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쟁이 박사연습생 이야기

by 채이

변명을 늘어놓으려 한다. 일주일을 쉰다고 했으면서 몇 주를 쉬었기 때문이다. 본업에 논문까지 겹치면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언젠가는 글로 먹고살고 싶단 생각에 투지를 갖고 살아보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유한하다. 학생들의 자료를 만들고, 논문을 디펜스 하며 허겁지겁 살다 보면 글쓰기는 어느새 뒷전이 된다.


이번에 기획한 브런치북은 총 10회 분량으로 작년에 완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시작했었다. 정신 차려 보니 7화가 겨우 끝나 있고, 새해가 밝았다. 꾸준히 글을 써낼 근성이 없으니 아마 완결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 글을 열심히 봐주는 학생이 가끔 “선생님, 이제 글 안 써요?” 물을 때마다 땀이 삐질 났었다. 그 학생은 특목고 진학으로 이제 같이 수업을 하지 않으니 유일한 채찍마저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변명을 해보자면, 그간 논문을 한편 발행했다. 지겹게 잡고 있던 사라 케인의 작품 분석을 드디어 완료하였다. 주제가 참신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몇 번을 엎었던 논문이었다. 다행히 작년 마지막 호에 투고를 했고, 통과되어 무사히 게재시켰다. 작년에 kci급 학술지에 두 편을 게재했으니 초보연구자에게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논문을 쓰다 보면 힘이 온통 소진된다. 더 이상 무언가를 생산해 낼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그 와중에 학생들의 시험과 수업은 계속되기에 마음 놓고 쉬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수만가지다. 힘들고, 지치고, 시간이 없다.


박사연습생의 핑계는 다채롭다. 그럼에도 완결은 꼭 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근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나왔다.“


최강록 아저씨의 말처럼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근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아서, 좀 더 써보려 한다. 글을 쓴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박사연습생이 될 수 있도록, 이 글은 나를 예열하는 종류의 글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