 속마음을 너한테 직접 얘기하면 너와 난 멀어질테니

이 게시판을 빌어 내 마음을 전해.       

따뜻함이 느껴지던 아름다운 계절에 

너와 난 소개팅 할뻔한 사이였지.

하지만 소개팅 대신에 친구가 되었지.   

너와 소개팅을 못했던게 아쉬워서, 

너에게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었지.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 차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듣기에 좋았는지, 

“오빠 이 노래 제목 뭐에요?”라는 너의 물음에 

“ 효린의 ‘안녕’이야.”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그 날,

난 너에게 참 많은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우리반 아이들은 이런 학군에 있으니

사랑이 필요하다'면서

너가 좋아하던 학원에 결석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챙기던 그 따뜻함.   

가장 힘든 학년을 맡고 있으면서도 

어두운 모습하나 보지 않았던 그 밝음.   

애교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의 

톡톡튀는 그 발랄함. 



너에게 농담처럼 말했던 

“만약 우리가 소개팅을 했다면, 난 너한테 애프터 신청했을거야. 

너... 매력있어.“ 라는 이 말은 진심이었어.     

서울에서 돌아와서 너의 집 앞에 데려다주면서, 

“너가 어제 술 많이 마신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네 손에 쥐어진 ‘컨디션’은 

널 걱정하는 내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어.   

  

하지만 그 날 널 데려다주고 난 다음에 난 ‘잘 들어갔냐’라는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지.  

사실...남자가 여자한테 “잘 들어갔냐”라는 

메시지 한 통조차 보내지 않는게 얼마나 실례야. 

나의 이런 행동 때문에 너가 " 이 오빠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라고

생각했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 때 딱 끊지 않으면, 점점 너가 더 좋아질 것 같았어. 

그 형이 널 좋아한다는 걸 내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널 좋아하면 안될 것 같았어.  

‘차라리 너가 그 얘길 나한테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몰랐을텐데, 

몰랐더라면 내가 너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어.    


널 만나고 난 후에, 

너한테 연락을 하지 않던 시간들 속에서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 따뜻함,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 밝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 발랄함

이런 너의 모습들이 계속 생각 나더라. 

그런 와중에 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상심했었지.   

언젠가 너가 나한테 소개팅을 해준다며 연락을 했을 때, 

너가 해주려는 소개팅을 거절하려고 했던 이유는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기다려야 할 것 같아”였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바로 너였어. 

그 때 너가 얼마나 야속했던지. 기분이 참 묘하더라.  

 

너가 내년에 결혼한다라는 말을 했을 때, 너무 놀랐었어. 

그 형과 너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 형이 널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버린

내 자신이 너무 미워지더라.     

좋아했었어.

좋아했었어 많이.    

너와 내가 할 뻔 했던 그 ‘소개팅’

너가 해주려고 했던 그 ‘소개팅’

이제 내가 나가려고 하는 그 ‘소개팅’  

그 ‘소개팅’이란 단어만 들으면 네 생각 날거야.       

너가 내년에 결혼하는 것 정말 축하해. 

나도 이제곧 소개팅에 나가서 좋은 사람 만나볼게.

그리고 가끔씩 생각나서 너가 잠을 못 자게 만드는 

그 상처...잘 치유되길 바랄게.   

내가 좋아했던 니가 이 글을 꼭 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널 좋아했던 내 마음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너의 따뜻함을 생각할 때마다 녹아내리는, 

눈사람이었다.)                  

효린의 그 노래 제목처럼   

이젠 정말  

.

.

.

.

.

.

.

.  

‘안녕’   



작가의 이전글 개와 고양이 얼굴을 바꾸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