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인류애를 키웁니다

by 파파봉봉

육아의 세계에 진입한 지 어느 덧 180일을 넘어 200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온갖 매체와 사람들의 징징거림(?)을 통해 육아의 힘듬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들 공감(?)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전 아직 초보지만 제가 애기를 키우면서 느끼는 장점들만 진솔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데 아주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그냥 흘러가 버리면 아까울 것 같은 지금 이 시간과 감정들을 기록하기 위해 종종 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번째 아파트는 공동체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30세대가 한 엘리베이터를 공유하는 아파트였고 그 30세대 중 적어도 10세대 이상은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지냈습니다. 당연히 서로 인사를 했고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면 아무 걱정없이 머물 수 있는 집이 있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의 아파트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었습니다. 그 아파트에 사는 모든 또래는 친구였고 또래의 부모님은 우리의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아파트는 그곳이 유일했습니다. 그 이후 독립을 하기 전까지 두 번의 이사를 하였고 다른 아파트에서는 그런 감정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혼과 함께 독립하고 처음으로 살게 된 지금 아파트에서 전 저만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안 돌리는 이사떡도 이웃들에게 돌리고 경비아저씨에게도 살갑게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고 분리수거를 혼자 하는 어린이들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제 기대와 달리 냉담한 반응에 지쳐 갔고 제 인사에 대답은 커녕 듣는 둥 마는 둥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모습과 저의 과도한 친절을 불편해 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이웃들을 냉담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되니 우리 가족을 대하는 이웃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받게 되는 은근한 배려들과 무심한 기다림들에 다시 마음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동네 아이들과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미처 모르고 아니 무관심하게 봤던 동네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에게 관심이 가고 어린이집 차를 타고 내리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갑니다. 때로는 시끄럽게 들리던 놀이터의 소음도 세상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립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원래 애들이 많았던 건지 애기가 태어나고 보니 보이는 건지 어딜 가도 아이들이 보입니다. 우리 애만 예쁜 게 아니라 그렇게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예쁘게 보입니다.


얼마 전 주차장에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서 앞 범퍼와 본넷에 살짝 흠이 갔습니다. 전 당연히 보지 못했는데 아이가 제 차에 편지를 쓰고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남겨 놨더군요. 그 아이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아이가 솔직하게 편지를 남겨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제 차의 흠집은 컴파운드로 지웠습니다. 온라인과 알고리즘이 말하는 세상과 달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따듯하다는 걸 아이 덕분에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아이가 없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세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있기에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고 혼자 살 때 느끼지 못했던 배려와 인류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비단, 아파트에서만 느끼는 건 아닙니다. 공원을 산책할 때도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기를 안고 오랜만에 카페에 갈 때도 약간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따스한 시선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아이는 나와 우리 이웃에게 인류애를 전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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