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식집사입니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지만 집에서 꽤 많은 식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식물을 돌보거나 반려 동물들을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정성을 들이고 있는 생명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네, 그래서 육아는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실 살면서 핏덩어리 어린 아가가 어떻게 자라는 지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돌이 지나지도 않은 갓난쟁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제 경우 조카들이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님께서 육아를 도와 주셨기 때문에 돌이 지나기 전의 조카들을 꽤 자주 보면서 살았습니다. 때로는 조카들의 기저귀를 갈아 주기도 했고 어머니께서 잠시 집을 비우실 때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애기를 지켜보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뭘 먹고 성장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지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돈 주고 사서 키우는 식물도 잎이 하나 더 나고 초록빛이 더 선명해지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아이를 관찰하는 일은 정말 흥미롭고 신납니다. 애기가 커 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시간이 부모의 시간으로 쓰여질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생기는 피로감이 엄청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시간들이 내 아이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행복감은 진짜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전 육아를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임에 비유합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그만둘 자유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어떤 게임보다 재밌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동작들을 익혀나가는 모습은 마치 게임 속의 캐릭터가 레벨업하는 것 보다 훨씬 짜릿하고 육아에 필요한 미션들을 수행하는 건 게임 속의 캐릭터로 몹을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성취감을 줍니다. 물론 피곤함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제 제 딸아이는 기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조산아라 젖 빠는 힘이 부족해서 모유도 잘 먹지 못했던 아기가 이제 이유식을 먹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2~3시간마다 먹어야 했던 아기가 이제 10시간 이상의 공복도 버텨냅니다. 자기 몸을 가누기 어려워하며 뒤집기 위해 용쓰던 아기가 어느새 2회전 3회전을 자유롭게 합니다. 척추 힘이 없어 받쳐주지 않으면 뒤로 넘어가던 아이가 이제 제법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와 성장을 매일 매일 지켜보는 건 정말 축복 그 자체입니다.
"내 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 아이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 관찰해보면 성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학습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이제 상대방의 안면을 인식하고 낯선 사람을 보면 울고 자기를 보고 웃는 표정을 지으면 따라 웃기 시작한 딸을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 옹알이가 정확한 발음으로 바뀌고 기던 아이가 서서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이 뿜어져 나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서 나를 보고 웃어주는 아이처럼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아이를 안고 하루종일 무슨 일을 했는지 조곤조곤 설명해주면 알아들었다는 듯이 씨익 웃는 모습처럼 효과가 빠른 피로회복제도 없습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이뤄낸 생명이라는 결실이 커 나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