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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비 Apr 18. 2022

7. 법인회사인가 개인회사인가

회사 재산은 개인 재산?

최근 나의 이목을 끌게 만든 기사가 하나 있다.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정책이었는데, '법인차량 별도 번호판' 부착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법인의 명의로 고가의 슈퍼카를 구매하고, 법인의 비용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면서 정작 이용은 개인이 하는 편법을 막아보겠다는 내용의 일환이었다. 실제 효과가 있을 지는 시행을 해봐야 알겠지만 의도 자체는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대부분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회사'들은 '법인'의 형태로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사업자'로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는 하겠으나, 자금 조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차이'라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법인사업자'의 특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1) 사업과 관련된 모든 재산은 법인 명의

2)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투자금만 날리면 된다

3) 사업이익이 발생하면 법인세를 납부한다

4) 보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개인 재산에는 피해가 없다

5) 주식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유치가 가능하다

6)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가 나의 것이 된다

7) 법인 재산 관련 횡령, 배임 발생 가능


개인사업자에 비해 자금 조달 등 여러 이점이 있지만 법인의 대표자와 이사들 (이하 경영진)에게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입사할 시점 25명 남짓이었던 이 회사는 불과 1년 사이에 70명으로 인원이 대폭 증원되었다. 그 과정에서 매출의 드라마티컬 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부로부터의 투자도 없었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굉장히 신기한 회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상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하겠다) 급작스런 인원 증가의 후유증이었을까, 어느 시점부터 회사가 보유한 현금의 흐름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은 직원 전체에 대해 '핵심인원', '필수인원' 하는 식으로 직원 전체에 대한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사직을 권고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의 인건비가 부담이 될 정도라고 하지만 인건비를 제외한 회사의 고정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차량' 이었다. 대표가 창업을 했던 시기부터 함께했던 이사진은 모두 법인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수입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T사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대표부터, 국산 고급 SUV와 최소 중형급 차량에 이르기까지, 회사 명의로 보유(사실은 모두 렌트카 내지는 리스차량이다)한 차량은 8대가 넘어갔다. 영업과 수주를 위해 필수로 필요한 차량도 있기는 하지만 절반 이상은 단순히 이사들의 '출퇴근'을 위한 차량이었다 (주말에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도 없다). 


대학 동기 B는 대학 졸업 전 창업을 했고 역직구 플랫폼을 키워 연 매출 1천억 규모로 만든 다음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고 엑시트했다. 그리고 B는 새로운 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천억원의 연 매출을 만드는 동안, 그리고 새로운 사업체의 대표가 된 지금 시점에도 B는 자신이 법인 차량을 소유하고 운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연 매출 100억도 되지 않는 회사가, 그것도 인건비를 걱정하고 있는 회사가 8대 이상의 차량을 렌트/리스해서 운행하는 모습이 참 비교되었다.


차 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의 비용으로 대표와 이사 일부가 살고 있는 집의 월세가 부담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위치 좋고 가격도 높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법인 회사를 마치 개인 회사인 것 처럼 활용하며 큰 고정지출을 유지하면서도 정작 직원들의 인건비를 걱정하고, 어떤 프로젝트에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지출에 대해서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직원들에게 원가 감축을 강조하는 모습. (심지어 MS오피스 같은 필수 프로그램 라이선스 구매에도 매우 깐깐한 모습을 보였고, MS오피스의 경우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은 20% 수준이었다) 이럴거면 그냥 개인사업자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지 그러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스타트업은 경영진의 사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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