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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Jan 05. 2020

혼자 사막에 다녀올게

연애편지 #21


오늘 사막에 다녀왔어.

여기서 오분만 걸어도 사막이긴 한데

굳이 한시간을 걸어 사막 한가운데로 갔어.  

여기 앞도 모래가 있는 사막이고

저기 깊은 곳도 똑같은 모래 사막이지만

한 시간을 찾아갔다는 것만으로 특별해지니까.


오후의 햇살이 그대로 스민 모래는 무척 뜨거워서  

맨발로 내디뎠다가 놀라서 폴짝폴짝 뛰었어.

신이 나서 눈위를 폴짝폴짝 뛰는 강아지처럼 보였을지도.

강아지도 사실 발바닥이 차서 뛰었을지도 모르지만

나 입이 귀에 걸릴만큼 웃고 있었거든.

나 너무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어!  

내가 사막에 있어! 지금 여기 사막이야.

높은 언덕이 끝없이 반복되고

모래는 바람을 따라 파도 치고

빛에 따라 두 개의 색으로 쪼개져서

바다 같았어. 주황색 바다. 그 위에 있었어.


발이 푹푹 파여서 걷기가 힘들었어.

맨발도 신발도 아닌, 양말을 신고

달리기 시작했어.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 위를 막 달렸어.

우리가 만들었던 하얀 눈 위의 발자국을 기억해?

그것처럼 아무도 밟지 않은 땅 위에  

내 발자국만 남았어. 내가 달리는 모양 그대로.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속도로 달리고 싶었는데  

막 달리다가 넘어져 버렸어. 하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


사막은 바닥이 없어. 맨 곁에서부터 맨 아래 끝까지 똑같아.

너를 지그시 바라보는 게 내 가장 깊숙한 진심과 똑같은 것처럼 말야.


사막에 가겠다는 내게  

너는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혼자 가겠다고 했어.

그걸 혹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했다면

그건 절대 아니야. 오히려 너를 너무나 사랑해서

혼자 사막에 오고 싶었어.  


사막에 서서 너를 떠올리며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내뱉고 싶었어.  


사랑한다는 말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구를 반바퀴 돌아 사하라 사막까지 와서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었어.

충분히 연습했으니까 이제 돌아갈게.  

혼자 사막에 있으니까, 네가 너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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