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배기자님 문자가 와서 반가웠습니다. 잘못 본 것 같아 안경을 벗고 다시 보았습니다. 부고장이라 쓰여있기에 연로하신 부모님 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늘 말씀을 아끼시던 금쪽이 아들의 이름 석자를 처음 보았습니다. 머리가멍해져서두 눈을 깜박이며 한 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금쪽이 아드님의 결혼 청첩장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배기자님의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아름아름 오래전 인연들을 결혼식장에서 뵙기를 바랐습니다. 20여 년 전 인연들과 지난 추억 속에 우리들의 호기 어린 그 시간들을 되살리며 희희낙락하는 시간을 기대했습니다.
100세 시대에 배기자님은 너무 이르십니다. 병환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좀 더 일찍 안부를 묻고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서운한 마음이 한이 없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_()_
이 말을 배기자님께 하게 되다니 지금도 믿고 싶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장례식장은 못 가겠습니다. 돌아가시는 걸음은 차마못 보겠습니다. 친절한 부고장의 배려가 고마울따름입니다.
처음 책 출간회 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겸손하면서도 지식 충만 하시던 자태에 웃을 땐 여느 배우보다 더 해맑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예전에 사인해서 주신 책들 다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이 공부에 도움 된다고 꼭 챙겨 주시던 고마운 책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가르침으로 잘 읽히겠습니다.
머나먼 길 조심히 돌아가소서. 다음 세상에선 좀 더 건강하시고, 좀 더 행복하시고, 좀 더 편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이 생에서 다져 놓으신 길은 후학들이 받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