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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Dec 09. 2016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

한 학기의 끝에서 배운 교훈. 

갑작스레 몸이 안 좋아졌다. 머리가 띵한 것이 하루 푹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몸이 아프기가 쉽지 않은데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벌써 12월, 한 학기의 끝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물론 시험이 남아 있으나, 모든 강의와 과제는 차주를 기점으로 마무리가 된다. 


나름 경력을 가지고 경영대학원에 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오래 전의 한국처럼, 석사가 더 나은 자리를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이미 국내에서 관련 과목을 모두 수강하고 와서 수업을 완전히 꿰뚫는 친구들부터 정말 경영학 자체를 즐겨서 온 친구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하튼, 각설하고 이 곳, 영국에 와서 학기를 들으면서 가장 큰 의미를 주었던 세 가지에 대해서 짧게 정리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언어였다. 얼마나 자신의 언어로 배운 바를 잘, 쉽게 설명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였다. 이해하는 만큼 설명할 수 있고, 그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이는 토론과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는 물론 언어의 장벽에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특히 영국의 석사는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이기도 해서,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벽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솔직히 한글로 해도 이게 쉽지 않았는데 영어로 하려니까 정말 어려웠다. 처음에는 정말 "어버버버"하는데서 시작했던 것 같다. 가장 자신이 있는 마케팅 수업의 마지막 세미나가 열린 오늘에 와서야 짧게 1분 남짓 영어로 내 의견을 자신 있게 천천히 피력할 수 있었던 같았다. 다시 말해서, 영어는 영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곱씹어서 다시 설명해낼 수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다시금 뼈저리게 깨달았다.


두 번째는 건물이었다. 영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시청은  200년 가까이 된 건물이었고, 산업혁명 때부터 활약하던 건물들이 여전히 아주 화려하게 남아있었다. 누군가에는 효율성이 감소된다며 이런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건물 덕분에 도심지는 정말 항상 교통 체증으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러한 건물들은 영국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비쳤다. 매일 함께 하는 영광의 증거들,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자부심의 증거가 있기에 그들이 이렇게 여전히 강국으로, 그리고 선진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저러한 역사적 건물을 보전하고 보수하는 영국의 법률들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부러웠다. 


세 번째는 날씨였다. 이제는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몇 차례 감기몸살로 씨름을 하였던 것 같다. 처음에 기숙사 직원 분이 이 곳에서 하루 만에 사계절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하길래 뭔 말인가 했는데 이제야 깨달았다.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인은 내 과정에 나만 있었다 보니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다. 물론 이후에 네팔 친구와 중국, 그리고 인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덜해지기는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날씨는 나를 상당히 힘 빠지게 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 개념 없이 주욱, 학기를 완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학교를 가는데 주위 건물을 둘러다 보다, 고전 양식으로 창문이 아름답게 장식된 2층 건물을 보았다. 분명 매일 같이 걷던 길이었는데 왜 몰랐을까... 고민해보았다. 그러다가 한 학기를 뒤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남긴다.


시간이 흐른 이후, 이 글이 다시금 내 기억과 열정을 이끄는 단초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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