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대유행 이후, 나를 설명하는 문장이 더 많아졌다. 누구는 이렇대, 누구는 저렇대 라는 말들이 나를 둘러싼다. 비록 MBTI라도 나에 대한 정의는 어느새 기준선처럼 작동한다. 고민되는 상황에서 ‘****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곧잘 떠올리곤 한다.
문장으로 나를 설명하는 순간, 그 문장 속에 갇힌다. 내 MBTI에는 워커홀릭, 질서, 현실적 이런 단어들이 따라다닌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날에는 ‘난 ****인데 왜 게을러지고 싶을까?‘라는 우스운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의 특징이라는 문장들에 어느새 영향을 받고 있다. MBTI를 몰랐다면 떠올리지조차 않았을 생각이다.
걔는 이래야 해, 쟤는 저래야 해 같은 주변의 평가는 못내 신경 쓰인다. 하지만 가장 가벼운 기분이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정해진 문장에 따라 살지 않을 때였다. MBTI도, 누군가의 조언도, 주변의 시선도 모두 따라가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내가 쓴 문장에 나를 가두고 싶다. 남이 아닌 내가 쓴 문장은 나를 보호한다. 나를 알아주고, 나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야 증명하며 사는 건 참 지치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갇히고 싶은 문장은 “나는 안전하다”, “나는 내 편이다“ 뭐 이런 것들이다. 평가와 분석의 말 대신 조금은 포근한 울타리로 나를 감싸주고 싶다. 실신할 것처럼 피로한 날에도 나는 나를 지켜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