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빼어난 사람들이 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티가 난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쉽게 하는 것 같고, 도대체가 뭘 하든 다 잘나 보이는 부류이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벽 같은 게 있어서 도저히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에겐 내가 기준이라, 그들과 나를 놓고 비교하면 여간 주눅 드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확신이 없는 박사연습생은 잘난 또래 연구자들과 논문 개수도 비교해 보고, 필력도 비교해 본다. 스크린 속 끊임없는 비교에 심장이 쿵쿵 아래로 떨어진다. 정신을 차리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남는 건 자책뿐인 시간이 흐른다.
나는 노자도 니체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라 희와 비가 하나로 섞여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경험은 하기 힘들다. 결국 욕심 많은 에고에 사로잡혀 나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욕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향을 바란다. 좇아가도 그들은 이미 앞에 있다.
그러니까 이런 날은 쪼그라든 채로 책상 앞에 앉는다. 내가 가지 않은 길, 내가 하지 않은 노력을 그들은 이미 오래도록 해왔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열등감을 연구의 동력으로라도 써야지 별 수 없다.
좋아하는 것 하나를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 백개쯤 견뎌야 하는 세상이랬다. 잘난 사람은 많고 많지만, 그래서 결국 나 혼자 해낼 수밖에. 공부는 나의 부족함을 처절하게 깨닫는 과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